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어린이들, 꿈을 잃었다
(::13살 칼라프 동생 죽음 목격한뒤 말 잃고 퇴행::)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 사는 13세 소년 모하메드 칼라프는 석달째 제대로 먹지도 잠들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여느 아이들처럼 학교가 파하면 동네 꼬마들과 뛰 어놀던 모하메드가 정신적 충격으로 퇴행현상을 보이게 된 것은 지난 7월부터다. 7월13일, 알 제디다에 있는 집 주변에서 축구를 하던 모하메드는 미군 차량이 지나가자 초콜릿을 얻기 위해 동 생과 함께 뛰어갔다. 그 순간 미군을 노린 폭탄테러가 일어났고 모하메드는 눈 앞에서 동생 아메드의 몸이 두 동강 나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그 뒤로 모하메드는 집 안에 틀어박힌 채 동생의 사진만 바라보 고 있고, 미군 순찰차량 소리가 나면 반사적으로 두려움에 떨며 숨는다. 아버지 알리는 “악몽에 시달리는 아이에게 동생의 죽음을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모르겠다”며 “아들이 공포를 떨쳐내게 하는 것은 내겐 너무나 무겁고 힘든 짐”이라고 말한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타임스가 24일(현지시간) 전한 모하메드의 비극은 이라크 아이들 대부분이 겪고 있는 고통의 한 단면일 뿐이다. 미군 점령과 공습, 폭탄테러와 종교 갈등은 골목에서건 학교에서건 아이들을 짓누른다. 테러와 총격전을 지켜본 아이들은 공놀이 대신 전쟁 흉내를 내고, 우정 대신 종파 갈등을 배운다.
모하메드 가족의 이웃인 파우지 사히는 7월 테러로 17세의 큰아 들을 잃었다. 둘째 아들은 오른손이 잘려나갔다. 사히는 “이란 과의 8년 전쟁, 유엔의 10년 제재를 모두 견뎌냈지만 지금은 그 어느때보다도 고통스럽다”고 말한다.
구시가지인 사드르시티에 살고 있는 주하이에는 8월31일 알 카디미야 압사사고로 15세의 큰딸을 잃었다. 어린 자녀 셋을 끌고 도망치느라 큰딸을 챙기지 못했던 죄책감은 그녀의 가슴을 옥죈다. 그녀는 “그렇게 죽는 것이 딸의 운명이었나보다”라면서 체념 했지만 남은 아이들은 누나의 죽음을 이해하지 못한다. 10세난 메디는 밤이면 악몽에 시달리며 깨어나면 누나를 찾는다. 심리학 자 수아트 모하메드는 LA타임스 인터뷰에서 “아이들은 다른 아 이들을 두려워하고 관계를 두려워한다”며 “이 아이들은 이라크의 희망이 아닌 저주받은 세대가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바그다드 시내 피르두스 광장에서는 24일에도 3차례 연쇄폭탄테 러가 일어나 20명 이상이 숨졌다. 이날 테러공격은 외국 정보기 관과 언론기관들이 입주해있는 광장 옆 팔레스타인 호텔을 겨냥 한 것으로 보인다. 피르두스 광장은 2003년 4월 미군이 바그다드를 점령하자 시민들이 몰려와 후세인의 동상을 끌어내렸던 곳이 다. 미국이 “이라크인들이 해방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고 선전 했던 그곳에서 이번엔 반미 테러 공격이 일어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