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um 의료보험 없어 끙끙 앓는 미주 한인들

의료보험 없어 끙끙 앓는 미주 한인들  

보험료 한 달에 30~50만원으로 비싸 LA 한인 30%가 가입 안해…”아파도 병원 못가요”  

미디어다음 / 윤준호 프리랜서 기자  

미국 LA 코리아 타운에 사는 한 모씨(41)는 최근 충치로 고통을 받고 있지만 병원에 갈 엄두를 못 낸다. 의료 보험이 없기 때문이다.

한씨는 의료보험 없이 치과에 갈 경우 치료비가 보통 수 천 달러(한화로 수 백 만원)는 나올 것을 잘 알고 있다. 그 정도 목돈을 한꺼번에 지출할 여유가 없는 한씨는 할 수 없이 약국에서 구입한 진통제로 버티고 있지만 치통이 낫지 않을 까봐 걱정이 크다.

LA 인근 버뱅크에 사는 이모씨(43·여)도 최근 몸살로 거의 한 달을 시달렸지만 병원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씨 역시 의료보험이 없다.

자영업을 하는 남편의 사업이 신통치 않아 의료보험에 가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건강이 그다지 좋지 않은 이씨는 일년에 한 두 번 크게 앓아 눕지만 많이 아프더라도 병원에 못 가고 말 그대로 ‘몸으로 때우고’ 있다.

미국은 세계 최고의 의료수준을 가진 나라지만 동시에 살인적으로 비싼 의료비로도 유명하다. 의료보험이 없는 일반 환자가 사나흘 정도 입원 치료를 받으면 보통 병원비로 수 만 달러(한화로 수 천 만원)는 족히 나온다. 웬만한 통원 치료 두 세 번만으로도 수 백 달러의 병원비를 내야 한다.

한국과 달리 국민 의료보험이 없는 미국은 개인이 알아서 의료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의 경우 직장에서 가입하는 단체 의료보험에 참여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스스로 의료보험료를 매달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의료보험료가 상당히 저렴한 편인 한국과 달리 미국의 의료보험료는 일반인들이 부담하기엔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다. 직장에서 단체로 가입하는 경우가 가장 저렴하다고 하지만 4인 가족이 제대로 혜택을 받을 만한 보험에 가입하려면 단체 보험의 경우도 매달 보험료가 300~400달러(약 30~40만원)은 족히 된다.

그렇지 않을 경우 개인이 의료보험을 따로 구입해야 하는데 4인 가족이 단체보험과 비슷한 수준의 보험에 가입하면 매달 적어도 500~600달러(약 50~60만원) 정도의 보험료를 내게 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의료보험에 가입하지 않고 그냥 버티는 한인들이 적지 않다. 특히 미주 한인들의 대부분이 직장 보다는 세탁소나 청과업, 주류판매상 등 소규모 자영업에 종사하고 있어 의료보험이 없이 사는 사람이 상당히 많다.

최근 UCLA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LA 지역 한인들의 28.9%가 의료보험에 가입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회복지 혜택에 따라 정부보조 의료보험 프로그램에 가입할 수 있는 65세 이상 노인층과 어린이 및 미성년층을 제외한 만 19세에서 64세까지 성인들의 무보험률은 무려 37.2%에 달했다.

의료보험이 없이 생활하는 것은 매우 심각한 결과를 빚기도 한다. LA 인근 라크레센타에 살던 김 모씨는 재작년까지 형편이 어려워 의료보험에 가입하지 못했다. 평소에 소화가 잘 안되고 속이 거북했지만 병원에 갈 엄두가 나지 않아 그냥 버텨왔다.

다행히 지난해 초 의료보험이 되는 직장에 취직이 돼 병원에 찾아갔다. 하지만 김씨는 병원에서 상상치도 못하던 충격적인 진단을 받고야 말았다. 위암 말기. 김씨는 지난해 6월 세상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