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특구내 외국병원 유치, 병협만 “찬성”
28일 민노당 토론회··· 한의협·약사회·의협 등 모두 ‘반대’
▲ 의료시장화와 의료공공성 강화 정책 평가 토론회
올해 정기국회에서 통과가 유력시되고 있는 경제자유구역법 개정안에 대해 보건의료관련 단체들 중에서는 병원협회만 유일하게 찬성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의협·한의협·약사회·시민단체 등은 외국병원 유치와 관련, 반대라는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어 개정안 통과를 앞두고 공동행보를 취할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28일 오후 4시 서울대보건대학원에서 민주노동당 주최로 열린 ‘의료시장화 정책과 의료공공성 강화 정책 평가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경제자유구역내 외국병원 유치에 다른 내국인 진료 허용과 영리법인을 허용하는 개정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대한약사회 신현창 사무총장은 “경제자유구역내 외국병원이 들어서면 거주 외국인만으로는 운영이 안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내국인 진료가 허용될 수밖에 없다”면서 “국내 의료기관과의 형평성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현창 사무총장은 약사회에서는 공식적으로 보건의료분야에 개방에 대한 반대의견을 제출했으며 이후 변화된 입장이 없다고 전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내국인 진료와 영리법인을 허용하는 경제자유구역법 개정안에 반대에 더 나아가 영리법인 의료기관 개설 및 대체형 민간보험 도입에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왕용 학술이사는 “재경부의 영리법인 의료기관 개설 허용 주장은 DDA 양허안 작성시 문제가 될 핵심의제를 사전에 제거하자는 의도로 보인다”며 “아직까지 영리병원의 경영 효율성이 입증되지 않았으며 진료의 자율성침해와 과잉진료유발의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또 “국내에서 벌어지는 민간 보험도입과 영리법인 허용 등 의료시장 자유화 논의는 외국의 요구라기 보다는 이를 핑계로 국내 의료 정책의 변경을 요구하는 특정 집단의 요구라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 불참했지만 대한의사협회도 국내 의료의 기초여건과 인프라가 미약한 상태에서 외국병원의 유치는 국내 의료체계의 붕괴를 가져올 것이라는 입장인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한 토론회에 참석한 의협 신성철 기획실장은 “외국 유수병원을 유치한다고 해서 동북아 의료 허브(HUB)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국내 병원에는 각종 규제를 가하면서 외국 병원에만 갖가지 특혜를 제공하는 것은 국내 의료계에도 메리트가 없고 국민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시민단체 대표로 토론회에 참석한 의료연대회의 우석균 정책위원은 “경제자유구역내 외국병원 유치는 근거도 없으며 현실성도 떨어지는 정책”이라며 “비영리법인은 최소한의 공공성을 위한 장치이며 병협과 전경련 등에서 이를 찬성하는 것에 큰 우려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민주노동당도 반대의 입장을 밝혔다. 열린우리당도 최근 한 토론회에서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편 병원협회는 보건의료계 단체로는 유일하게 외국병원 유치에 찬성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병원협회송건용 연구원은 최근 한 토론회에서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병원을 유치하고 내국인 진료를 허용하는 것에 대해서 긍정적 입장”이라며 “우리나라 병원도 영리법인 허용, 저가의 토지제공, 수가의 자율적 결정 등 외국병원과 동등한 혜택을 받으면서 구역 내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여정부 공공의료 확충 공약 의지있나”
이날 토론회의 한 축인 의료공공성 강화와 관련, 참여정부의 공약 실현의지에 대한 참석자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앞서 보건복지부 최종균 서기관이 발제를 통해 ‘공공보건의료 혁신 계획’을 내놓으며 정책주진의사를 밝혔으나 다른 토론자들은 정부의 정책추진 의지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제기했다.
민주노동당 김성은 정책보좌관은 ‘참여정부의 공공보건의료 정책 평가’를 통해 “참여정부의 정책이 사업추진력이 떨어지고 현재 추진하는 정책이 공약보다 후퇴하고 있다”며 건강보험 보장성 80% 확대 정책이 70%로 하향 조정되었으며 국가중앙의료원 설립 연기, 지역거점병원 육성 계획의 미진함 등을 예로 지적했다.
또 본인부담상한제의 실효성 부족, 삭감되거나 전용되고 있는 예산과 건강증진기금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었다.
김성은 보좌관은 정책 제안으로 행위별 수가제도 폐지, DRG 도입, 주치의 제도 도입 등을 통한 수가제도의 개편, 민간의료기관 공적지원 확대, 공공의료기관 확대 등을 주장하기도 했다.
약사회 신현창 사무총장은 “공공의료의 문제는 예산에 있다면서 정부는 투자는 안하면서 공공성 강화 주장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신현창 사무총장은 응급분야와 장기요양병원 분야에서 공공의료를 특화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한의사협회는 박왕용 학술이사는 “공공의료확충은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필수 기반”이라며 “한방 의료도 공공의료 강화 정책에 포함되어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료연대회의 우석균 정책위원은 “보건의료 예산이 삭감되고 건강증진기금 예산으로 대체되는 현실을 보며 목적이 전도되는 담배값 인상에 반대한다”며 최근 예산안 편성과 관련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건강세상네트워크 김창보 사무국장은 “의료에 있어 가장 심각한 문제는 건강수준의 빈부격차가 심화되고 오히려 되물림 되는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양립할 수 없는 공공의료 확충과 의료시장개방 정책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복지부는 자기 입장을 분명히 하라”고 촉구했다.
김창보 사무국장은 보건의료예산 중 일부가 건강증진기금 예산으로 편성된 것과 관련 “건강증지기금 법안이 통과되지 않았으며 담배값 인상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혹시라도 법안이 통과되지 못할 경우 사라진 보건의료 예산은 어떻게 충당하느냐”고 정부에 따져 묻기도 했다.
메디게이트뉴스 장종원기자 (jwjang@medigat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