보건의료노조 6월 10일 총파업 ‘예고’
병원의료계 노동자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전국 121개 병원급 노조가 참여하는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위원장 윤영규, 이하 보건의료노조)의 산별 임단협 교섭이, 정부와 사용자쪽의 소극적인 태도 때문에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두달여동안의 교섭이 난항을 겪게되자 지난 25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내고 6월10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보건노조 관계자는 30일 “사용자쪽에서 교섭원칙이나 대표단 구성 등 교섭을 하기 위한 최소한 조건조차 스스로 매듭짓지 못한채 시간끌기를 하고 있다”면서 “이대로 가면 10일 총파업 돌입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노조는 △산별 기본협약 체결 △의료의 공공성 강화 △온전한 주 5일제 시행 △비정규직 정규직화 △임금 10.7% 인상 등 5대 기본요구와, 노동연대기금을 특별요구사항으로 내걸고 지난 3월 중순부터 교섭에 들어갔다. 그러나 사용자쪽의 주축인 사립대 병원들이 교섭절차를 문제 삼으며 본안 심의를 계속 지연해온데다, 9개 국공립대 병원의 경우 스스로 합의한 산별교섭에 아예 참여도 하지 않아 협상을 교착에 빠뜨렸다. 사용자쪽 교섭위원인 이왕준 인천사랑병원장은 “지금까지 절차적인 문제로만 시간을 낭비했다”고 시인하며, “핵심 쟁점인 주5일제 시행과 관련해 병원 규모와 운영형태에 따라 워낙 여건과 입장 차이가 다양하기 때문에 사용자쪽의 통일된 의견을 내놓기가 어렵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병원의료계에서 산별교섭은, 2002년부터 노사 양쪽의 지루한 논의와 협상 끝에 올해 처음 시작하는 교섭형태이다. 또 개별사업장의 이해를 떠나 같은 업무를 하는 전체 노동계의 요구를 수용함으로써 단위 사업장별 노사갈등의 악순환을 해소한다는 점에서 참여정부도 적극 권장해왔다. 특히 보건의료노조의 이번 산별교섭은 이수호 위원장 체제의 출범으로 ‘달라진 민주노총’와 노무현 대통령 복귀 이후의 ‘달라진 참여정부’가 보여줄 수 있는 새로운 노사관계의 시금석이 될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 민주노총의 노사정위 복귀와 이에 따른 정부와 민노총간의 관계정상화에도 결정인 계기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러나 이런 의미를 지닌 산별교섭이 올해 첫 ‘산별파업’으로 직행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 곧바로 6월16일 민주택시노조의 파업여부, 7월 이후 서울도시철도와 서울·부산·대구·인천지하철 등 ‘궤도5사 노조의 연대투쟁’ 등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보건의료노조의 산별교섭 결렬이 자칫 공공부문 전체의 파국적인 노사관계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정책국장은 “온전한 주5일제 시행 등 우리가 요구한 쟁점은 전체 노동계의 쟁점이고 정부의 정책의지가 없으면 원만한 합의가 불가능하다”며 “하지만 지금까지 정부는 국공립병원 등 사용자의 무성의한 산별교섭에 대해서 아무런 행정조처를 내리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순빈기자 sbpark@hani.co.kr
2004.5.31 헌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