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산업화 “이윤이냐 공공성이냐” 논란
정부 선진화위원회, 출범 초부터 해체 요구에 ‘만신창이’
|뉴스분석| 의료산업선진의원회 출범
정부가 의료산업 발전과 의료제도 개선방안 마련을 위해 출범시킨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가 출범 초기부터 암초에 부딪쳤다.
정부는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의료산업을 지목, 산업발전과 국민의 질 높은 의료이용 보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복안이지만, 시민사회단체들은 의료이용 보장은커녕 그렇지 않아도 미미한 공공의료 체계가 아예 붕괴될 위험에 처해질 것이라며 위원회 해체를 요구하고 나선 것.
* 관련기사 *
• 경실련·참여연대도 의료선진위 해체 촉구
• 시민사회단체 “의료선진위 해체” 한목소리
• 대통령 직속 ‘의약품·의료산업’ 기구출범
의료산업화를 둘러싼 논쟁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경제자유구역내 외국병원 유치와 의료기관 영리법인화·내국인 진료 허용 등을 두고 정부와 시민사회단체는 그동안에도 숱하게 힘겨루기를 해왔던 터다.
그러나 시민사회단체들은 정부가 그동안 추진해 온 이윤 중심의 의료산업화 정책이 선진화위원회를 통해 이제 본격화 될 것이라면서 전면 대응을 모색하고 있어 논란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국무총리서 6개 부처장관, 황우석·노성일 집결
대통령 직속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위원장 이해찬 국무총리)는 총리와 재경·교육·과기·복지·산업자원·기획예산처 장관, 국무조정실장, 대통령비서실장, 대통령 보건복지특보 등 이 분야 핵심요직 정부위원 10명이 대거 참여하는 것만 봐도 정부가 얼마나 의료산업화에 목을 메고 있는 지를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민간위원 중에도 한국을 대표하는 과학자로 전매특허된 황우석 박사와 미즈메디병원 노성일 이사장이 참여하는 등 쟁쟁한 산업화 전사들이 포진돼 있는 게 사실.
선진화위원회는 5일 열린 첫 모임에서 ‘의료산업발전소위원회’와 ‘보건의료서비스제도개선소위원회’를 구성하고, 각각의 위원장에 연세대 의공학과 윤형로 교수와 서울대 김용익 교수를 선임했다.
또 산하에 정부와 학계, 연구기관, 의약단체가 참여하는 의약품, 의료기기, 첨단의료복합단지, 의료연구·개발, 의료제도개선, e-헬스 6개 분야 전문위원회를 별도로 구성, 운영키로 했다.
따라서 중앙위원회와 소위원회에 이어 조만간 분야별 전문위원회 구성이 완료되면, 6개 분야별 의제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 된다.
시민사회단체 “국민건강을 기업 이윤과 맞바꾸려는 것”
그러나 경실련, 참여연대, 건강세상네트워크, 보건의료단체연합, 의료소비자시민연대, 의료연대회의, 보건의료노조, 사회양극화해소국민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이에 대해 일제히 성명을 내고, “국민건강을 기업 이익과 맞바꾸려는 것”이라며 선진화위원회 해체를 촉구하고 있다.
이들 단체들은 정부의 의료산업화 정책 자체가 의료의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공보험 체계를 파탄 내는 반국민적 기도라고 비난했다. 또 의료기관 영리법인 허용, 건강보험당연지정제 폐지, 의료광고 범위 확대, 민간보험 활성화 등 공공의료의 근간을 뒤흔들 의제들이 상정되는 선진화위원회는 ‘보건의료 기업 민원해소 위원회’에 불가하다고 비판했다.
설사 위원회의 의제가 내부적으로 논란이 될 수 있다 할지라도 민간위원 구성 자체가 의약단체장이나 제약기업, 의료개방을 주창한 대형병원장 등으로 대거 채워진 마당에 공정한 의사결정을 기대하기에는 애초부터 불가능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위원회 해체와 산업화정책 철회만이 대안이라는 것.
이들 단체들은 특히 산업화 정책의 기수로 삼성서울병원 이종철 원장과 미즈메디병원 노성일 이사장을 지목했다.
또 의료장비업체인 크리스탈지노믹스와 리스템, 제약사인 동아제약과 종근당 등 보건의료 산업체 대표가 참여한 가운데서 공공의료를 운운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게 이들 단체들의 주장이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선진화위원회가 다루려는 의제 자체가 반국민적인 것이며 민간위원 구성도 지나치게 편파적이다”면서 “다른 시민사회단체와 논의를 거쳐 정부의 의료산업화 기도를 철회시키도록 강력히 맞설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참여 안하고 외부에서 흠집만 낼 거냐”
정부 관계자는 그러나 “미리 방향을 결정 해놓고 논의를 시작하는 게 아니다. 위원회에 참여는 안하면서 외부에서 음해하고 흠집 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논박했다.
총리실은 실제로 참여연대와 건강세상네트워크 등 여러 단체에 위원회 참여를 제안했으나, 녹색소비자연대와 소비자시민모임 두 곳만이 참여의사를 밝혔을 뿐 나머지 단체는 거절했었다.
참여연대의 경우 제안서가 들어오자 곧바로 거부의사를 밝히고 정부의 의료산업화 정책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 정책은 충분한 논의를 통해 긍정적인 부분은 살리고 부정적인 부분은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추진되는 것이 기본”이라면서 “선진화위원회도 외부의 우려에 적극 귀 기울이고 충분히 숙고해 탄력적으로 다뤄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시모 김재옥 회장도 “선진화위원회는 이제 막 구성됐을 뿐 하나도 만들어진 게 없다”면서 “공공의료 훼손 운운하는 것은 너무 성급한 판단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김 회장은 “총리실에서 먼저 제안이 들어왔지만, 정부의 특정정책을 지지해서가 아니라 소비자들에게 이익이 되는 쪽으로 정책방향이 만들어지도록 소비자단체로서 나름대로 역할을 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정책결정 과정에 참여하지 않고 바깥에서 비판의 날만 세울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참여해 국민 전체에 이익이 되는 쪽으로 방향을 끌어당기는 편이 낫다는 것.
보건노조 “영리법인 개정안 나오기만 해라” 총파업 엄포
선진화위원회를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과연 위원회에서 논의되는 의제들이 정부 주장처럼 실제 의료산업발전과 국민의 질 높은 의료이용을 담보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지만, 시민사회단체들은 단호하게 ‘NO’라고 답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의료산업화의 공익성과 당위성을 국민들에게 설득하고, 논의 자체를 철저히 공개하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는 한 시민사회단체들의 반발은 앞으로 더 커졌으면 커졌지 잦아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보건의료노조는 아예 의료기관의 영리법인화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국무회의에 상정되면 총파업에 나설 것이라고 표명하고 있다.
결국 정부와 시민·사회·노동단체간 대결구도가 더욱 심화될지, 아니면 합리적인 논의구조가 마련될지는 전적으로 정부의 노력여하에 맡겨진 셈이다.
데일리팜 최은택기자 (etchoi@dreamdrug.com)
기자 블로그 : blog.dreamdrug.com/choi1917
기사 입력 시간 : 2005-10-07 07:14: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