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유엔.WHO 총장, 조류독감 전세계 당면 화두 >
(제네바=연합뉴스) 문정식 특파원 =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과 이종욱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조류독감을 당면한 세계의 `화두’라고 말하고 각국이 재앙을 막기 위해 힘을 모을 것을 촉구했다.
아난 총장은 6일 제네바의 WHO본부의 지하에 설치된 전략운영센터(상황실)을 방문, 관계자들로부터 조류독감이 향후 전세계적 역병으로 확산될지 모른다는 보고를 들은 뒤 전세계가 대비 태세를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아난 총장이 WHO의 신경중추를 찾은 것은 조류독감이 재앙으로 번질지 모른다는 우려를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아난 총장은 최근 WHO 고위 관리인 데이비드 나바로 박사를 유엔의 독감(인플루엔자) 담당 조정관으로 임명한 바 있다.
이 총장의 안내로 상황실에 도착해 1시간 가량 브리핑을 들은 아난 총장은 최근 조류독감의 피해가 늘어나고 있는 인도네시아 주재 WHO 사무소장을 화상시스템으로 연결해 현지 실태를 보고받았으며 본부 차원의 대책을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맹위를 떨칠 당시 가금류의 대거 도살을 결행한 마거릿 첸 사무차장은 인간과 동물에 공히 해당하는 전염병의 위험이 초래된 것은 지난 1968년 이후 처음이라며 심각성을 강조했다.
아난 총장은 상황실 방문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감명을 받았다”면서 이 총장의 지도력에 사의를 표시했고 이 총장은 유엔 총수가 지대한 관심을 보여준데 크게 고무됐다고 화답했다.
아난 총장은 다만 WHO가 지적한 대로 “일부 국가들은 준비가 미흡하다. 일부 국가들은 분명 안이한 듯하다”고 말하고 “이런 국가들을 파악해 도움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아난 총장의 이 같은 언급은 WHO의 192개 회원국 가운데 40개국 정도가 비상계획을 마련해놓고 있고 충분한 백신을 비축한 것은 30개국 정도로 파악되고 있지만 모두가 선진국들 뿐이라는 첸 WHO 사무차장의 설명으로도 뒷받침된다.
첸 차장은 백신의 생산 능력이 제한적인 실정이며 특히 여건이 불비한 빈국들에 백신의 공급을 확대하기 위한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WHO가 조류독감에 유효하다고 판정한 백신은 현재 스위스의 로슈가 독점적으로 생산하고 있지만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들이 경쟁적으로 비축에 나서고 있어 실질적으로 조류독감 위협에 직면해 있는 아시아 국가들에는 부담을 주고 있는 상황.
아난 총장은 백신 수급상의 문제점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부국은 물론 빈국들도 필요한 백신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하고 제약회사들의 특허권이 빈국 지원에 장애가 돼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아난 총장의 특허권 관련 발언은 정치적으로 의미는 있지만 이 문제가 또다른 유엔 기구인 세계무역기구(WT0)의 TRIPS(지식재산권 관련 무역협정) 협상에서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만큼 쉽게 해결될 성질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국경 없는 의사회’를 비롯한 인도주의 단체들은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개도국 제약회사들에 에이즈를 포함한 주요 질병을 퇴치하기 위한 필수 의약품에 대해서만은 개도국에 라이선스 생산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
브라질과 인도 등 일부 국가에서는 이런 명분을 내세우며 일부 의약품에 대해서는 국제무역질서에 반하는 행동을 취하고 있다.
브라질이 미국 애보트사가 에이즈 치료제 ‘ 칼레트라’의 생산권한을 임의로 다른 회사로 넘겨 가격을 올렸다는 의혹과 관련, 이 회사의 브라질 내 특허를 취소하는 등 강력 대응에 나선 것은 필수 의약품의 생산을 둘러싼 선진.개도국의 갈등을 보여주는 최근의 사례다.
jsm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