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외국병원 유치, 이대로 좋은가

|특별기획|외국병원 유치, 이대로 좋은가

내국인 진료와 외국투자기업의 병원설립을 가능케한 경제자유구역법 개정안을 두고 논란이 뜨겁다. 동북아 의료허브를 건설하겠다는 재경부와 국내 보건의료체계의 붕괴를 우려하는 시민단체, 역차별을 주장하는 병협 등 각 단체들은 저마다의 입장을 가지고 논란에 가세하고 있는 형국이다. 메디게이트뉴스는 이 법안이 가져올 보건의료계의 변화와 향후 전망을 3회로 나누어 분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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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외국병원 유치논란, 어디까지
②의료에 대한 ‘동상이몽’
③혼돈의 시대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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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0일 재정경제부는 ‘경제자유구역법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인천 경제자유구역에 들어설 외국병원의 내국인 진료 허용과 외국병원의 설립 주체를 외국투자기업에까지 확대한 것이 개정안의 핵심.

그러나 국내보건의료체계의 기반을 붕괴시킬 수 있다는 시민단체들의 주장과 국내병원과의 역차별을 주장하는 의병협에, 최근 실세장관의 입을 빌려 복지부까지 반대 입장을 천명함으로써 개정안 논란은 확산되고 있다.

재경부는 이런 반발을 의식해 최근 외국인투자촉진법에 따라 외국인이 의결권 있는 지분을 10%이상 확보하면 병원 설립이 가능했던 기존안을 바꿔 외국인 지분비율을 50%로 높였지만 반발은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외국병원 3곳까지 유치할 계획”
당초 재경부의 외국병원 유치는 경제자유구역에 들어설 외국인들의 생활편의를 위한 목적으로 추진됐으나 이후에는 동북아 의료허브에 무게를 두고 적극적으로 해외 환자를 유치한다는 측면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 따르면 정부는 송도지구와 영종지구, 청라지구에 각각 1개소 씩 외국병원이 유치할 계획을 잡고 있다. 현재 투자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지역은 송도지구이며 영종지구와 청라지구는 차후에 유치를 검토하고 있다.

이를 위해 경제자유구역청은 외국의료기관 유치를 위해 인천 시조례 개정해 설립자금의 50% 범위내에서 지원가능하도록 개정하고, 시유지에 대한 감면율을 50%이상으로 개정해 임대표를 대폭 감면해줄 계획이다.

또 외국의료기관 종사자들에게 민영주택의 10% 범위에서 교원 및 종사자에게 주택 특별공급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게다가 내국인진료 허용과 사실상의 영리법인 허용조치인 외국투자기업의 병원 설립 허용까지.

이같은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우며 협상이 진행하는 재경부는 외국병원과의 협상과정을 공개하지 않고 있으나 펜실베니아대학병원, 하버드 병원들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 재경부는 이번 경제자유구역법 개정안만 통과되면 충분히 병원을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양해각서를 맺은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지만 한편으론 “내국인 진료 문제를 포함한 경제자유구역법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충분히 의료기관 유치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상기류 감도는 보건의료계
이같은 재경부의 안에 대해 병원협회를 제외한 대부분의 보건의료계 단체들은 반대입장을 분명히 해왔다. 개정안이 입법예고되자 마자 의사협회, 한의사협회 등에서 반대성명을 발표했고, 시민단체들의 반대도 거셌다.

병원협회의 경우 국내 역차별 해소를 전제로 조건부 찬성입장을 줄곧 주장하고 있다. 병원협회 송건용 연구원은 최근 한 토론회에서 “우리나라 병원도 영리법인 허용, 저가의 토지제공, 수가의 자율적 결정 등 외국병원과 동등한 혜택을 받으면서 구역 내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정치지형에 균열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의사협회가 입장을 선회한 것이다. 당초 “외국병원에만 일방적 특혜를 주는 역차별”이라며 반발하던 의사협회는 내부 입장조율을 거쳐 조건부 찬성을 내세우기에 이르렀다.

의협 권용진 대변인은 최근 한 토론회에서 “경제자유구역내 외국병원 유치가 곧바로 의료시장 개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병원하나가 들어온다고 해서 이같은 변화가 전체 의료시장 개방으로 이어지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의 궁극적인 목적이 신의료기술 개발을 통한 생명연장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만큼 자본의 참여가 필수적”이라며 “이제는 의료에 자본이 참여할 때가 됐다”고 찬성입장을 밝혔다.

외국병원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의협과 병협이 ‘조건부’ 찬성을 내세움에 따라 재경부는 개정안 처리에 자신감을, 어정쩡한 입장으로 일관하다 최근 반대입장을 내세운 복지부는 반대 명분을 일부 상실하게 됐다.

이러한 입장변화는 최근 시민단체 보건의료단체연합이 마련한 각 직역 관계자들과 회의에 의협이 불참하면서부터 감지되기 시작했다. 타 단체들은 경제자유구역법 개정안과 관련해 의협과의 공동행보에 기대를 걸고 있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의사협회가 반대 입장을 견지했던 것은 우리에게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었다”면서 “의사협회와 개정안에 대해서는 공동행보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공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이때문에 의사협회를 가급적 자극하지 않으려 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의협이 입장을 바꿈에 따라 보건의료계와 재경부와의 논리 싸움에서 보건의료계 내부의 논란으로까지 비화됐다.

일선 의사들, 무관심-기대-우려
그러나 의료계 내외부의 논란은 의료인 개개인에게 까지 심각하게 인식되고 있지 않고 있다.

최근 입장을 바꾼 의사협회의 경우도 찬반양론이 비등한 것으로 전해진 것처럼, 개원가를 비롯한 의사들의 입장도 찬반이 엇갈리고 있으나 큰 관심을 끌지는 못하는 것.

특히 당장 병원이 설립되면 타격이 불가피한 인천지역의 경우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인천에서 개원하고 있는 김모 원장은 “언론에서 크게 다루고 있긴 하지만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며 “직접 몸에 닿지 않아서 그런가 보다”고 말했다.

서울의 윤모원장은 “당장 환자 보고 생활하는데 바쁜데, 그런 것까지 신경쓸 여유가 없다”며 관심없다는 투로 말했다.

반면 외국병원으로 인한 앞으로의 수가 인상과 규제완화에 대한 기대감을 가진 경우도 상당수 있었다.

인천의 윤정호 원장은 “외국병원이 들어서면 국내 수가 수준으로는 도저히 운영을 할 수가 없을 것”이라며 “국내 의료계도 외국병원과 수가차를 적극 부각시켜 정부에 요구할 명분이 생긴다”고 말했다.

병원계 역시 비슷하다. 인하대병원측은 “굳이 따지자면 재정경제부의 입장에 가깝다”면서 “외국병원이 들어서면 인접한 인하대병원이 환자수에 영향을 받을 수 있겠지만 전체 보건의료계의 발전을 위해서 그렇다”고 말했다.

인의협 김정범 공동대표는 “의료계의 외국병원에 대한 찬성입장은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가 상당수 반영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규제완화가 영리법인 허용 등으로 이어져 본격적으로 자본이 투입됨에 따라 중소형의 병원과 개원가는 큰 타격에 봉착할 수 있다는 점, 민간의료보험 도입에 따라 진료의 자율권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 역시 공유하고 있었다.

장종원기자 (jwjang@medigatenews.com)
기사등록수정 일시 : 2004-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