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 “정부의 교육ㆍ의료ㆍ문화 포기, 결사반대”

“정부의 교육ㆍ의료ㆍ문화 포기, 결사반대”  
  시민사회단체, 앞으로 전면적 개방저지 투쟁 전개

  2004-09-20 오전 10:02:43    
  
  최근 정부의 교육ㆍ의료ㆍ문화 분야에 대한 개방 및 시장화 정책이 노골화되고 있는 데 대해 시민ㆍ사회단체가 전면적인 거부를 선언하고 나섰다. 시민ㆍ사회단체는 공동으로 연대해 정기국회에서 추진되는 각종 관련 입법안을 막을 계획이다.
  
  ”노무현 정부는 과연 민주적인 정부인가?”
  
  교육ㆍ의료ㆍ문화 관련 시민ㆍ사회단체들의 연대 모임인 ‘WTO 교육개방 저지와 교육 공공성 실현을 위한 범국민 교육연대’, ‘경제자유구역법 폐기와 의료 개방 저지를 위한 공동 대책위’, ‘스크린쿼터 문화 주권 사수와 한미투자협정저지 공동대책위’ 등은 18일 오후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공동 결의 대회를 갖고 최근 정부 부처에서 경쟁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교육ㆍ의료ㆍ문화 부문에 대한 개방 및 시장화 정책에 대한 반대를 분명히 했다.
  
  이들은 결의문을 통해 “국민이 교육ㆍ의료ㆍ문화를 향유할 권리를 포기하는 정부를 민주적인 정부라고 볼 수 없다”며 “노무현 정부가 과연 민주적인 정부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현 정부의 개방 및 시장화 정책을 질타했다.
  
  김정명신 범국민교육연대 공동대표는 “최근 정부는 ‘경제자유구역 및 제주국제자유도시의 외국교육기관 설립 운영에 관한 특별법’을 통해 국내 교육 분야를 외국 자본의 돈벌이 영역으로 고스란히 내주려고 하고 있다”며 “외국 자본과 일부 부유층만을 위한 이 법은 즉시 폐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정명신 대표는 “이 법은 외국 교육 기관에 대한 내국인 입학을 99%까지 허용해 실질적으로 내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장사를 허용하고 있으며, 등록금 상한선을 없애 부유층만을 위한 학교를 허용하고, 영리교육기관의 외국으로의 송금도 허용하는 등 교육을 시장화하는 법”이라며 “이를 계기로 국내 사학과 기업들이 지역 특구, 기업 도시 등에 영리 교육 기관 허용을 추진하는 것도 가속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제자유구역내 외국자본의 영리 병원 추진, 공공의료체계 파탄”
    
  
교육ㆍ의료ㆍ문화 관련 시민ㆍ사회단체 회원 3백여명은 18일 오후 여의도 국회 앞에서 정부의 개방 및 시장화 정책에 대한 반대를 결의하는 집회를 가졌다. ⓒ보건의료단체연합  
  

  최인순 ‘의료 개방 저지를 위한 공동 대책위’ 위원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공공 의료기관 비율이 75%이고 의료 보장률이 70%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공공 의료기관 비율이 8%이고, 의료 보장률은 45%에 불과하다”며 “노무현 정부가 공공 의료기관 비율을 30%, 의료 보장률은 80%까지 확대한다는 공약은 헛 공약이 됐다”고 현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을 비판했다.
  
  최인순 위원장은 또 “9월10일 입법예고된 ‘경제자유구역 개정법률안’을 보면 외국인이 주식의 10%만 가지면 어떤 기업이든지 경제자유구역 내 영리 병원을 만들어, 내국인 진료를 할 수 있게 됐다”며 “경제자유국역 안에 국내 진료비의 5~7배의 진료비를 받는 부유층을 위한 병원들이 생겨날 게 뻔하다”고 지적했다. 최 위원장은 “결국 이들 병원과 경쟁하기 위해 전국 병원들의 고급화와 진료비 상승이 일어날 것이고 이것은 건강 보험 재정의 파탄과 민간 의료 보험 도입의 가속화를 불러올 것”이라며 “남미처럼 일부 부유층을 제외한 대다수 국민들이 지금보다 더 취약한 공적 건강 보험 때문에 고통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크린쿼터 폐지, 문화 주권과 문화 다양성 포기하는 것”
  
  ’스크린쿼터 공동 대책위’ 김광수 홍보위원장은 “2002년 대선 당시 부산영화제에 찾아와 ‘문화는 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스크린쿼터는 당연히 지켜야 한다’고 했던 노무현 후보를 적극적으로 지지했는데 속았다”며, “한미투자협정을 맺기 위해서 최소한의 문화 주권과 다양성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보루인 스크린쿼터 폐지를 추진하는 데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 시민ㆍ사회단체들은 ▲공공의 권리 박탈하는 교육ㆍ의료ㆍ문화 개방 및 시장화 정책 중단, ▲WTO 개방ㆍ한미BIT 협상ㆍ외국기업유치 협상 과정 공개, ▲경제자유구역 내 영리법인 및 내국인 진료 허용ㆍ외국교육기관특별법 철폐, ▲스크린쿼터 축소ㆍ폐지 기도 중단 등을 촉구했다. 이들 단체들은 앞으로 각종 개방 및 시장화 관련 입법안들이 정기국회에서 처리되는 것을 막는 데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한편 이날 결의대회에 참가한 시민ㆍ사회단체 회원 3백여명은 집회 후 국회 앞까지 나가 구호를 외치며 경찰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이들은 “국가책임 방기하는 노무현 정부 규탄한다”, “의료ㆍ교육 개방 저지하고 의료와 교육의 공공성 강화하자” 등의 구호를 외치며 경찰과 30여분간 대치하다 오후 6시께 자진 해산했다.  
    
    강양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