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당 문희상호(號) 출범의 의미와 전망
’실용’드라이브 예상, 정동영 대권 ‘청신호’
2005-04-02 오후 6:34:06
4.2 전당대회를 통해 열린우리당 문희상호(號)가 2년의 임기로 출범했다. 경선 과정에서 극심하게 불거진 개혁과 실용노선의 충돌, 고질적인 계파간 대립을 극복하고 재집권의 기틀을 마련해야 할 막중한 임무가 문 신임의장에게 주어졌다.
당청-대야관계 타협과 대화 강조될 듯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 4.15 총선, 신행정수도 위헌결정 등 굵직한 정치국면을 겪은 1기지도부와 비교해 이날 출범한 우리당 2기 지도부는 집권후반기에 접어든 참여정부를 뒷받침하는 역할에 비중이 맞춰져 비교적 안정된 조건 하에서 출범하게 됐다.
일단 문 의장이 그동안 보여준 성향상 우리당 2기 지도부는 중도실용노선으로의 빠른 정비가 예상된다. 투표결과 43%라는 압도적인 지지를 얻은 것도 문 의장 리더십에 큰 힘이 되고 있다. 또한 비슷한 성향의 염동연 한명숙 상임중앙위원이 문 의장의 든든한 우군으로 분류되고 있고, 문 의장과 호흡을 맞출 정세균 원내대표 역시 실용노선에 가깝다는 평을 받고 있어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명실공히 ‘실용색채’로 거듭나게 됐다.
여기에 당 의장이 지명하는 2명의 선출직 상임중앙위원에 충청권의 홍재형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어 우리당 지도부의 실용노선은 더욱 공고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 의장은 또 참여정부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 출신의 출신성향에 비춰 노 대통령 집권 후반기 구상을 적극 뒷받침하는데 당 운영의 방점을 찍고 있어 청와대와의 원만한 관계설정이 예상된다.
또한 민생과 경제입법에 주력하면서 제1야당인 한나라당과의 협력적 관계모색도 예상된다. 문 의장이 그간 국가보안법 과거사법 등 3대 법안 처리에서 야당과의 대화와 타협을 중시왔다는 점에서 대야관계에서 불필요한 갈등과 마찰은 피해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실용파 초강세 속에 재야파-개혁당파 견제세력으로
그러나 전당대회를 거치며 폭발된 당내 세력간 갈등과 반목의 조율은 문 의장 리더십의 가장 큰 암초이자 시급히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실용파와 개혁파의 긴장관계를 큰 축으로 386의원들과 개혁당파, 재야파와 386의원들 사이의 앙금 등 내홍 수준의 갈등을 치유하기가 쉽지 않아보인다.
재야파의 장영달 상임중앙위원이 ‘중단없는 개혁’을 주장하며 문 의장과 큰 대립각을 그어왔고, 개혁당그룹을 이끌고 있는 유시민 상임중앙위원도 ‘파수꾼’을 자임하며 지도부의 실용 드라이브에 적지않은 ‘안티세력’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여 문 의장으로서는 원만한 지도부 운영이 쉬운 것만은 아니다.
특히 문 의장과 유 상임중앙위원은 공히 ‘친노(親盧)그룹’이라는 별칭을 얻고 있음에도 노 대통령의 통치철학을 수용해 국정운영을 지원하는 방법론은 하늘과 땅만큼이나 차이가 크다.
또한 실용파 진영이 민주당 출신 현역의원들이 대거 지원사격을 하고있는 반면, 유 상임중앙위원은 평당원을 중심으로 하부라인의 장악도가 높아 이들 사이의 뚜렷한 온도차는 사안과 국면마다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선거운동 기간 동안 불거진 현역의원들의 공공연한 ‘유시민 비토론’과, 이에 대해 ‘개혁지도부 구성론’으로 맞선 기층당원들의 갈등은 우리당의 향후 진로에도 얼마든지 불거질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조만간 당내 화두로 떠오를 민주당과의 통합 문제에 있어 염동연 위원은 이미 공약으로 내세워 구당권파의 공감대를 얻어냈고, 문 의장도 이에 소극적이지 않다. 반면, 유시민 위원은 민주당과의 원칙없는 통합에 극히 부정적이어서 이르면 연말부터 가시화될 정계개편 논의에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개혁당그룹은 또 리더격인 유 의원을 지도부에 입성시킨 위세를 몰아 2006년 지방선거 등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기간당원의 권한과 역할 등 당원중심의 정당개혁 과제를 강도높게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현역의원 중심의 의사결정시스템에 익숙한 실용파 진영으로서는 기득권의 실추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한편 장영달 상임중앙위원이 고전을 면치못하리라던 당초의 예상을 깨고 3위로 지도부에 입성하해 재야파도 이번 당의장 경선에서 체면치레는 한 것으로 평가된다. 장 후보는 향후 실용파의 대거 등장 속에 지도부 내 소수파의 한계를 유시민 의원 등의 사안별 연대로 돌파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요컨대 문 의장을 정점으로 하는 실용파와 장영달-유시민으로 표상되는 범개혁진영의 견제 관계가 향후 열린우리당 진로를 좌우하게 되는 기본 구도가 된 셈이다.
이처럼 새롭게 재편된 역학관계 속에서 문 의장으로서는 4월 임시국회의 쟁점인 3대법안의 처리와 4.30 재보선 후보자 공천 등 현안과제를 둘러싼 세력간 갈등을 어떻게 풀어나가느냐가 리더십 연착륙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또한 내년 6월 지방선거의 승패는 문 의장이 임기 2년을 안정적으로 이끌어나갈 지 여부를 결정할 최대 관건으로 꼽힌다.
이 외에 이번 전당대회를 거치며 뿌리가 같은 노사모와 국민참여연대가 ‘개혁’과 ‘실용’으로 분화됐고, 개혁당 세력은 별도의 ‘네티즌 개미군단’을 중심으로 독자적 행보를 보이는 등 외곽조직의 이합집산도 향후 당내 세력 지형도 변화에서 눈여겨볼 대목으로 꼽힌다.
대권경쟁 불가피, 정동영 ‘판정승’-김근태 ‘체면치레’-유시민 ‘암중모색’
이번 전당대회는 또 향후 당내 대권경쟁에도 큰 지각변동을 예고했다. 선거 도중 당내 대권주자들의 이름이 공공연히 거론되는 등 대권 경쟁의 조기가열은 불가피해졌다는게 중론이다.
일단 5명의 선출직 상임위원의 성향 분포상 정동영 통일부장관을 정점으로 하는 중도실용파의 강세가 확인됐다. 정동영 통일부장관계가 문 의장을 조직적으로 지원, 이번 선거를 통해 정 장관의 대권주자로서의 당내 위상은 더욱 공고해진 것으로 평가된다.
김근태 보건복지부장관도 장영달 상임중앙위원의 지도부 입성으로 정 장관과의 대권경쟁에서 역전의 발판은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따라 김 장관측은 당장은 한명숙 상임중앙위원을 우군으로 끌어들이는 방안을 모색하는 한편 개혁당파와 적절한 선에서 정 장관에 맞선 연대전선을 구축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유시민 상임중앙위원도 비록 턱걸이 입성이긴 하지만 지도부에 진입함으로써, 새로운 대권주자로서 당안팎의 주목을 받게됐다. 더욱이 유 후보가 ‘당원중심의 정당개혁’을 모토로 “일주일에 3일간 전국을 누비며 당 하부조직을 만나겠다”고 공언, 기존의 대권주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임경구/기자
2005. 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