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 명분에 밀려 외부자본 유입 ‘물꼬’
약사면 제약사 임원도 가능…”10년이상 약국운영” 삭제
의약계 초미의 관심사였던 법인약국은 결국 자본의 벽을 넘지 못했다.
국회 법안심사소위원회가 통과시킨 약사법 개정 법률안은 비영리법인을 영리법인으로 변경하고 다른 업종 종사자들의 약국법인 참여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당초 법안에 크게 후퇴한 것이다.
이와 함께 약국구성원 1명이상인 경우 10년이상 약국을 운영 개설한 경험이 있어야 한다는 조항도 삭제했다.
약국법인의 영리추구를 막고 설립과정도 어렵게 하겠다던 당초 의도는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해석된다. 약사회 입장에서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 된 셈이다.
직업선택 자유에 비영리 논리 안먹혀
시작은 비영리법인에서 영리법인으로 바뀌면서다.
법안심사소위는 약국법인의 성격을 당초 제출됐던 민법에 적용을 받는 ‘재단법인’ 즉 비영리법인에서 ‘상법’인 합명회사로 변경했다.
민법상 재단법인 규정을 준용할 경우 약국법인의 영리활동이 제한될 수 있고 외국의 경우 입법례가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법안심사소위 한 관계자도 “헌법재판소에서 직업선택의 자유가 침해됐다는 판결을 내렸다는 점에서 비영리법인은 약국개설의 지나친 제한을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약국법인을 합명회사로 규정한 것을 계기로 자본 참여에 대한 잠금장치는 급격하게 무너진다.
약사의 투잡스 금지 허물어져
우선 동종영업에 대한 금지규정 삭제다.
법안심사소위원회는 이날 약사법 16조 약국구성원의 업무제한과 관련 ‘구성원은 동종영업을 목적으로 하는 다른 회자의 무한책임사원 또는 이사가 되지 못한다’는 규정을 삭제하고 ‘약국법인 구성원은 다른 약국법인의 구성원이 되지 못하고’로 대체했다.
제약사, 의약품 도매업소, 유통업체 등의 진출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막이 허물어진 것이다. 약사의 투잡스가 이미 약사법에서 허용하기 때문이다.
복지부와 법조계 관계자들은 “현행 약사법에서 약사 겸직을 막을 수 있는 조항이 없는 상태에서 약국법인만 금지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이는 제약사 임원을 맡거나 도매업소의 대표인 약사의 경우 약국법인을 설립하거나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법안심사소위 한 관계자는 이 조항과 관련 “실제 모 국내제약사 회장이 약사 면허를 갖고있는 것으로 알고있다”면서 “이 조항이 삭제됨으로 인해 제약사 회장의 약국법인 참여가 가능해 졌다”고 설명했다.
당초 개정안은 동종 업종에 종사하는 약사의 법인 참여를 막았지만 법안소위 확정안은 이를 허용했다.
즉 약사인 A도매 사장이 B약국법인의 구성원이 되는 것을 막지 못한다.유통자본이 약국에 합법적으로 유입될 소지가 충분하다는 예기다.
따라서 도매나 제약업체들이 자사에 소속된 A약사를 A법인에, B약사를 B법인에, C약사를 C법인에 참여시킬 경우 위장 자본유입이 합법적이 될 수도 있다.
약사회가 내세웠던 법인약국 설립의 기본 원칙중 하나인 위장법인(제약·도매·병원·일반기업 투자 등) 진입방지에 균열이 생긴 것이다.
법안심사소위위원들은 그러나 약사의 겸직조항을 막는 것은 지나친 규제라는 입장이다.
법안심사소위 관계자는 우려되는 담합문제에 대해 “약사법에서 금지하고 처벌하는 규정을 적용하면 된다”면서 “약국법인 구성을 제한하는 것은 지나친 규제”라고 주장했다.
문경태 기획홍보실장은 “약국법인의 이사가 다른 법인의 이사로 겸직한다고 해도 제한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고 설명했다.
약국법인은 안되고 약사는 된다
개정 약사법의 문제는 동종업종에 종사하는 약사의 참여를 열어놨다는 문제점 이외에도 약국법인의 업무제한을 삭제했다는 점이다.
법안심사소위는 이날 법인약국의 업무를 제한한 업종으로 ‘의약품, 의약외품, 의료용구의 제조업이나 수입업 또는 의약품도매업’(16조의9, 업무제한) 관련 조항을 삭제했다.
같은 법 16조2의 ‘약국법인은 이 법에 규정되어 있는 약국의 개설 및 운영에 관한 사항 이외에 업무를 해서는 안된다’는 규정과 중복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약계 일각에서는 ‘눈가리고 아웅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약국법인은 의약품도매상, 제약사를 운영하는 것을 금지하지만 약국법인의 구성원인 약사는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외부 자본을 차단하기 위해선 ‘약국법인’이 아니라 ‘약국법인의 구성원’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약대졸업한 초보약사 2명이면 개설
법안심사소위는 이와함께 약국법인 구성원중 ‘1인이상의 약사는 약국을 개설하여 운영한 기간이 통산 10년이상이 자여야 한다(한약사 5년)’는 조항을 폐기 ‘약국법인은 2인이상의 약사 또는 한약사로 구성한다’로 변경했다.
이는 구성원중 최소 1인 이상은 10년이상의 약국 운영경험을 통해 약국경영의 부실을 최소화하고 책임감 있는 약국운영이 가능토록 하겠다는 취지를 봉쇄한 것이다.
또 2인이상의 약사로 구성한다는 조항도 회계(3인이상), 법무(5인이상) 등 다른 법인보다 완화된 규정이다.
약국법인은 따라서 약대를 졸업한 2명의 약사만 있으면 쉽게 구성할 수 있도록 바뀐 것이다.
한나라당 안명옥 의원은 이 조항에 대해 “약대를 졸업한 약사 2명만 있으면 약국법인을 설립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다소 의아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날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 약사법은 ‘약국법인’과 ‘구성원으로서의 약사’에 대한 애매모호 한 정의를 내세워, 도매와 제약, 유통업종 등 자본진출의 발판을 제공했다는 지적이다.
비영리법인을 근간으로 한 정성호 의원의 법안이 자본 유입을 막는 이,삼중의 잠금장치을 품고있다면 법안심사소위 결정법안은 영리법인 허용이라는 대세에 밀려 ‘자본’이라는 지뢰를 숨기고 있다.
국회 결정법안의 유일한 잠금장치는 약국개설을 약사로 제한했으며 약국수도 1곳으로 제한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의료시장 개방과 의료기관 영리법인화 문제가 본격적으로 거론된다면 ‘약사만의 1법인1약국’ 원칙이 과연 유지될 수 있을 지 미지수다.
국회는 17일 오후 4시경 보건복지상임위를 열어 개정 약사법을 심의한 뒤 빠르면 22일경 법제사법위원회와 23일 본회의를 통해 통과시킬 계획이다.
데일리팜 김태형기자 (thkim@dreamdrug.com)
기사 입력 시간 : 2005-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