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 정부 “경제자유구역 외국병원, 내국인 진료 허용”
보건의료계, “국민 기만한 경제부총리-복지부장관 퇴진해야”
2004-11-16 오후 1:40:14
보건의료계와 시민ㆍ사회단체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경제자유구역에 외국 병원을 설립해 내국인 진료를 허용하는 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보건의료계와 시민ㆍ사회단체는 사실상 ‘의료개방’의 신호탄이자 국내 보건의료 체계의 근간을 뒤흔들 조치로 판단하고 강력 저지할 방침이어서 국회 의결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외국 병원에서 내국인도 진료 받을 수 있도록 해”
정부는 16일 오전 세종로 정부종합청사에서 이해찬 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의결했다.
재정경제부가 마련한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 병원 유치가 가능해져 외국인 및 외국법인은 경제자유구역 안에 종합병원, 일반병원, 치과병원, 요양병원을 설립할 수 있게 됐다. 또 이들 병원은 내국인을 대상으로 의료업을 할 수 있다.
2008년경 설립될 외국 병원은 현재 대략 5백~1천 병상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외국 병원과 삼성과 현대 등 국내 대기업과의 합자 형태도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국내 보건의료계에 미칠 파장이 클 전망이다.
복지부, “외국 병원 내국인 진료 허용하는 대신 공공의료 확충할 것”
그 동안 재경부 개정안에 반대 입장을 보여 온 보건복지부는 ‘경제자유구역법 개정안’이 가져올 파장을 의식한 듯 국무회의 의결과 동시에 2005년~2009년까지 총 4조원을 투입해 공공의료를 강화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복지부는 16일 오전 “범정부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동북아 중심국가 구상과 경제자유구역의 성공적 조성을 위해서는 외국 유수 병원의 유치가 필요하다”며 “대신 외국 병원의 내국인 진료 허용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공의료를 획기적으로 확충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혈액ㆍ전염병 관리ㆍ응급의료 등 필수 국가 보건의료체계를 구축하고, 국립의료원ㆍ지역 암센터ㆍ지방공사의료원ㆍ적십자 병원 등을 설립ㆍ보완해 중산ㆍ서민층에게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구체적인 계획을 밝혔다. 복지부는 또 “차상위계층까지 의료급여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도 단계적으로 실시하겠다”고 덧붙였다.
시민ㆍ사회단체, “국민 기만한 경제부총리ㆍ복지부장관 퇴진해야”
한편 보건의료계와 시민ㆍ사회단체는 재경부의 ‘경제자유구역법 개정안’ 국무회의 의결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국회 의결이 불투명한 상태다.
6개 보건의료 관련 시민ㆍ사회단체로 구성된 보건의료단체연합은 바로 반대 성명을 내고, “이번 방침은 국내 진료비의 5~7배를 받는 소수 부유층을 위한 병원을 짓겠다는 방침으로, 국내 의료체계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조치”라며 이헌재 경제부총리와 김근태 복지부 장관을 강하게 성토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여러 번 지적했듯이 이번 조치는 국내 의료 수가에 영향을 미쳐 의료비 폭증을 불러일으키고, 연쇄적인 의료기관의 영리법인화를 불러올 조치로 의료 이용의 양극화의 건강보험체계의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양대노총과 대다수 시민ㆍ사회단체들은 물론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등 보건의료계와 국내 보건의료학계 학자들까지 반대하는 법안을 이토록 막무가내식으로 통과시키는 정부가 참여정부가 맞느냐”며 “즉각적인 철회”를 요구했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복지부가 내놓은 대책에 대해서도, “복지부가 내놓은 정책은 애초 노무현 대통령이 대선 때 공약했던 사항과 참여정부 5개년 보건의료 계획에도 못 미치는 내용”이라며 “그 동안 재경부 안에 반대했던 복지부가 자신의 원칙을 저버리고 말도 안 되는 정책을 보완물로 내놓은 것”이라고 입장을 바꾼 복지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시민ㆍ사회단체와 보건의료계는 이번 ‘경제자유구역법 개정안’의 국회 의결을 막기 위해서 정치권 압박과 대국민 설득 작업을 대대적으로 전개할 예정이다.
강양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