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政·醫·시민, 경제특구 외국병원 ‘이해상충’

政·醫·시민, 경제특구 외국병원 ‘이해상충’

“공공의료·의료선진화 관건” 주장-”중장기 비전 제시” 요구
경제자유구역내 외국병원에 대해 내국인진료와 영리법인을 허용하는 문제를 두고 재정경제부, 보건복지부, 의료계, 시민단체 등이 상반된 견해를 피력하고 있는 가운데 공공의료 강화와 보건의료체계의 선진화에 대한 요구가 더욱 증폭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와 재정경제부는 19일 오후 ‘경제자유구역내 외국병원의 내국인진료 허용’ 관련 토론회를 열어 각계의 의견을 수렴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재경부 송준상 경제자유구역단 과장은 “경제자유구역내 외국병원에 대해 내국인진료를 허용하면 고용이 확대되고, 의료의 질을 향상시키는 계기가 될 뿐만 아니라 원정출산 흡수, 외국 BT 및 제약산업 동반진출 유도 등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내국인진료를 허용하더라도 외국 종합병원 1~2개와 우수 의료인력에 한해 들어오고, 건강보험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공공의료가 위축되진 않으며, 개원할 때까지 4~5년간 의료계가 차근차근 대비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복지부 최희주 보건의료정책과장은 “경제특구내 외국병원을 외국인만 제한적으로 설립하고, 외국인만 진료하는 것에서 외국투자기업까지 참여해 내국인진료까지 허용하는 것으로 바뀌면 국내 보건의료체계에 여파를 미칠 수 있어 영향 분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제특구내 규제완화가 국내 의료기관의 영리법인 허용, 민간의보 논의, 건강보험 강제지정제 폐지 등 복잡한 논쟁을 불러오고, 계층간 위화감 조성 등의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최 과장은 “보건의료제도 개선이 필요하지만 사회적 충격이 적은 의료광고와 부대사업 허용 등을 단기적으로 규제 완화하고, 중장기적으로 자본참여 활성화 등에 대한 문제점을 충분히 검토한 뒤 개선방향을 모색 하겠다”고 발표했다.  

최 과장은 경제자유구역법 개정안 찬반 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을 표명하지 않았지만 이 같은 입장은 당장 외국병원에 대한 규제를 철폐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뜻이 담겨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어 재경부와 다른 시각을 드러냈다.

반면 이날 토론회에서 시민단체들은 공공의료와 건강보험 보장성이 열악한 상황에서 경제자유구역내 외국병원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면 국내 의료체계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보건의료단체연합 우석균 정책국장은 “외국병원을 유치하고 있는 싱가포르는 공공의료가 85%를 차지하지만 우리는 8%에 불과할 정도로 전혀 사정이 다르다”면서 “경제특구내 규제완화가 국내 병원에도 영향을 미쳐 수가인상과 영리법인 허용 등을 초래해 의료비가 폭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도 경제자유구역법 개정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며 공공의료 및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국내 의료서비스 경쟁력 강화 등 핵심현안을 우선 해결하는 게 시급하다며 정부의 졸속추진을 경계하고 나섰다.

특히 이날 토론회에서는 정부가 경제특구내 생활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외국병원을 유치하려던 당초 계획을 수정, 동북아중심병원으로 방향을 선회하면서도 국내 보건의료체계 개선 대책에 대해서는 함구하자 적지 않은 비판을 받았다.

의협 권용진 대변인은 “정부가 경제특구 외국병원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도 없이 토론회에 참가한 것은 유감”이라며 “동북아중심병원에 대한 장기적 마스트플랜을 내놓고 의료계를 설득해야 하며, 아무런 계획도 없이 동의를 요구한다면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의료산업 육성에 대한 비전과 장기발전계획을 제시하지 않으면 의료산업화는 말장난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경제자유구역내 외국병원 유치가 국내 의료산업에 미칠 여파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렸다.  

재경부와 의협 등은 국내 의료서비스 수준이 제고되고, 의료산업 발전을 촉진할 것이란 견해다.

그러나 충북의대 이진석 교수는 “고급 외국병원을 접하게 되면 국내 의료에 대한 불만이 증가하고, 외국병원의 브랜드를 빌리는 방식은 국내 의료에 대한 국제적 인지도를 높이는데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반론을 폈다.

이어 이 교수는 “외국병원 수가 적어 의료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주장은 매우 안이한 발상이며, 파급력이 적국적으로 퍼지면 국내 병원의 수가인상요구와 건강보험 탈퇴, 재정 불안정 등으로 의료제도 자체가 심각한 위협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경제자유구역내 외국병원에 대한 규제 완화는 공공의료 확충과 국내 보건의료선진화에 대해 정부가 어느정도 납득할만한 정책대안을 제시하느냐가 중대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