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특구 외국병원 내국인에 진료허용
재경부 개정안 입법예고
국내병원도 합작 진출 가능
의료계 “위화감 조성” 반발
인천 송도 등 경제자유구역에서 외국병원의 내국인 진료가 허용되고, 국내병원도 외국과 합작투자 형태로 경제특구에 진출할 수 있게 된다.
재경부는 10일 이런 내용의 경제자유구역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개정안의 주요 기대효과로 해외 유수의 병원 유치에 따른 국내의료 발전, 국내환자의 해외원정진료에 의한 1조원 규모의 외화유출 예방 등을 꼽았다. 현행법에서 외국병원의 영리법인화와 건강보험 미적용 등 상업적 의료활동을 보장하고 있지만 외국병원 유치가 어려워 내국인 진료 및 국내병원과의 합작진출을 추가로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보건의료계가 개정안에 대해 해외원정진료 외화유출을 막는 효과가 미미하고, 의료의 상업화를 조장한다는 등의 이유로 반발하는 데다 의료정책의 주무부서인 보건복지부는 개정안 내용에 대해 “협의중”이라고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개정안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되면 내국인들도 경제자유구역에서 진료를 받을 경우 건강보험의 통제를 받지 않은 채 어떤 진료를 받든지 진료비 전액을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재경부는 외국병원을 설립할 수 있는 외국인투자기업의 조건으로 외국인투자촉진법에 의한 기업으로 외국인이 의결권이 있는 주식총수의 10% 이상을 소유하는 경우 등이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경제자유구역 진출 국내병원이 의결권 주식의 90%까지 소유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의료계 및 시민사회단체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개정안이 재경부의 기존 입장과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다”면서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해 철회 투쟁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우 국장은 “정부는 외국병원 유치의 선결조건으로 공공의료기관 확충과 같은 보완대책을 내놓기로 했는데 2005년도 예산안에서 오히려 공공보건의료 예산을 줄이고 있다”면서 “개정안은 국내병원의 상업화만 조장할 것”이라고 정부의 무대책을 성토했다.
대한의사협회는 “개정안은 외국병원에게는 특혜를 주는 반면 국내병원은 계속 규제로 묶는 역차별”이라며 “특히 외국병원에 내국인 진료를 허용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발했다. 의협은 조만간 병협, 치협, 한의협 등 7개 의료계단체들과 의료공동대책위원회를 열어 공동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개정안의 외화유출 예방 효과에 대해 이진석 충북의대 의료정보학 교수는 “해외원정진료의 60~70%가 외국국적을 갖기 위한 원정출산”이라면서 “특급 브랜드의 외국병원이 들어와도 해외원정진료 외화유출을 막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미국 상무성 통계를 보면 2002년 한해동안 미 병원들이 해외환자 진료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은 1조2천억원 규모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정병태 복지부 보건정책국장은 “재경부와 협의중에 있다는 사실만 말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복지부는 외국병원 내국인 진료를 허용할 경우 건강보험 미적용에 따른 의료의 고급·고가화에 대해 일반국민들이 느낄 위화감과 병협 등 일부를 제외한 보건의료계의 거센반발을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영진 김양중 기자 youngjin@hani.co.kr
2004.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