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민간의료보험 보장 현실성 없다

민간의료보험 보장 현실성 없다

발생빈도 높은 뇌경색 보험금없거나 찔끔
돌연사 급성심근경색증 터무니없는 요건

김영순(66·서울 은평구)씨는 지난 2002년 ‘열공성 뇌경색증’이란 진단을 받았다. 한동안 입원치료를 받은 그는 지난해 6월 보험사에 보험금 지급을 청구했다. 그러나 해당 보험사는 가벼운 뇌졸중이므로 보험금을 지급해 줄 수 없다고 답했다. 이에 김씨는 보험소비자협회에 자문을 구하는 등 피해구제에 나섰다.
민간의료보험 상품에 대한 민원과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현행 민간의료보험 상품의 상당수가 보장성이 취약할 뿐만 아니라 되레 가계에 불필요한 부담만 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충북대 의대 이진석 교수팀은 19일 최근 발간한 ‘민간의료보험 실태와 영향분석’이란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국내 판매상품 대부분 해당

‘뇌경색은 오케이, 뇌출혈은 노’= 이 보고서를 보면,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는 민간의보 상품 상당수가 발생 빈도가 높은 질환을 보장 항목에서 아예 빼거나 적은 보장만을 해주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뇌졸중. 민간의보 상품 상당수는 약관에서 뇌졸중을 뇌출혈과 뇌경색으로 나눠놓고 뇌출혈만 보장하거나, 뇌출혈 이외의 뇌졸중에 대해서는 아주 적은 보험금만을 지급하고 있다. 흔히 중풍이라 불리는 뇌졸중은 그 원인이 뇌경색인 경우가 뇌출혈인 경우보다 많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03년 자료를 보면 뇌출혈 환자는 한해 7만560명에 이르지만, 뇌경색은 그보다 4배 가량이 많은 28만4819명에 이른다.
2005년 4월 현재 기준으로 국내 ㅅ보험 상품의 경우, 뇌출혈은 입원 1일당 계약보험가입금액의 2.0%를 입원급여금으로 지급하는 반면 뇌경색은 1.0%만 지급한다고 규정해놓고 있다. 국내 ㄱ생명이나 외국계 ㄴ생명은 아예 뇌출혈에만 국한해서 진단급여를 지급한다고 규정해 놓고 있다. 사실상 뇌경색의 경우에는 보험금 지급을 해주지 않는 것으로 약관에 명시해 놓은 것이다.
최근 늘고 있는 돌연사의 상당한 원인인 급성 심근경색증의 약관도 소비자들에게 지나치게 불리하거나 까다롭다. 급성 심근경색증은 심장근육에 피를 공급하는 혈관이 갑자기 막혀 허혈 또는 저산소증으로 환자를 사망케 하는 질병이다. 보험사들은 여러 보험상품에서 이 질병에 대해 특약 등의 형태로 일반 사망보다 고액의 보험금을 보장해 준다면서도 약관에는 이 질병의 확정진단 요건으로 심전도·초음파·관상동맥촬영술·심장효소검사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돌연사의 많은 사례가 병원 도착 전에 환자가 숨지는 일이 빈번한 만큼 이같은 진단 요건을 갖추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 때문에 급성 심근경색증으로 사망해도 이로 인한 보험금을 받지 못하고 단지 일반 사망보험금만 받는 사례가 빈번하다.

빈약한 보장에 경제적 부담은 건강보험의 2배= 의학기술의 발전으로 같은 질환에 대해서도 다양한 치료법이 있지만, 현행 민간의보 상품의 약관 규정은 이런 변화를 담지 못하고 있다. 또 국내 주요 보험사들의 의보상품 지급 기준으로 사용하는 수술분류표도 여전히 지난 80년대 일본의 수술분류표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실상은 보험사와 소비자들간의 분쟁으로 이어져 지난해 보험 관련 민원은 4만5401건이나 됐다. 이는 2003년 3만3144건에 견줘 37%나 늘었다고 금융감독원 소비자보호센터는 밝혔다.

수술분류표’ 80년대 일본 것

이 교수팀이 전국 만 20살 이상의 성인남녀 938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종신보험특약이나 연금형태의 가입자를 뺀 민간의보 가입자들의 월평균 보험료는 평균 9만3300원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월 평균 국민건강보험료는 8만2백원이며, 2004년 국민건강보험 전체 가입자들의 월평균 보험료는 직장가입자의 경우 4만9675원이다.
이진석 교수는 “현재의 민간의보 상품은 ‘국민건강보험의 취약한 보장성을 보완’한다는 목적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고 불필요한 경제적 부담만 높이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합리적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의보상품 정보 제공이 획기적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 이창곤, 김양중 의료전문 기자  gon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