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청회무산 원인과 전망 : ‘연내입법’ 강박관념 화불러
[종합] [공청회 무산 원인과 전망] ‘연내 입법’ 강박관념 화 불러
9일 제주시와 서귀포시에서 동시에 개최하려던 특별자치도 특별법안 도민 공청회가 무산된 데는 국무총리실과 제주도의 ‘연내 입법완료’라는 강박관념이 부른 측면이 강하다.
이날 공청회를 무산시킨 특별자치도 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와 전국병원노조협의회(준)는 의료·교육개방 반대에 대한 목소리도 높였지만 정부와 제주도의 ‘밀어붙이기’식 입법 추진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이들은 360개 조항이 넘는 특별법안에 대해 고작 열흘만에 도민의견 수렴을 마치겠다고 하는 것은 입법예고를 단지 ‘통과의례 수준’으로 여기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공청회에서도 “행정절차법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법률 입법예고 기간을 20일이 넘도록 하고 있다”면서 “정부와 제주도정이 입법예고 기간을 열흘로 단축한 ‘납득할만한’ 수준의 설명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제주도는 ‘연내통과’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항변하고 있다. 김창희 추진기획단장은 공청회 무산 직후 “부득이한 경우 입법 예고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규정된 만큼 법적 하자는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결국 입법예고 기간을 단축한 ‘특별한 사유’가 특별법안의 ‘연내통과’로 귀결돼 제주도정이 특별법 연내통과를 위해 도민들을 들러리로 내세우고 있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제주도가 시·군 및 기초의회 폐지를 골자로 한 행정구조개편 주민투표를 추진하면서 인지도 향상을 위해 3차례나 주민설명회를 가졌던 점은 제주도 스스로 반추해볼 대목이다.
공청회 무산은 향후 입법 추진과정이 결코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서막에 불과하다.
제주도는 이날 공청회 무산 직후 읍·면·동 주민설명회와 별도로 오는 11일 공청회를 다시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필요하면 공권력 투입도 적극 검토하겠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하지만 이날 공청회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났듯 ‘교육·의료개방 반대’라는 내용에 더해 ‘의견수렴 부실’이라는 절차상 하자까지 더해지면서 오는 11일 예고된 제주·서울 공청회 역시 무산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때문에 오는 25일을 전후해 국회에 법안을 제출하려던 국무총리실과 제주도의 추진일정에도 상당한 차질이 예상된다.
더구나 특별법인 제정을 위해서는 일부 반발을 무릅쓰고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더라도 ‘칼자루’를 쥔 국회의 법안심사라는 ‘높은 벽’을 넘어야 한다.
민주노동당이 당론으로 교육·의료개방 반대를 내걸고 있고, 여당과 한나라당 의원 중에서도 이에 동조하는 의견이 상당수 존재할 수 있어 국회 심사과정도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제주도가 행정구조개편 주민투표 과정에서부터 이반된 민심과 교육·의료개방 문제로 양분된 도민사회의 갈등의 골을 메우고, 국회의 초당적인 협조를 이끌어내지 않을 경우 특별법의 ‘연내 통과’는 공허한 메아리로 남을 수도 있다.
제주도는 결국 특별자치도 추진과정에서 양분된 도민사회의 통합과 여·야를 막론한 초당적인 협조를 이끌어내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기사작성일 2005/11/9 << 좌용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