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 ‘산별합의안 10장 2조’ 논란 여전
서울대병원·경북대병원 노조 등 28일 토론회 …보건의료노조, 민주노총 불참
박신용철(redfaith) 기자
보건의료노조의 ‘산별기본협약 10장 2조’을 둘러싼 진통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공개 토론회개 개최될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보건의료노조 산별합의안 10장 2조의 문제점에 대한 전국토론회 기획단(기획단)’은 오는 28일 오후 2시 서울대병원 A동에서 전국토론회를 개최한다고 23일 밝혔다. 기획단은 지부교섭과정에서 산별교섭 잠정합의한 10장 2조를 공식적으로 거부한 서울대병원 노조, 경북대병원 노조 등을 중심으로 단체와 개인들이 참여하고 있다.
기획단은 “보건의료노조 산별합의안 10장 2조는 근로기준법 개악을 통한 단체협약을 개악시키고 산별협약 이후 지부의 쟁의권을 봉쇄하고자 하는 자본의 ‘이중 쟁의 금지’ 요구를 철저히 반영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 산별합의안 제10장 협약의 효력>
1조. 산별교섭 합의 내용을 이유로 기존의 단체협약과 노동조건을 저하시킬 수 없다.
2조. 단, 제9장(임금), 제3장(노동시간단축), 제1조(근로시간단축), 제5조(연월차휴가 및 연차수당), 제6조(생리휴가)는 지부 단체협약 및 취업규칙에 우선하여 효력을 가지며, 협약 시행과 동시에 지부의 단체협약 및 취업규칙을 개정한다.
지난 6월 23일 병원노사는 ‘산별교섭 잠정합의안’을 도출했고 단위사업장은 지부교섭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서울대병원노조, 대구경북지역본부 9개 병원노조는 산별잠정합의안 10조 2항을 공식 거부하고 폐기를 요구해왔다. 특히 서울대병원은 ‘산별연맹 조건부 탈퇴’라는 카드까지 꺼내들기도 했다.
보건의료노조는 1998년 산별연맹으로 전환한 이후 6년 동안의 교섭을 끌어오며 올해 첫 산별교섭을 산별총파업을 통해 일궈냈다.
서울대병원노조 김애란 지부장은 “대구경북본부장이 보건노조 중앙집행위원회 회의때 토론회 개최를 요청했지만 ‘조직에서 (산별협약이)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정리되었기 때문에 토론회를 개최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로 거부했다”며 “이에 따라 토론회의 필요성을 느끼는 단위 노조를 중심으로 기획단을 구성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지부장은 “우리는 산별교섭이 우리의 근로조건을 하락시킬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산별협약 10장 2조는 근로조건, 단체협약 개악 등으로 나타나 실제 단위 사업장의 투쟁을 가로막는 결과로 작용했다”면서 “이는 산별노조뿐만 아니라 민주노조운동의 원칙을 위배했다고 판단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현 경북대병원 지부장도 “산별정신은 노동자의 단결과 투쟁으로 더 나은 노동조건을 만들기 위해 산별연맹을 조직하고 산별투쟁과 산별협약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지부장은 “산별협약 10조 2항은 당연히 폐기되어야 한다. 이는 민주노조운동의 원칙인 자주성, 연대성 등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산별노조는 민주노조운동을 변화, 발전시키기 위해 건설한 것이지 퇴보하기 위해 건설한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앞으로 정부와 병원측은 의료공공성과 노동조건에 대한 노동자의 양보 요구를 강화할 것이 분명한데 산별협약 10장 2조가 살아 있는 한 이런 요구는 확대될 것이 자명하다”면서 “양대노총도 산별노조를 중요한 전략적 과제로 설정하고 개편하려는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는 만큼 10조 2항을 폐기시키지 않는다면 산별노조와 민주노조운동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오는 28일 열리는 전국토론회에는 황협섭 보건의료노조 대구경북지역본부장의 ‘산별합의안 10장 1조의 문제점’ 주발제를 중심으로, 서울대병원 지부 조건부 탈퇴 이유, 금속노조의 산별협약 체결 과정 사례, 경북대병원 사례로 본 산별협약 10조 2장의 문제점 등이 발표된다.
토론회 패널로는 전교조, 금속산업연맹, 전국비정규연대회의(준), 민주노총 공공연맹 전국과학기술노조, 금속산업연맹 한라공조노조 등이 참여한다. 기획단은 토론회에 민주노총 중앙차원의 참여도 요청했지만 ‘내부 일정’을 이유로 참여하지 못한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서울대병원노조의 ‘조건부 탈퇴’에 대해 내부의 신중한 검토와 논의를 통해 징계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던 보건의료산업노조가 서울대병원노조의 징계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보건의료산업노조 서울본부는 8월 4일 열린 집행위원회에서 ‘서울대병원이 조직의 결정방침을 거부하고 조직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징계 결의를 했고, 8월 16일 보건의료노조 쟁위대책위원회에서도 서울대병원지부의 징계를 요청해 위원장이 이를 9월 초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수용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8월 4일 보건의료노조는 “(서울대병원지부의) 징계여부는 산별, 지역, 단위 노조 차원에서 내부 평가를 통해 9월중순경 결정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보건의료산업노조 김성주 선전국장은 “(기획단에서 개최한다는) 토론회 자체에 관심도 없다”고 잘라 말했고 서울대병원지부 징계방침에 대해서는 “징계방침을 공식적으로 밝힌 적은 없고 내부적으로 징계 얘기는 한 적은 있지만 공식적으로 결정한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