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독감 대책 허술하기만 하다”
보건단체들, “치료제 권고량 확보못해”
WHO, 인구10% 권고
한국 1.3%량만 확보
2005/10/25
박신용철 기자 psyc@ngotimes.net
세계보건기구는 조류독감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어 조류뿐 아니라 인간에게도 감염되어 전세계를 강타할 질병으로 번질 가능성을 오래전부터 경고하고 예방대책 마련을 각국에 촉구해왔다.
각국은 조류독감의 급속한 확산으로 자국민의 건강과 생명이 위협당할 위기에 처하자 국경폐쇄라는 극약처방까지 꺼내들고 있다.
미국, 태국, 인도, 중국, 필리핀 정부는 타미플루의 특허 강제실시를 검토 중에 있고 홍콩정부는 중국 본토에서 조류 독감이 인체에 전염되기 시작하면 중국과의 국경폐쇄 의사를 표명했고 중국도 내몽고지역에서 인체감염 사례가 확인되면 국경폐쇄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도 조류독감 비상방역에 돌입했고, 수의검사증이 없는 축산물의 공급, 판매를 금지하는 대책을 마련하고 있을 정도다.
여의도 통신
김근태 보건복지부장관은 조류독감 감시 및 예방대책을 설명하기위해 방한한 이종욱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을 국회 본청 귀빈식당에서 만났다. 김근태장관과 이종욱 사무총장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조류독감 방역대책 문제없나?
세계보건기구(WHO)는 각국이 전체 인구의 20%분의 타미플루 확보를 권고하고 있고 전문가들은 전체 인구의 10%~30%까지의 확보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들 권고를 기준으로 삼으면 한국정부가 확보해야할 양은 최소 5백만명에서 1천5백만명분이다. 그러나 한국정부는 조류독감 유일한 치료제인 ‘타미플루’의 전체 인구 대비 1.3%에 불과한 70여만명분만 비축하고 있어 최소 비축권고량에서도 430만명이 부족한 분량이다.
질병관리본부도 “현 상황은 방역조치가 없으면 사망자가 44만명에 이르고 방역조치를 해도 사망자가 9만~14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예상되는 비상상황이다.”라고 언급할 정도임을 감안하면 매우 부족한 것을 알수 있다. 한국에서도 2003년 12월 조류독감이 발병한 적이 있다.
현재까지 조류독감 치료제는 다국적 제약회사는 로슈사가 특허권을 갖고 있는 타미플루(오셀타미비어, 상품명 타미플루)가 유일하다. 특히 WTO/TRIPS협정(무역관련 지적재산권 협정)은 의약품 특허권을 20년동안이나 독점적으로 보장하고 있고 특허권보 제법특허가 아닌 물질특허로 보장하고 있어 개발능력이 있어도 개발이 불가능하다.
게다가 전세계적으로 조류독감이 번지면서 각국에서는 타미플루 사재기가 극성을 부리고 있고 로슈사가 10년동안 생산할 수 있는 양도 전세계 인구의 20%에 불과해 치료약을 구하기가 극히 어려운 실정이다.
최인순 보건의료단체연합 집행위원장은 “조류독감의 위험성은 단순히 조류에게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간에게 감염된다는데 있다”며 “WHO에 따르면 인간에서 인간으로의 감염이 필연적으로 예측되어 두려움 크다”고 우려했다.
조류독감 치료제를 확보하기 위한 다른 방법은 없는 것일까?
보건의료단체연합, 민중의료연합,정보공유연대는 ‘타미플루’의 특허 강제실시와 국영백신생산시설 설립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들은 25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이 밝히고 정부의 조속한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단체들은 “TRIPS협정을 기반으로 로슈는 전세계 인구가 필요로 하는 약을 생산하지 못하면서도 약의 특허권을 주장하며 다른 나라에서 약을 생산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며 “생명보다 이윤을 앞세우는 제약회사의 특허가 약이 필요하고 약이 있어도 치료를 받지 못하고 사망하는 사태를 낳고 있다”고 주장했다.
물론, 이들이 조류독감 치료제의 강제실시를 요구하는 것도 TRIPS협정에 따른 것이다. 이 협정은 국가비상사태나 공익을 위한 비상업적 목적에 한해 해당 정부가 특허권을 소유한 제약회사에 허락을 받지 않고도 약을 생산해 배포할 수 있다. 특허권자는 소위 ‘강제실시’를 막지 못하고 보상금만 청구할 수 있다.
특히 올해 12월 시행 예정인 특허법 106조도 국방상 필요시, 공공의 이익을 위해 비상업적으로 실시할 필요가 있을때는 강제실시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내 제약회사들도 특허문제만 해결되면 4개월정도에 값싼 타미플루 복제약을 생산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단체들은 “수십만 국민 생명이 달려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망설일 이유는 하나도 없다”며 “국민의 생명보다 거대 제약회사의 이윤이 중요하지 않다면 정부는 당장 타미플루에 대한 강제실시를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타미플루의 특허 강제실시는 태국, 필리핀, 아르헨티나, 대만, 중국 등도 실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 추세다.
이들은 대북의료지원도 하고 있는데 조류독감 발병시 대북 약품지원을 위한 ‘수출을 위한 강제실시’도 촉구하고 있다. 특허법 107조에는 수출을 위한 강제실시 규정을 명시하고 있는데 이 규정은 노르웨이어 이어 우리나라에 도입된 제도로 세계적으로도 매우 예외적이고 발전적인 규정이다.
이들은 “유사시 조류독감의 확산 방지를 위해 타미플루를 북측에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국제법 저촉없이 우리가 생산한 약을 값싸게 공급해 줄수 있다”면서 “국제화된 시대에 북측이나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값싼 타미플루의 공급은 인도적일 뿐 아니라 방역대책으로도 절대적으로 요청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단체들은 조류독감이 발생하면 전국민 대상 백신접종이 필요하고 전세계적으로도 백신 구입이 어려워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국영백신시설을 설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재 정부가 생명공학에 지원하는 연간 1조원가량의 예산 중 일부만 지원하면 백신시설을 설립할 수 있고 정부도 지난해 국민건강증진기금으로 국영백신생산시설 계획을 세웠지만 전액삭감되어 중단된 상태다.
그외에도 사스, 조류독감 등 신종전염병이 계속 발생하는 가운데 공공의료인프라를 대폭확충할 필요성도 제기는데 이는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공약 중 하나이기도 하다. 또한 현재 조류독감 여파로 가금류 사육 농가 피해가 막심한데 이에 대핸 피해보상대책을 마련할 것도 주문했다.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직접 나서 강제실시를 하지 않는다면 특허법에 근거, 국내 제약회사와 협의해 국내 생산 및 수출을 위한 강제실시를 청구할 계획이다.
박신용철 기자 psyc@ngotime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