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팜“민간보험, 가입 쉽고 지급 까다롭다”

“민간보험, 가입 쉽고 지급 까다롭다”

강창구 연구원(건강보험연구센터)

개인실손형보험 판매가 허용되는 등 민간보험 시장이 급성장할 발판이 마련된 가운데 이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대병원이 건강보험 상담창구 개설을 거부한 뒤 얼마 있다 삼성생명 상담창구 개설을 허가해줘 여론에 뭇매를 맞기도 했고, 급기야 병원노조의 반발에 부딪쳐 계약만료시까지 철거토록 노력하겠다는 노사합의문을 작성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얼마 전에는 보건시민단체들이 삼성이 공보험 체계를 무너뜨리고 삼성생명과 삼성의료원을 중심으로 한 의료체계로 재편하려 하고 있다고 기자회견을 통해 폭로했다.

삼성생명 측에서 시민단체들이 근거로 제시한 전략보고서는 강의자료 였다면서 해명에 나서 내부문서 진위논란으로 비껴갔지만, 시민단체들은 보고서의 형식문제를 제기해 본질을 숨기지 말라고 곧바로 논박했다.

정부의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가 곧 실체를 드러낼 것으로 알려져 국내 의료산업화와 이에 따른 민간보험 시장규모는 하루가 다르게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이에 반대해 공보험 체계 확립과 강화를 요구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의 요구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이 민간보험을 둘러싼 끊이지 않는 논란과 충돌이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센터가 발주한 민간보험 현황 조사 보고서가 나와, 연구에 참여한 강창구(45) 연구원으로부터 국내 민간보험의 현황과 문제점에 대해 들어봤다.

“민간보험을 덮어놓고 비판하기 위해 시작한 작업이 아니다. 민간보험에 대한 말들은 많은 데 실제 구체적인 실태파악이 안됐고 시장규모도 연구자들마다 제각각 이었다. 이번 기회에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고 문제점을 점검한 뒤 건강보험의 발전방향을 모색해보자는 차원에서 기획됐다”

강 연구원의 소개처럼 이번 보고서에는 국내 민간보험 시장규모와 실태, 문제점, 개선방안 등이 상세히 수록돼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는 “민간보험 시장은 이미 공보험의 절반수준까지 육박해 있고, 그 성장 속도가 급속도로 빠르게 가속이 붙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예상했던 대로 보장성은 보험사가 홍보하고 광고하는 것보다 훨씬 취약했다”고 말했다.

TV나 신문광고를 보면 마치 수천가지 질병을 다 보장한다고 떠들어 대고 있지만 실제 약관을 검토해 보면, 다질환 질병이나 급여비가 많이 소요되는 질환 등은 교묘히 빠져 있어 환자들이 결정적으로 필요로 할 때 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

일례로 뇌졸증의 경우 질환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뇌경색은 보장하지 않고 24% 수준인 뇌출혈만 보장하는 보험사가 많지만 마치 뇌졸중 전체를 보장하는 것처럼 보험상품을 소개하는 방식이다.

강 연구원은 설계사들이 직접 보험 세일즈에 나서는 소위 전통적 판매방식보다 인터넷 공간이나 케이블TV, 텔레마케팅 등을 통한 신채널 상품이 보장성이 더 취약한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인거비나 관리 비용이 줄어들기 때문에 더 싸면서 보장성은 그대로라는 편견을 갖지 말라는 것.

그는 국내 민간보험의 근본적인 문제점으로 ‘가입은 쉽고, 지급받기는 까다로운’ 구조를 들었다.

따라서 민간보험에 대한 사회적 규제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 연구원은 밝혔다. 외국에서 처럼 최소 지급율을 마련해 적정규모의 지급을 강제할 필요가 있다는 것.

또 유사한 보험상품이 너무 많아 혼란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정보를 쉽게 제공하기 위해 ‘표준상품제도’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물론 현재 규정이 있으면서도 제대로 안 지켜지고 있는 금감원법과 보험업법 등에 명시된 비교공시 규정 등을 강제화하는 것도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

강 연구원은 “많은 국민들이 민간보험이 미래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막연한 환상을 갖고 있지만, 결국 지급단계에서는 많은 장벽에 부딪치는 사례가 많다”면서 “결국 공보험 체계를 강화하고, 보장성을 현재 수준보다 더 확대하는 방법밖에는 대안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서는 공보험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와 그에 따른 정부의 적절한 보장성 강화 정책이 수반돼야 함은 물론이다.

최은택기자 (etchoi@dreamdrug.com)

기사 입력 시간 : 2005-09-20 06:45: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