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구속력’ 없는 울산플랜트 노사정 합의, 박해욱 위원장 “부족하나 일터로 갈 수 있어 다행”

‘법적 구속력’ 없는 울산플랜트 노사정 합의  
  합의내용 이행 보장성 취약, 울산시 “각자 도덕성에 맡길뿐”

  프레시안 2005-05-28 오전 9:18:20      
  
  파업 71일만에 울산건설플랜트 노조 파업 사태가 마무리됐다. 하지만 27일 오후 공표된 노사정 합의안을 살펴보면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다는 지적이다. 대부분 내용들이 근로기준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하도급 법 등 기존 실정법에 준하는 내용일뿐더러, 이마저도 시행될 수 있을지 의문을 남기기 때문이다.
  
  합의내용, 대부분 실정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내용에 불과
  
  합의문에 따르면, 노사정은 근로조건, 불법다단계 하도급 규제, 조합원 채용시 불이익 금지, 노조 인정과 편의제공이 4가지 조항에 합의했다. 그러나 대부분 내용들은 노동관계법과 건설관계법에서 이미 보장하고 있는 내용들이다.
  
  예컨대 기준 근로시간을 1일 8시간, 주 44시간으로 하기로 한 조항은 근로기준법에 이미 명시된 조항이다. 재하도급을 금지한 조항 역시 예외적 경우를 제외하고 금지하고 있는 건설산업 기본법에 정하고 있다.
  
  뿐만아니라 조합원임을 이유로 채용시 불이익을 주지 않기로 했다는 조항 등은 결사의 자유를 인정하고 있는 헌법에서도 보장하고 있는 기본적 노동권과 관련되는 대목이다.
  
  이처럼 합의안에 적시된 조항들의 수준을 보면, 플랜트 노조가 그동안 주장했듯 얼마나 최소한의 요구를 했던가를 새삼 확인케 하고 있다. 또한 울산 건설플랜트현장이 지금껏 법의 사각지대였음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27일 울산시 남구 옥동 가족문화센터에서 노사정 관계자들이 박수를 치는 가운데 울산지역건설플랜트 노조의 최영근 교섭대표(왼쪽)와 사측인 대한설비건설협회 울산시 및 경남도회 김재홍 회장이 합의문을 교환한 뒤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합의내용 이행가능성 불투명
  
  문제는 이런 수준의 합의안조차 과연 건설현장에서 그대로 적용될지 여부가 매우 불투명해, 유사시 파업사태 재발이 우려된다는 대목이다.
  
  합의안에 따르면, 합의내용의 적용방식과 효력에 대해 노사정은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관련사항 논의를 차후로 연기했다. 이날 발표가 최종 결과가 아닌 ‘중간결과’라는 발표형식을 띈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합의안은 이와 관련 ▲미 타결 쟁점은 차후 실무회의에서 논의한다 ▲실무자협의회는 6월1일에 1차 회의를 갖는다 ▲대표자회의는 최종 합의때까지 지속한다 란 문구가 들어가 있을 뿐이다. 즉 협상 최종 시한, 합의 내용 미이행시 강제수단 혹은 책임소재 등과 관련된 사항은 누락된 것이다.
  
  울산시, “합의내용 법적 구속력 없다. 각 주체 도덕성에 맡길 뿐”
  
  이번 공동협의회를 주도한 최문규 울산시 경제통상국장은 이와 관련 “공동협의회 합의내용은 법적 구속력이 없다”며 “협의에 참석한 대표자들의 도덕성에 맡길 뿐”이라고 말했다. 즉 합의사항 이행 여부는 노사 양측의 도덕성에 달렸다는 설명이다.
  
  울산시 또다른 관계자는 합의타결 기자회견 자리에서 “최초로 맺어지는 사회 협약인 만큼 노사정 모두 책임있게 (합의내용을) 지킬 것”이라며 “혹시라도 지켜지지 않았을 경우를 가정해 책임 소재를 묻는 질문을 하지 말아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설명과 달리 사측의 태도는 합의 내용에 대해 별 신경쓰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김재홍 사측 교섭대표는 합의내용 이행여부와 관련 “각 업체들의 특성과 매출액 수준 등 조건이 다르다”며 “개별 노사 교섭을 통해 풀어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즉 개별 교섭 여하에 따라 이날 공동협의회에서 발표한 ‘합의내용’이 어떤 형식으로든 변화가 있을 것이란 설명인 셈이다.  
    
  
  김경락/기자  
 
울산플랜트 타결, “부족하나 일터로 갈 수 있어 다행”  
  [인터뷰]박해욱 울산건설플랜트노조 위원장

  2005-05-27 오후 6:58:43      

  
  7일 오후5시경 울산건설플랜트 노조 파업 사태 관련 노사정 ‘공동협의회’에서 최종 합의 문구를 작성하고 있는 와중에 박해욱 울산건설플랜트 노조위원장이 회의장인 ‘울산가족문화센터’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17일 영남권 노동자대회 당시 발생한 폭력사태를 이유로 수배된 이후 각종 집회 등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울산 모처에 잠적했던 박 위원장은 이날 최종 합의 임박 소식을 전해 듣고 회의장을 찾은 것이다.
  
  그동안 수배 생활과 마음고생이 만만치 않았음을 연상케할 정도로 초췌한 모습인 박 위원장은 회의장 옆 대기실에서 10분간 <프레시안>, <매일노동뉴스>, <참세상>, <프로메테우스> 기자들과 만나 그간의 심정을 밝혔다.
  

박해욱 울산건설플랜트 노조 위원장. ⓒ프레시안

  다음은 박 위원장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문 : 합의 문구 조정 순간이다. 다소 부족한 합의안으로 보이는데…
  
  답 : 우리들 대부분은 일용노동자들이다. 2달 넘도록 일을 못했으니 조합원들이 얼마나 힘들었겠나. 하루라도 빨리 현장으로 돌아가 일을 해야 하는 것이 우리들 현실이다.
  
  정확한 합의 문구는 보지 못했지만, 들어서 파악한 것으로는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일단 힘들게 싸워온 조합원들이 많이 섭섭해 할 것이다. 올해만 노동운동 하는 것도 아니고, 내년에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겠나.
  
  문 : 사실 내년도 낙관하기 힘들지 않나? 더욱이 위원장은 곧 사법처리를 받을 텐데…
  
  답 : 사법처리 받는 것은 걱정되지 않는다. 하지만 노조를 추스르는 것이 가장 답답한 문제다. 노조 간부들 대부분이 구속됐거나 수배 중이다. 17일 영남권 노동자 대회 이후에는 간단한 집회를 이끌 간부도 없어서 곤혹스러웠을 정도다. 오늘 합의 이후에 검·경이 어떻게 할 지는 모르겠지만, 과연 노조 간부가 얼마나 남아 있을지 걱정된다.
  
  일단 오늘 이후부터는 조직을 최대한 추스르는데 전력을 다할 계획이다. 노조가 결성되고 파업이 시작된 이후 공권력의 탄압이 너무 극심해 조합원들이 한껏 움츠려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오늘 이후부터는 힘이 남아있는 조합원들이 조합 활동에 나서길 바란다.
  
  문 : 70여일간 파업대오를 이끌면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뭔가?
  답 : 노조의 정당한 활동조차 방해하는 검·경의 태도였다. 파업을 준비할 때 우리는 2천 대오는 충분히 조직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파업 선언 당일부터 경찰들은 조합원들이 현장에 들어가는 것을 막았다.
  
  현장에서 조합원들을 만나 파업 동참을 설득하는 등 조직하는 작업은 정당한 노조 활동이지만, 경찰이 처음부터 저지하는 바람에 많이 힘들었다. 그 당시 경찰이 그런 무리수를 두지 않았다면 우리들 파업은 충분히 한 달 이내에 원만하게 마무리될 수 있었다.
  
  앞으로 검·경은 제발 노조의 정당한 조합활동 만큼은 보장해 주길 바란다.
  
  문 : 2달 동안 조합원들이 생활고로 많이 힘들어 하면서도, 어느 조직보다 대오를 훌륭하게 지켜냈다. 그 힘의 원천은 뭔가?
  
  답 : 우리 노조 조합원 평균 연령이 4·50대라고 말한다. 이 모든 사람들이 공사판에서 2·30년간 일하면서 쌓인 응어리를 가슴에 품고 있다. 우리들 보고 힘들었지만 어떻게 버텨냈냐고 묻는다면, 바로 가슴 속에 맺힌 응어리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문 : 마지막으로 조합원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답 : 많이 부족한 결과인 것은 분명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결코 작지 않은 성과라고 생각한다. 울산의 대 재벌들과 싸워내서 이 만큼 얻은 것은 일단 성과이기 때문이다. 서로서로 위로하길 바란다.  
    
  
  김경락/기자  

울산플랜트 타결, “부족하나 일터로 갈 수 있어 다행”  
  [인터뷰]박해욱 울산건설플랜트노조 위원장

  2005-05-27 오후 6:58:43      

  7일 오후5시경 울산건설플랜트 노조 파업 사태 관련 노사정 ‘공동협의회’에서 최종 합의 문구를 작성하고 있는 와중에 박해욱 울산건설플랜트 노조위원장이 회의장인 ‘울산가족문화센터’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17일 영남권 노동자대회 당시 발생한 폭력사태를 이유로 수배된 이후 각종 집회 등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울산 모처에 잠적했던 박 위원장은 이날 최종 합의 임박 소식을 전해 듣고 회의장을 찾은 것이다.
  
  그동안 수배 생활과 마음고생이 만만치 않았음을 연상케할 정도로 초췌한 모습인 박 위원장은 회의장 옆 대기실에서 10분간 <프레시안>, <매일노동뉴스>, <참세상>, <프로메테우스> 기자들과 만나 그간의 심정을 밝혔다.
  

박해욱 울산건설플랜트 노조 위원장. ⓒ프레시안

  다음은 박 위원장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문 : 합의 문구 조정 순간이다. 다소 부족한 합의안으로 보이는데…
  
  답 : 우리들 대부분은 일용노동자들이다. 2달 넘도록 일을 못했으니 조합원들이 얼마나 힘들었겠나. 하루라도 빨리 현장으로 돌아가 일을 해야 하는 것이 우리들 현실이다.
  
  정확한 합의 문구는 보지 못했지만, 들어서 파악한 것으로는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일단 힘들게 싸워온 조합원들이 많이 섭섭해 할 것이다. 올해만 노동운동 하는 것도 아니고, 내년에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겠나.
  
  문 : 사실 내년도 낙관하기 힘들지 않나? 더욱이 위원장은 곧 사법처리를 받을 텐데…
  
  답 : 사법처리 받는 것은 걱정되지 않는다. 하지만 노조를 추스르는 것이 가장 답답한 문제다. 노조 간부들 대부분이 구속됐거나 수배 중이다. 17일 영남권 노동자 대회 이후에는 간단한 집회를 이끌 간부도 없어서 곤혹스러웠을 정도다. 오늘 합의 이후에 검·경이 어떻게 할 지는 모르겠지만, 과연 노조 간부가 얼마나 남아 있을지 걱정된다.
  
  일단 오늘 이후부터는 조직을 최대한 추스르는데 전력을 다할 계획이다. 노조가 결성되고 파업이 시작된 이후 공권력의 탄압이 너무 극심해 조합원들이 한껏 움츠려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오늘 이후부터는 힘이 남아있는 조합원들이 조합 활동에 나서길 바란다.
  
  문 : 70여일간 파업대오를 이끌면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뭔가?
  답 : 노조의 정당한 활동조차 방해하는 검·경의 태도였다. 파업을 준비할 때 우리는 2천 대오는 충분히 조직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파업 선언 당일부터 경찰들은 조합원들이 현장에 들어가는 것을 막았다.
  
  현장에서 조합원들을 만나 파업 동참을 설득하는 등 조직하는 작업은 정당한 노조 활동이지만, 경찰이 처음부터 저지하는 바람에 많이 힘들었다. 그 당시 경찰이 그런 무리수를 두지 않았다면 우리들 파업은 충분히 한 달 이내에 원만하게 마무리될 수 있었다.
  
  앞으로 검·경은 제발 노조의 정당한 조합활동 만큼은 보장해 주길 바란다.
  
  문 : 2달 동안 조합원들이 생활고로 많이 힘들어 하면서도, 어느 조직보다 대오를 훌륭하게 지켜냈다. 그 힘의 원천은 뭔가?
  
  답 : 우리 노조 조합원 평균 연령이 4·50대라고 말한다. 이 모든 사람들이 공사판에서 2·30년간 일하면서 쌓인 응어리를 가슴에 품고 있다. 우리들 보고 힘들었지만 어떻게 버텨냈냐고 묻는다면, 바로 가슴 속에 맺힌 응어리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문 : 마지막으로 조합원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답 : 많이 부족한 결과인 것은 분명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결코 작지 않은 성과라고 생각한다. 울산의 대 재벌들과 싸워내서 이 만큼 얻은 것은 일단 성과이기 때문이다. 서로서로 위로하길 바란다.  
    
  
  김경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