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세상 ‘아시아보건포럼2005 : 아태지역 의료시장화와 민중의 대안’ 개막

‘아시아보건포럼2005 : 아태지역 의료시장화와 민중의 대안’ 개막  

“미국이 퍼뜨리는 전염병에 대한 백신을 만들어내자”  
  

김삼권 기자 quanny@jinbo.net  

  

APEC 정상회의 개막을 앞둔 11일, 서울대 보건대학원에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보건의료 관련 활동가들과 진보적 지식인들이 참여하는 국제보건포럼이 시작됐다.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이 주관하는 이번 ‘아시아보건포럼2005’ 행사는 ‘아태지역의 의료시장화와 민중의 대안’이란 주제로 3일 동안 △아태지역의 의료시장화의 현실 △WTO/FTA가 아태지역 건강에 미치는 영향 △이라크 전쟁이 이라크민중의 건강에 미친 영향 △아태지역의 의약품 접근권 등 다양한 쟁점들을 중심으로 강연회와 토론회를 진행하게 된다.

특히 이번 포럼에는 이라크, 중국, 미국 등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보건의료 관련 활동가 9명이 해외초청연사로 대거 참석했다. 미국 내에서 전국민의료보험제 도입을 위해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PNHP(Physicians for National Health Program:국민건강보험을 위한 의사들)의 힘멜스타인(David U. Himmelstein) 교수를 비롯해 반세계화 운동 단체인 ‘남반부포커스’(Focus on the Global South) 블라르(Nicola Bullard) 사무총장, 이라크 현지에서 인도적 구호활동가 반전평화활동을 벌여 온 ‘이라크를 위한 의사들’(‘Doctors for Iraq Society’)의 이스마엘(Salam Ismnael) 사무총장 등이 이번 포럼에서 열띤 토론과 강연을 진행할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조홍준 의료연대회의 정책위원장을 비롯해 임준 노동건강연대 공동대표와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 등이 연사로 나선다.

힘멜스타인 대표는 “이번 포럼을 통해 미국이라는 한 국가가 전 세계에 전염병을 어떻게 유포시키고 있는지에 대해 폭로할 것”이라며 “이번 포럼이 미국이 퍼뜨리는 전염병에 대한 백신을 만들어내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정범 보건의료단체연합 공동대표는 12일 개막연설을 통해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의료시장화와 양극화 문제를 지적하며, “이번 포럼에서는 아펙회담에서는 결코 논의되지 않을 물, 생필품, 필수의약품에 대한 접근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그리고 보건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권에 대한 모든 차별적 장벽에 대해 어떻게 맞서 싸울 것인지를 아시아태평양지역의 보건의료인들과 진지하게 논의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이번 ‘아시아보건포럼2005’ 의미를 짚었다.

‘아시아보건포럼2005′ 주요 의제  
  
11월11일
-개막식
-영리병원과 민간 의료보험, 과연 대안인가

11월 12일
-분쟁을 넘어, 국경을 넘어
-세계화(시대), 이주 노동자의 삶과 건강
-베트남평화의료연대 활동 및 평화를 위한 의료 지원 활동 모색
-미국 의료에 대한 이해와 오해
-이라크 의사의 증언 “이라크에 군대가 아니라 의약품을”
-WTO 10년 : 아태 지역의 민중의 건강에 끼친 영향

1월 13일
-WTO/FTA와 의약품 접근권
-APEC 2005와 WTO, 무엇을 노리는가
-Health for all Now! 모두의 건강을 위한 민중적 대안  

  

  

2005년11월12일 1시59분  

“신자유주의 의료체계, 더 죽고 더 비싸고”  

힘멜스타인 교수, “미국인구의 16% 의료보장체계로부터 완전 방치”  
  

김삼권 기자 quanny@jinbo.net  

  

“다른 나라가 미국처럼 되지 않기를 바란다”

영리병원 허용과 의료시장 개방을 골자로 한 제주특별자치도입법안이 보건사회단체들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는 가운데 11일 ‘아시아보건포럼2005’ 개막 첫 강연자로 나선 힘멜스타인 교수는 “신자유주의 의료체계가 도입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죽고, 오히려 비용은 더 많이 든다”며 “다른 나라가 미국처럼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하버드 의대 교수이자 캠브리지병원의 지역사회의학과 과장인 힘멜스타인((David U. Himmelstein) 교수는 지난 1986년 창설된 PNHP의 핵심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올 2월 미국 내에서 연간 파산자의 50%에 달하는 2백만 명이 의료비 때문에 파산했다는 실증연구 결과를 발표해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그는 이날 ‘영리병원과 민간의료보험 중심의 미국 의료’ 발제를 통해 미국의 의료체계의 현황과 문제점을 설명했다. 힘멜스타인 교수는 미국의 경우 국민의 66%가 민간의료보험에 의존하고 있고, 전체 인구의 16%인 4천 6백만 명이 의료보장체계로부터 완전히 방치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연간 30만 명이 돈이 없어 병원에서 치료를 거부당하고 있지만, 미국병원에는 매일 20만개의 침대가 비어있다”며 미국 민간의료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의료비지출 세계최고 미국, 영아사망률 한국보다 높아”


힘멜스타인 캠브리지병원 지역사회의학과 과장

선진국 중 유일하게 공적의료체계를 구축하지 않은 미국은 잘 알려져 있듯 전 세계에서 의료비지출이 가장 높은 나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평균수명률과 영아사망률 통계를 보면, OECD국가들 중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고, 한국보다도 높다. 힘멜스타인 교수는 “미국의 영아사망율은 캐나다의 하위 20%계층의 영아사망률보다 높다”며 “지난 40년간 신자유주의 의료체계를 도입한 미국과 공공의료체계를 구축해 온 캐나다를 비교해 보면, 의료비용 지출은 미국이 월등히 높지만, 의료의 질은 오히려 미국이 낮다”고 지적했다.

힘멜스타인 교수는 “미국의 지배계급은 의료가 매우 이익이 남는 상품이라고 생각한다”며 “때문에 다른 국가들에 대해서 무혁협정 등을 통해 의료시장을 개방하고, 상품을 팔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힘멜스타인 교수의 이날 강연의 핵심은 신자유주의 의료산업화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는 한국에 대한 일종의 ‘경고’였다. 그는 영리병원 도입으로 대표되는 의료의 시장화정책은 결국 사람의 생명도 구하지 못 하고, 비용도 절감하지 못 하는 자본만을 위한 정책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경고였다.

“좌측 깜빡이 켜고, 우회전 하는 참여정부의 보건의료정책”

힘멜스타인 교수의 ‘경고성’ 강연을 이어 받은 조홍준 의료연대회의 정책위원장 역시 현 정부의 의료시장화 정책에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조홍준 교수는 참여정부가 당초 공약으로 제시한 공공의료확충, 평생건강관리체계 구축, 건강보장성 강화 등을 언급하며 “이미 기대를 접은 지 오래”라며 “오히려 당초 참여정부의 보건의료 공약과는 완전히 다른 소위 ‘의료서비스산업화 정책’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듯 참여정부는 보건의료정책에 있어서도 왼쪽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을 하고 있는 꼴”이라고 읍소하며 “영리법인 병원 허용, 민간의료보험 도입과 역할 강화, 건강보험 당연지정 철폐 등으로 요약되는 의료시장화정책이 일단 도입되면 다시 되돌릴 수 없는 파괴적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홍준 교수는 “의료제도 개혁의 필요성에는 동의하지만, 방점이 찍힐 곳은 시장화가 아니라 공공성, 보장성, 거시적 효율성”이라며 △공공의료 확충(30%) 및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80%) △의료시설과 고가 의료장비 과잉 해소방안 강구 △민간의료보험에 대한 사회적 규제 방안 마련 △비영리법인 병원에 대한 공적 지원 확대 △의료의 질 평가 및 결과 공개 등의 과제를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