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도시법, 세계적으로 전무후무한 재벌특혜”

  
  ”기업도시법, 세계적으로 전무후무한 재벌특혜”  
  [기업도시법 저지 위한 긴급토론회] “우리-한나라는 ‘한 가족’”

  2004-11-02 오후 4:09:35    

  

  
  2일 열린우리당이 기업도시특별법을 확정지은 가운데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는 정계,학계,시민단체가 함께 모여 정부여당의 기업도시를 맹성토했다.
  
  조명래 교수, “단물 빼 먹은 뒤 유령도시 될 것”
  
  기업도시특별법 저지 시민사회단체연대가 주최한 이날 ‘기업도시특별법 저지를 위한 긴급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조명래 교수(단국대 사회과학부)는 “일자리창출 및 신성장동력을 명분으로 내세워 추진되고 있는 기업도시특별법은 실체법이 아니라 절차법”이라면서 “이 법은 도시건설과 관련된 구역지정, 투자규제 완화, 개발권 및 개발이익 환수 등을 규정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기업도시 건설의 진정성은 기업의 혁신력과 경쟁력 창출을 위해 관련 기업들이 네트워크를 만들면서 집적하여 활동하는 신산업공간을 만드는 것”이라며 “그러나 기업도시법은 투자활성화란 미명 하에 민간기업의 부동산 개발을 유인하기 위한 특례와 특혜를 규정하는 것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 교수는 “해외 유사사례를 보면 기업도시의 진정한 성공요인은 20~30년 뒤 기술 사이클이 바뀌어도 집적한 기업들이 기술혁신을 지속적으로 추구하고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네트워크의 구축 여하에 달려있다”며 “관련법은 바로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되어야 하나 현재의 법안은 초기투자를 유인하기 위해 기업들의 부동산 개발이익을 보장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는 또 “지금과 같이 기술혁신추구형보다 지대추구형 기업도시 건설은 법 제정의 또다른 목적인 국토균형발전에도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지 못한다”면서 “기업들이 개발이익을 추구하는 것으로 기업도시를 만들려고 한다면 기업도시는 지역의 고용인력, 산업, 문화와 유기적으로 결합되지 못한 하나의 ‘개발 섬’으로 전락하게 되고, 개발이익 등이 고갈되거나 제품의 사이클이 바뀌어 경쟁력이 약화되면 기업들이 일시에 철수하여 ‘유령도시’가 되면서 지역경제에 오히려 깊은 주름살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토지수용권,토지처분권 등 세계적으로 전무후무”
  
  특히 조 교수는 “기업의 투자리스크에 따른 보상이 아니라 토지수용권, 토지처분권 등의 특권적 지위로 막대한 사익을 보장하고 실시계획 승인시 39개 법 81개 인허가를 면제시켜주는 것은 공공개발주체들도 쉽사리 누리지 못한 엄청난 특혜”라고 강조했다.
  
  그는 “해외기업도시 사례 중 민간이 도시 전체에 대해 토지수용권을 행사한 예가 없다”면서 “기업들이 기술혁신이나 기업경쟁력보다 개발이익을 남기는 데 사업적 역량을 집중시켜 산업자본이 부동산 자본에 예속되는 상황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조 교수는 ‘기업도시 건설을 추진하는 주체를 지금과 같이 토지개발이나 하는 사업시행자가 아니라 ‘도시건설공사’(가칭)와 같은 기구 혹은 기관주체로 설정해 민간과 공공의 파트너십으로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일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는 정계,학계,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모인 <기업도시특별법 저지를 위한 긴급토론회>가 열렸다. ⓒ프레시안

  김종인 의원,”발상 자체가 한심스러워”
  
  90년대초 경제수석시절 재벌들이 땅투기 차원에서 사들인 부동산을 강제환수하며 부동산투기를 단절시켰던 김종인 민주당 의원은 토론을 통해 “기업도시 발상 자체가 걱정스럽다”면서 “한국판 뉴딜 정책이라면서 사회간접자본 건설에 민간자본을 끌어들인다는 발상도 마찬가지”라고 민간자본에 의존하는 도시개발이 초래할 위험성을 지적했다.
  
  그는 “기업은 본래 수익성이 없으면 투자하지 않는다”면서 .”사회간접자본 건설에 수익성을 우선하는 민간이 건설하게 한다면 사회간접자본이라는 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인천국제공항 고속도로가 대표적 사례”라면서 “민자로 건설해 적자를 보전해주느라고 국민 부담이 오히려 더 커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우원식 열린우리당 의원도 “전문가들에 따르면 기업투자가 침체된 원인의 20~30%는 정부 규제, 70~80%는 투자수익모델 부재 탓이라고 한다”면서 “그렇다면 기업도시특별법은 정부 규제를 풀고 정부가 도시개발을 통한 투자수익 모델을 마련해주는 법이 된다”면서 기업도시법의 발상 자체에 의문을 제기했다.
  
  박재완 한나라당 의원도 “기업도시법은 민간자본을 활용한 건설경기 부양의 연장선에 있다”면서 “원할한 사업 추진과 민간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면 도시개발법이나 다른 법령을 고쳐서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정도지, 특별법으로 기업도시 개발에만 예외를 허용하는 것은 위헌 논란마저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대환 민주노동당 정책위원장은 “정부가 발표한 기업도시특별법은 한국판 뉴딜 정책과 함께 재벌특혜종합선물세트의 한 품목에 불과하다”면서 “부동산으로 경기를 부양하려는 정책은 투자와 고용을 증대시켜 경제활성화를 가져오는 효과도 있지만 한국 경제가 처한 상황에 비추어 부동산 투기 붐을 조성해 가계소비침체 및 빈부격차 심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의 뉴딜 정책의 근간은 공정한 시장거래 확립과 강력한 소득재분배가 핵심”이라면서 “그러나 정부는 재벌개혁과 조세개혁의 과제를 뒷전으로 미루고 재벌에게 특혜를 부여하는 정책에만 열중하고 있어 더 큰 경제위기의 근원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업도시특별법은 위헌”
  
  시민단체들의 성토도 이어졌다.
  
  환경정의 오성규 사무처장은 “기업도시특별법은 기업도시 건설 자체보다는 기업도시 건설에 대한 논의를 계기로 전반적인 사업환경을 개선하고자 하는 자본가들의 장기 전략의 일환”이라는 변창흠 교수의 주장을 소개하면서 “수십조원의 재원을 투자하고 민간기업에게 토지수용권과 막대한 개발이익을 주면서까지 정부가 비상하게 추진하고 있는 기업도시특별법에 대해 정부 주도의 공청회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사회적 합의를 무시한 문제를 지적했다.
  
  제주참여환경연대 이지훈 대표는 “기업도시가 도시기능에 따라 산업교역형, 지식기반형, 관광기반형, 혁신거점형 등 4가지 유형으로 나뉘어 있지만 재벌기업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은 골프장, 카지노 등을 중심으로 한 ‘관광기반형 기업도시’”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현재 관광진흥법에 의해 지정된 10개 지역 관광단지도 제대로 개발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또한 제주국제자유도시 및 인천경제자유구역 개발도 민자와 외자유치 문제로 추진이 어려운 상황이고, 남해안 관광벨트 등 관광자원개발사업 또한 사업추진도 제대로 못하고 예산만 축내고 있는 실정에서 또 다른 ‘레저관광형 복합도시계획’을 내놓은 것은 땜질식 탁상행정의 표본”이라고 비판했다.
  
  참여연대 김남근 변호사는 “헌법 제37조 제2항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려면 공공의 목적에 국한되고 개별적인 사례에만 적용되는 개벌적 법규가 아니어야 하고, 최소한의 제한에 한한다는 ‘과잉금지의 원칙.비례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사업주체인 기업에 대해서는 막대한 부동산개발이익과 공정거래법, 노동관련법, 교육관련법 등의 규제완화와 같은 크나큰 특혜를 주는 데 비해 도시개발법 등에 의한 도시개발의 경우와는 달리 기업도시특별법의 경우에는도시개발구역안의 토지소유자 등은 개발이익에 참여할 기회를 완전히 박탈당한 채 토지를 수용당할 의무만 부여돼 기업이 누리게 될 이익과 토지를 수용당할 토지소요자 등의 재산권 침해 사이에 심각한 불균형이 존재해 ‘비례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각종 문제점 지적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열린우리당, 그리고 한나라당 다수의원은 연내에 기업도시법 통과를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재벌특혜에 관한 한 우리당과 한나라당은 ‘한 가족’인 셈이다.  
    
  
  이승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