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C: 뉴시스
[정부 ‘AI 기본의료’와 ‘지역‧필수‧공공의료’ 전략 발표에 대한 논평]
어제(22일) 정부는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 추진전략’과 ‘AI 기본의료 전략’을 발표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지역‧필수‧공공의료 간담회’에서다. 임기 1년을 막 지난 이재명 정부가 의료 붕괴에 대한 나름의 해법을 내놓은 자리였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미흡한 데다 우려스러운 내용들이 발표되었다.
정부가 내놓은 정책 중에는 환영할만한 것도 있다. 비수도권 지역거점공공병원 모든 병동에 간호간병서비스 제공, 공공병원 3곳 이전·신축과 10곳 신축 언급, 공공보건의료원 설립 계획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크게 부족하다. 공공병원 신축은 지방정부와 협의하겠다고 했는데, ‘협의’만 하다가 임기를 다 보낼 생각이 아니라면 구체적 계획과 예산으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특히 공공병원에 경제성 잣대를 들이미는 예비타당성조사를 폐지해야 하는데 정부는 그럴 의지를 보여주지 않았다.
또 공공의료 확충을 위해선 충분한 재정이 필수적이다. 기획예산처는 ‘지역필수의료특별회계’ 1.2조 원을 기존 사업으로 돌려막기하려 하는데, 이를 신규 예산으로 전액 투입해야 한다는 요구에 대해서도 이날 정부는 응답하지 않았다. 이날 간담회에서 각계 의료 현장의 보건의료인들이 인력 부족을 호소했는데, 정부는 공공인프라를 크게 늘리고 인력을 충원할 대책을 발표하지 않았다.
오히려 국립대병원을 육성하겠다면서 AI, 스마트병원, 로봇 의료 등을 결합하고, 지역필수공공의료에 AI를 접목하겠다며 잿밥에만 눈독을 들이는 ‘지역·필수·공공의료’를 발표했다.
큰 틀에서 ‘‘지역‧필수‧공공의료’ 대책은 수가 인상 등 그간의 민간의료 보상 강화 중심 정책을 재탕한 반면, 오히려 새롭고 더 강조된 발표로 느껴진 것은 인공지능(AI)이었다.
정부는 의료 위기를 해결할 대책으로 ‘AI 기본의료’를 내세웠다. 그런데 그 내용은 당황스럽다. 대표 사례로 정부는 응급실 뺑뺑이 해결책이라며 ‘AI 응급이송플랫폼’을 제시했다. AI가 환자의 중증도를 자동으로 분류하고 가장 적합한 병원을 추천해 이송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응급실 뺑뺑이의 원인이 중증도 분류 미흡 때문인가? 환자 분류는 지금도 미흡하지 않고, 문제의 원인도 아니다. 병목은 병원에 환자를 받아 치료할 전문의와 진료 역량이 부족하다는 데에 있다. 현실과 동떨어진 엉뚱한 기술을 앞세운 것이다. 또 정부는 영상판독 보조 AI 등을 동원하면 동네 보건소와 의원을 대학병원급 진료 수준으로 만든다는 발표도 했다. 어처구니없는 과장이다.
현재 의료 현장의 AI는 규제 완화의 산물인 ‘선진입’ 기술로, 단 하나도 검증된 것이 없다. 설령 아무리 잘 작동하는 AI라도 지역마다 병원이 부족하고 인력이 부족해 생기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250개 시군구 중 77곳에 분만실이, 34곳에 응급실이 하나도 없는 현실을 개선하는 데 모든 재정과 역량을 투여해야 할 정부가 기업의 돈벌이를 위해 검증되지도 않은 ‘AI 패키지’를 나눠주겠다는 둥 헛물을 켜고 있는 것이다. 공공병원에 필요한 것도 충분한 재정과 인력 충원이지 ‘인공지능 전환’이 아니다.
‘AI 기본의료’는 의료 영리화에 다름 아니다. 병원에 깔겠다는 AI 기술은 기업의 상업 인프라이고 검증도 되어 있지 않은데 정부는 어떻게든 규제를 뚫어 시장을 창출해 주려는 데 혈안이 돼 있다. 정부는 앞으로 이런 기술들에 재정 보상을 강화하겠다고도 발표했다. 또 정부는 AI 기술을 육성하겠다며 환자 정보를 기업에 넘겨주는 ‘디지털헬스케어법’을 제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법이 통과되면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 성폭력 피해 정보, 임신과 출산과 유산, HIV 감염 같은 민감한 우리의 의료 정보까지 기업에 넘어갈 수 있게 된다.
정부는 정작 공공병원과 인력을 늘리고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면 확실히 살릴 수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제쳐두고, AI 환상을 부추겨 왔다. 올해 보건의료 예산 증액분은 5,148억 원이었는데, 이 중 의료 AI 산업을 위해 증액된 액수만 1,189억 원 이상이었을 정도로 정부는 AI에 몰아주고 있다. ‘3대 메가 프로젝트’ 등 AI에 다걸기 하는 정부 정책이, 어제 발표를 시작으로 보건의료 부문에도 본격 적용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내년도 예산이 100조 원 가까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진정으로 ‘어디 살든 제대로 치료받는 모두의 의료보장’을 이루려면 늘어난 예산을 적극 활용해 공공병원과 인력을 확충하고, 건강보험 보장성을 높여야 한다. 어제 이재명 대통령이 언급했듯, 건강보험 국고지원을 정부가 제대로 하지 않고 국민들에게 떠넘기고 있던 문제도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정부는 AI를 빌미로 한 의료 영리화가 아니라 공공의료 확충으로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한다.
2026년 7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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