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는 원폭피해자 2세 생존권을 보장하라
국가인권위원회는 원폭피해자 2세 실태조사 공식발표에 따른 대책을 복지부가 수립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고, 복지부는 인권위에서 빨리 ‘정책권고안’이 제출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두 국가기관에서 무책임하게 문제를 서로 떠넘기고 있는 사이 원폭피해자와 2세들은 죽음보다 더한 고통의 삶을 강요당하고 있다.
지난 2월14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원폭피해자 2세의 기초 현황 및 건강 실태조사’를 공식 발표하였다. 60년 만에 국가기관으로서는 처음이다. 국가인권위원회 발표를 보면, 원폭피해 2세들의 빈혈, 심근경색, 암 등이 일반인보다 몇십배나 높았으며, 2세 사망자 가운데 10살 미만 사망률이 52%이며 그중 60%가 원인을 알 수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조사가 발표된 지 한달이 넘었다. 그리고 국가인권위원회는 공식 발표에 따른 ‘정책권고안’을 보건복지부에 제출하지 않고 있다. 앞으로 추가조사와 공청회 등 ‘정책권고안’이 나오기까지 최소한 1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아무런 대책 없이 다시 1년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데 시급한 ‘의료원호’가 필요한 원폭피해자와 2세 환우들에게는 또다른 피해의식만 가중시키는 것이 될 것이다.
원폭피해자 정책을 직접 관장하는 보건복지부에서는 아직까지 국가인권위원회의 공식 발표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책들을 내놓지 않고 있으며 가시적인 노력조차 하지 않고 있다. 복지부에서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빨리 ‘정책권고안’이 제출되기를 기다리고 있고, 인권위원회에서는 공식 발표에 따른 대책을 복지부가 수립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두 국가기관에서 무책임하게 문제를 서로 떠넘기고 있는 사이 죽음보다 더한 고통의 삶을 강요당하고 있는 원폭피해자와 2세들은 하루속히 ‘의료원호’ 대책들이 수립되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말하고 있다.
지난 1월20일 정부는 ‘한국인 원폭 피해자 구호 1974’라는 정부 공식문서를 공개하였다. 이 문서에는 1974년 당시 보건사회부(보건복지부 전신)는 다음과 같은 한국 원폭피해자 1세, 2세들에 대한 정부 방침을 표명하고 있었다. “원폭피해자의 병상은 특수하여 외상뿐만 아니라 외부에 노출되지 않는 여러 가지 병발증을 포함하고 있어 특수치료가 필요하며 이 병은 유전성이 있어 피폭자들의 후손에 대한 건강관리도 크게 우려되고 있다.” 그리고 피해자들에 대한 치료와 재활을 위해 400병상 규모의 국립원폭전문병원을 설립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이처럼 한국 정부는 이미 원폭피해자 1세, 2세들이 후유증으로 생존권과 생명권까지 위협받고 있는 심각한 상황을 인식하고 있었으며 정부 차원의 ‘의료 원호’를 실시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후 정부는 원폭전문병원을 설립하지 않았으며 원폭피해자들에 대한 아무런 법적인 보호를 하지 않고 60년 동안 인권의 사각지대에 방치한 채 다양한 후유증과 빈곤으로 인권이 유린된 삶을 살아가도록 ‘강요’하여 왔다. 이것은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도록 규정한 헌법정신을 외면한 국가의 직무유기다. 더 나아가 질병으로 인한 빈곤의 악순환과 소외를 방치한 국가권력의 폭력이며 인권침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다양한 질병과 장애로 시급한 ‘의료원호’가 필요한 2세 환우들에 대한 ‘선지원 후규명’ 방침으로 최소한의 생존권을 법적으로 보호해야 할 것이다. 원폭 2세 환우들에게 더는 참혹한 삶을 강요해서는 안 될 것이다.
김형율/한국원폭2세환우회 대표
2005.3.28 한겨레 왜냐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