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개방·영리법인 허용, 이익 혹은 손해?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
의사들에게 의료개방과 영리법인 허용은 이익일까 손해일까?
재정경제부는 9월 10일 경제자유구역법내에 외국인투자기업의 영리법인 허용과 내국인진료허용을 골자로 하는 경제자유구역법개정안을 제출하였다. 원 경제자유구역법안은 외국인병원에 한해 외국인에게만 진료를 허용하도록 하는 법안이었는데 이러한 법안으로는 외국병원을 유치할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사실 경제특구는 이미 ‘실패특구’로 불리울만큼 원래 기업 유치목표에 10% 남짓한 기업만 유치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다 보니 재경부는 목표를 맞추기 위해 첨단기술기업유치에 노력을 하기는커녕 원래 외국인 편의시설로 유치하려던 학교와 병원을 주된 유치기업으로 하고 외국학교와 병원의 이용자들을 국내인들 하여 이윤을 보장하려는 편법적 시도를 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이나 일본등의 해외환자유치라는 비현실적인 외국인 환자유치를 내세운 것이 바로 ‘동북아 허브병원’구상이다.
이 동북아 허브병원구상은 이미 비현실적이라는 것이 드러났다.
첫째 정부는 허브병원의 모델로 싱가포르와 중국을 들었다. 그러나 싱가포르의 경우 해외환자유치는 외국병원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국내병원이 하고 있으며 해외환자는 대부분이 동일한 말레이시아 언어를 쓰는 인접국인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환자들이다. 일본과 중국이 한국어와 다르다는 것은 언급할 필요도 없다. 중국의 경우 이미 병상이 과잉인 우리나라와는 전혀 사정이 다르다. 도시인구의 60%, 농촌인구의 9.6%(아시아 개발은행 2002)만 의료보험에 들어있고 병상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나라가 중국이다. 중국에서는 외국병원을 들여와서라도 국내환자들의 의료수요를 충족시켜야할 형편인 것이다.
둘째 외국원정진료환자가 외국에서 쓰는 1조원의 의료비용을 흡수할 수 있다고 정부는 주장했다. 그러나 연간 만명의 외국원정진료환자들 중 5000-7000명은 원정출산환자들이다. 또한 나머지 환자들은 특수병원의 특수과를 골라가는 환자들이다. 한국의 외국병원에 초일류병원 초일류과만 모아놓을 수 없다고 볼 때 이들 환자를 유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오히려 국내중산층 환자들만 국내외국병원을 이용하게 되어 새로운 의료수요창출이 일어나 국부유출만 심해질 가능성이 훨씬 크다.
정작 큰 문제는 경제자유구역내 영리병원의 허용문제이다. 외국병원이 영리병원형태로 들어오면 국내 진료비의 5-10배정도의 진료비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보험수가가 이 정도로 오르지는 않을 지라도 상당히 올라갈 것이고 건강보험재정이 당해낼 수 없으면 영리보험이 도입될 것이다. 결국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체계-비영리법인체계는 붕괴될 가능성이 크다. 국민들에게 이것은 재앙이다. 영리병원이 13%남짓한 미국의 경우 국민의 14%가 의료보험이 아예없고 과반수이상의 국민이 제대로된 의료보험을 가지지 못한다. 미국의 경우 의료만족도가 OECD 국가 최하위이고 우리나라보다도 낮은 10% 남짓이다. 영리병원-민간보험체계가 중심인 남미는 말할 것도 없다.
의사들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첫째 아주 간단히 말해 의사들에게는 영리병원 허용은 결코 도움이 안된다. 파이는 결국 같은데 자본이 참여하여 주주들이 이익을 가져가면 의사들에게 돌아올 몫은 줄어든다. 일부 영리병원의 경영진을 맡을 수 있는 의사들에게는 이익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의사전체로 보아서는 자본참여는 손해다. 일본의사회가 영리병원허용에 반대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재경부나 건교부, 공정거래위등은 이미 기업도시, 지역특구 등에서 영리병원 허용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영리병원이 허용되면 될수록 손해가 되면 되었지 결코 이익이 될 수 없다.
둘째 경제자유구역내에서는 보건복지부장관의 협의를 거쳐 의과대학을 설립할 수 잇게 되어 있다. 가뜩이나 의사가 과잉인 상태에서 이러한 의과대학 설립은 국내 의료체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셋째 더욱 중요한 것이 있다. 영리병원허용-민간보험체계도입은 결국 의사들이 부자들만 치료하게되는 의료체계를 만들어내게 된다. 의사들은 중세시대와 마찬가지로 국민들 전체의 의사가 아니라 또 다시 귀족들의 시의가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가뜩이나 실추된 의사들과 국민들간의 신뢰는 회복불능상태에 바지게 될 것이다. 의사의 이익에 비추어보아도 그리고 의료윤리에 비추어보아도 영리병원 허용은 결단코 막아야만 한다.
그런데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의사협회는 무슨 생각에서인지 경제자유구역의 영리법인 허용과 내국인 진료를 찬성하고 나섰다. 권용진 의협 홍보이사는 심지어는 의료계에 자본참여를 찬성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경제자유구역뿐만 아니라 영리병원 전면도입 찬성을 밝힌 것이다. 대체 누구를 위한 의협인지, 전체 국민을 위한 의협은 아니라 할지라도 최소한 전체 의사와 개원의를 대표하는 의협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최근 열린 재경부-복지부 주최 토론회장에서 나는 토론회 내내 매우 곤혹스러웠다. 영리병원 허용반대와 내국인 진료를 반대한 필자가 의협 대표인지 영리병원 허용과 내국인 진료를 찬성하는 권용진씨가 의협대표인지가 내내 헛갈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의사들의 현명한 결단이 필요할 때이다.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 우석균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전 정책실장)
*칼럼은 본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편집자 주
우석균 (woosk@hotmail.com)
기사등록수정 일시 : 2004-10-27 / 09:19: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