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약국법인의 영리법인화를 허용하는 약사법 개정안은 폐기되어야 한다

약국법인의 영리법인화를 허용하는 약사법 개정안은 폐기되어야 한다

  - 보건복지위는 공론화과정 없이 기존 개정원안을 전면개악한 약사법개정안을 폐기하라-

  국회 보건복지위 법안 심사소위는 6월 15일 열린우리당 정성호 의원이 발의한 약국법인에 관한 약사법 개정안을 수정하여 기존 개정안의 핵심내용을 완전히 개악하였다. 약국법인 개악안은 기존의 보건복지위의 일관된 의견이었으며 시민사회단체의 요구사항이었던 약국법인의 비영리법인 규정을 영리법인화 허용으로 변경하였고 약국 도매상과 제약회사, 병원 등이 약국법인을 겸업할 수 없도록 하는 제한 규정을 삭제하였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러한 중대한 법제도의 변화가 아무런 사회적 공론화 과정 없이 일개 국회전문위원의 개정제안으로 법안 심사소위를 단 하루만에 통과했다는 사실이다. 의료연대회의는 법안심사소위에서 개악된 이번 약사법개정안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이 개악안의 전면폐기를 요구한다.

  첫째 이번 개악안의 최대의 문제는 법인약국의 형태를 비영리법인에서 영리법인으로 바꾼 것이다. 영리법인은 자본의 수익을 최대의 목표로 한다. 따라서 약국법인을 영리법인 형태로 허용하는 것은 약국이 국민의 건강을 위해 봉사하는 기관으로서의 최소한의 역할까지 포기하게 만드는 조치이며 약국을 영리추구기업체로 만드는 것이다. 문제는 그 이익의 추구가 국민의 건강을 직접적으로 침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불필요한 약의 과소비 유도나 고가약의 권유 등 영리법인화로 인해 나타나는 수익성의 추구는 곧바로 국민건강에 대한 침해로 드러날 것이다.

  둘째 이번 개악안은 사실상 대형약국과 프랜차이즈형태의 약국을 매우 노골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물론 약사 몇 명이 동업형태로 영리법인약국의 자금을 조달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는 자금이나 경험면에서 유리한 입지를 가지고 있으며, 투자에 비례하여 더 큰 이익을 환수할 수 있는 도매업체나 제약업체가 약국에 진출하는 것이 더욱 현실적으로 예상되는 모습이다. 이번 개악안은 도매업체와 제약기업이 약국을 직접 열 수 있는 방안을 합법화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도매업체와 제약자본이 위장자본의 형태로 사실상의 체인약국을 경영할 수 있는 길을 실질적으로 열어준 것과 마찬가지다. 현재 재계에서 의료기관의 영리법인화를 주장하는 이유는 비영리 법인이 자본의 이익환수 및 이익창출에 장애가 되기 때문이다. 비록 약국의 규모가 의료기관보다는 작으나 프랜차이즈의 형태로 “규모”를 “수”로 보완할 수 있으므로 약국 도매상이나 제약회사의 자본참여는 필연적일 것으로 판단된다. 이렇게 되면 이 약국들은 특정 병원들과의 담합을 광범위하게 실시하거나 특정 제약사의 고마진 의약품을 집중적으로 판매하는 등의 영리추구행위를 노골화 할 것임은 불을 보듯 명확하다.

  셋째 약국의 영리법인화 허용은 동네약국의 몰락을 초래하여 국민들의 약국접근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것이다. 도매상과 제약자본이 직접 경영하는 대형약국과 사실상의 체인약국들이 중심적 약국이 되면 현재도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동네약국들은 몰락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게 된다. 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현재에도 1일당 처방전 조제 30건수 미만의 영세약국이 전체 약국의 6700개소로 1/3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약국을 영리법인화한 노르웨이의 경우 지방약국이 대거 몰락하였다. 약국의 영리법인화는 노르웨이의 예처럼 동네약국의 몰락을 초래하여 국민들의 약국 접근권의 침해를 초래할 것이다.

  우리는 이처럼 중대한 영향을 미칠 약국법인의 비영리법인규정과 겸업금지규정의 폐지가 아무런 사회적 공론화의 과정도 거치지 않은 채 법안 심사소위에서 일개 국회전문위원의 개정제안으로 단 하루만에 이루어지는 상황을 보며 경악을 금할 수 없다. 참여연대, 경실련, 여성단체연합, 민주노총 과 의료연대회의 참여단체 등 52개 시민사회단체들은 5월 18일 의료기관의 영리법인 허용에 분명한 반대입장을 기자회견을 통해 표명한 바 있고 이에 보건복지부는 의료기관의 영리법인 허용은 검토대상일 뿐이며 충분히 공론화 과정을 거칠 것임을 약속한 바 있다. 또한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등의 정당들도 의료기관의 영리법인 허용을 자신들의 당론으로 채택한 바가 전혀 없다. 현재 의료기관의 영리법인 허용이 이제 겨우 사회적 쟁점으로 논의가 시작되고 있는 이 시점에, 같은 보건의료기관인 약국의 영리법인화를 허용하는 법안을 단 한번의 공청회도 거치지 않고 보건복지위에서 의결을 위한 심의를 한다는 것은 국민의 기본적인 참정권을 완전히 무시하는 행위이며 국회 보건복지위 스스로를 모욕하는 행위일 뿐이다.    

  현재 의료기관은 의료법에서 비영리기관으로 규정되어 있고 약국 또한 마찬가지이다. 이는 보건의료분야의 공공성을 규정하는 가장 기본적인 규정이다. 약국법인은 비영리법인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은 국민건강에 대한 침해가 드러날 수밖에 없다. 약국의 영리법인 허용과 겸업금지조항삭제는 보건의료의 공공성을 심각하게 해치는 규정으로 결코 허용되어서는 안된다. 아무런 사회적 공론화의 과정도 거치지 않고 기존의 원안을 전면적으로 부정하여 졸속으로 결정된 이번 약사법 개악안은 전면 폐기되어야 마땅하다. 우리는 국회 보건복지위가 최소한의 이성을 되찾기를 바란다.

2005. 6. 17
의료연대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