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 경제특구 외국인병원 유치 쟁점은?

경제특구 외국인병원 유치 쟁점은 무엇

[내일신문 2004-10-26 12:42]  

시민단체 “의료이용 빈부 불균등 심화”…재경부 “경쟁통한 의료서비스 질 향상”

인천경제자유구역 내에 외국인병원을 유치하는 사업이 전면적 의료시장 개방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시민단체의 지적이 제기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건강세상네트워크나 보건의료단체연합 등은 “재정경제부가 추진하고 있는 이른바 ‘동북아 병원’ 유치 사업은 전면적인 의료시장 개방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의료비 상승에 따른 의료이용에 대한 빈부 격차가 심화되고 민간보험 도입 등으로 현 건강보험체계가 흔들릴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재경부는 “경제특구내에만 허용되는 것으로 전면적 의료시장 개방이 아니다”며 “첨단산업 유치를 위해 최고 수준의 외국인병원 유치는 필수적이다”고 밝히며 사업 강행 의지를 확인했다.

◆“한국의료 발전계획 세워야”= 권용진 의사협회 사회참여이사는 “전면적인 의료시장 개방은 우리도 반대하지만 경제특구내 외국인병원 설립은 이와 별건”이라고 규정하고 “외국병원이 들어오는 것은 국내의료계와 경쟁을 유발시켜 서로 발전하는 계기도 될 수 있다”고 조건부 찬성 의사를 밝혔다.

권 이사는 또 “다만 한국의료산업에 대한 장기적인 발전전략은 거의 없는 상태에서 동북아 병원 중심 전략만 있다”고 꼬집고 “국내 의료기술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의료발전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영리법인의 병원설립 허용 문제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단순한 선악 논리로 보는 것은 반대”라고 덧붙였다.

병원협회도 내·외국인 차별철폐와 영리법인 허용 등의 전제조건이 수용되면 재경부 방침을 받아들인다는 방침이다.

◆“의료계 스스로 서비스 질 높여야”= 이같은 주장에 대해 시민단체는 “말도 안된다”며 반박하고 있다.

조경애 건강세상네트워크 공동대표는 “의료기관의 서비스 수준은 설비로 채워지는 게 아니다”며 “우선 의료계가 스스로 서비스 수준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서비스 질을 객관화해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외국인 병원 유치에 따른 서비스 질 향상은 결국 의료비 상승으로 이어진다”며 “이는 보험수가 인상 요인으로 작용하고 민간보험 도입이 논의되어 국내 의료 체계의 근간이 흔들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우 국장은 또 “인천경제특구을 시작으로 부산과 광양, 유성 등 전국 10여곳에 외국인대형병원이 들어서면 이같은 변화가 올 수밖에 없다”며 “재경부는 궁극적으로 의료시장 개방의 걸림돌을 이번 기회에 없애려는 의도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병준 치과의사협회 치무이사는 “내국인 진료를 허용할 경우 필리핀 등 외국 치대 졸업생들이 특구 내 외국병원을 통해 국내로 들어와 진료를 하게 면허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며 반대입장을 밝혔다.

박왕용 한의사협회 정책이사도 “한방병원에 대한 규정이 없지만 이번 법안은 의료개방 단초가 돼 의료체계가 흔들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500병상 규모 최고 수준 병원 유치= 재경부는 이같은 의견대립에도 불구하고 다음달 국무회의 등을 거쳐 국회에 외국병원 내국인 진료허용 등이 포함된 경제자유구역법 개정안을 제출할 방침이어서 주목된다.

재경부가 구상하고 있는 외국인병원은 500병상 규모로 세계 유수의 우수 인력과 설비를 갖추는 것. 재경부는 “이 정도 규모가 국내 의료 체계를 흔들 수 없다”며 “경제특구법에 따른 개방이므로 확대해석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국민건강권을 중심으로 전면적인 의료시장 개방과 영리법인 허용은 반대한다”며 “좀더 다양한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범현주 기자 hjbeo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