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부, 외국병원 ‘브랜드’라도 빌려달라?
보건의료단체 “경제자유구역 외국병원 내국인 진료 및 영리법인화 반대”
작성날짜: 2004/07/15
장성순기자
”맹장수술을 하는 데 3천 만원이 들었다.” (최인순 경제자유구역법 폐기 공대위 집행위원장의 미국 조카 사례ㆍ2002년)
“미국 유학생 부부가 치과치료를 받기 위해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왜냐하면 치과치료비보다 한국행 비행기 값이 더 싸기 때문이다” (미국 공대 박사과정 심 모씨 사례ㆍ2004년 7월)
“영국 유학생이 오랫동안 신장 투석을 해야는데… 아예 영국에 눌러 살겠다” (영국 유학생 김 모씨 사례ㆍ2002년-현재)
의료서비스체계에 있어서 ‘민간의료보험제도’가 중심인 미국과 ‘공공의료보장제도’ 중심인 영국의 사례다.
그러면, 한국의 경우는 어떤가. 영국과 미국 의료서비스 제도 중 이미 미국 방향으로 기울어져있지만, 아직은 그 기로에 놓여있는 상황이다. 참여정부는 최근 미국식 민간의료보험제도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
경제자유구역에서 외국병원이 들어오면 국내병원도 외국병원과 경쟁하기 위해 고급진료를 해야하며, 의료비는 대략 5배에서 7배는 올려 받아야한다.
이를 위해 현재 재경부는 ‘국내자본을 이용해 병원건물을 지어주고 외국의사들 몇 명 만 보내주고 브랜드만 빌려주면 이윤의 상당부분을 떼어주겠다’는 형태의 굴욕적인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법제처는 올해 안에 경제자유구역내 외국병원의 내국인진료 및 영리법인 허용을 골자로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개정)을 국회에서 통과시킨다는 계획을 국무회의에 보고한 바 있다.
또 지난 14일 재경부는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경제자유구역에 외국병원, 학교 등을 유치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부속병원 등 외국병원과의 협상에 상당한 진척이 있다고 보고했으며, 교육, 의료 분야의 전면개방을 정책방침으로 밝혔다.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등 보건의료단체들은 15일 오전 서울 안국동 느티나무 까페에서 “경제자유구역 외국병원의 내국인 진료 및 영리법인화 허용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장성순 기자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등 보건의료단체들은 15일 오전 서울 안국동 느티나무 까페에서 “경제자유구역 외국병원의 내국인 진료 및 영리법인화 허용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밝혔다.
김정범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는 “경제자유구역 외국병원의 내국인 진료와 영리법인화 허용은 의료이용의 빈부격차를 심화시키며 국내병원의 영리법인화와 대체형 민간의료보험도입을 초래해 한국의 보건의료체계와 공적건강보험체계를 붕괴시키는 위험한 조치”라며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병원의 설립을 위한 입법목적은 경제자유구역내의 외국인의 편의를 위한 것인데, 외국병원의 내국인 진료를 허용하는 것은 입법목적을 벗어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외국병원의 상업적 주재뿐만 아니라 어떤 나라도 허용하지 않고 있는 외국면허의 국내인정까지 포함하는 조치라는 것.
천문호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회장은 “또한 외국병원의 내국인 진료허용과 영리법인화 허용은 연쇄적으로 국내병원의 영리법인화 및 대체형 민간의료보험도입을 초래해 공적 건강보험의 붕괴를 불러일으키며, 외국병원과의 경쟁을 위해 국내병원도 고급진료를 하면서 진료비를 5배-7배까지 올려야한다”고 비판했다.
또한 외국병원 영리법인화조치는 국내병원의 영리법인화를 가져와 병원들이 돈벌이에 급급하게 돼 결국 ‘건강과 의료’의 상품화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것이다.
박표균 전국사회보험노조 위원장은 “현재 재경부는 국내자본을 이용해 병원건물은 지어주고 몇 명의 외국의사들만 몇명 보내주고 브랜드만 빌려주면 이윤의 상당부분을 떼어주겠다는 형태의 굴욕적인 협상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주장했다.
이들에 따르면, 미국을 제외한 OECD 어느 나라도 의료부문을 WTO DDA 주요 협상대상으로 하고 있지 않으며 협상도 없이 일방적으로 의료개방을 추진하는 나라는 우리나라 하나뿐이다.
이들 단체들은 △경제자유구역 외국병원의 내국인 진료 및 영리법인화 허용 법제화 중단 △의료개방 및 의료시장화 정책 즉각 중단 △병원 영리법인화와 대체형 민간의료보험 도입 중단 △약국 영리법인화 법제화 중단 △공립의교기관 비중을 OECD 평균수준으로 확대하고 건강보험보장율을 80% 확대 공약을 지킬 것 등을 요구했다.
또 이들 단체들은 재정경제부, 보건복지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련부처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개질의서를 보내고, 김근태 보건복지부장관 면담ㆍ공청회를 개최하며 스크린쿼터반대문화연대ㆍ범국민교육연대 등과 함께 ‘경제자유구역 반대’ 투쟁을 벌일 계획이다.
한편 재정경제부 경제자유구역추진기획단 관계자는 이날 보건의료단체들이 재경부의 굴욕적인 협상 진행에 대해 “전혀 사실 무근”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또 “외국병원의 유수한 병원을 유치하기 위해 현재 협상을 벌이고 있으며, 이는 의료발전을 위해서 앞으로 필요한 일”라고 덧붙였다.
글/사진= 장성순 기자 newvoice@ngotime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