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의사를 무시하고 의료비 교육비 폭등을 초래하는 제주특별자치도법에 반대한다
오늘 제주와 전국의 시민사회단체들은 11월 4일 입법예고 된 “제주특별자치도의설치 및 국제자유도시조성을위한특별법(안)(이하 제주특별법)의 입법추진과정과 그 내용에 매우 심각한 문제점이 있음을 지적하고자 한다. 제주특별법안은 정부 스스로가 ‘홍가포르 프로젝트’라고 칭하고 연방제적 자치라고 이야기할 만큼 제주도민의 생활과 한국의 지방자치제도 전반에 걸쳐 매우 큰 변화를 초래할 법안이다. 그러나 이러한 중대한 법률의 입법과정에서 정부와 제주도당국은, 제주도민이나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의 거치지 않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행정 편의적이고 졸속으로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제주특별법안은 그 내용 중 많은 부분에서 국내초유의 제도를 도입하고 있으며 그 제도 중 상당수는 심각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우리는 제주특별법안에 대한 의견을 다음과 같이 밝히고자 한다.
첫째 제주특별법은 제주도민과 국민들의 의견수렴과정 없이 추진되고 있다.
제주특별법은 제주도에서 기업에 대한 세금을 대폭 감면하고 관세를 없애며 영어를 공용화하고 교육, 의료, 복지제도를 현재 한국 사회의 제도와 판이하게 다른 제도로 바꾸려는 계획 속에서 추진되는 법률이다. 이는 제주도민의 생활을 완전히 바꾸게 되는 법률안이다. 그러나 제주도당국은 이처럼 중대한 법안에 대해 8월 30일 처음으로 계획안을 발표하고 단 15일간 도민의사를 수렴하는 시늉만을 했을 뿐이다.
법률안이 성안되는 과정 또한 문제가 많다. 11월 4일 제주특별법안이 입법예고 되었고 이 법률안은 그전까지는 사실상 검토가 불가능하였다. 이날 발표된 법안은 법안내용만 260페이지가 넘고 법조문수 만 366조에 달한다. 그리고 이에 대한 공청회가 입법예고 후 제주도에서는 5일 만에 개최되었고 서울에서는 7일 만에 열린다. 법안 검토는커녕 법안을 다 읽어보기도 힘든 시간이다. 이러한 과정을 민주적 의견수렴과정이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정부는 행정절차법상 입법예고기간으로 정해져 있는 20일간의 입법예고 기간도 지키지 않고 있다. 정부는 11월 14일 법률 발의를 한다고 발표하였는데 이는 입법예고 후 10일 후이다. 제주도와 한국 지방자치제도에 지극히 커다란 영향을 미칠 법안을 행정절차법상의 입법예고기간도 지키지 않는다는 것은 이 법안이 얼마나 독단적으로 처리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둘째 제주특별자치법안은 의료와 교육 부문에서 심각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의료 분야 중 가장 문제가 되는 조항은 국내영리병원의 설립허용이다. 현재 법인형태의 병원은 비영리법인만 허용되고 있다. 전 국민이 예외 없이 내는 건강보험료로 운영되는 병원들의 이윤추구를 적정한 선에서 제한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며 민간병원이라도 병원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그 병원의 의료사업에만 쓸 수 있도록 한 것이 비영리병원 규정이다. 그러나 영리병원은 병원 외부로 이윤배당을 할 수 있는 병원이며 운영의 제일 원칙이 이윤추구가 된다. 영리병원의 경우 의료비가 폭등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정부는 영리병원에 건강보험을 적용함으로써 의료비가 폭등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고 강변한다. 그러나 현재 건강보험지급방식이 행위별 수가제로 되어 있는 상태에서는 병원이 의료행위자체를 늘리면 이를 통제할 수단이 없으며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항목은 병원이 마음대로 정하는 것이다. 오히려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영리병원의 허용은 국민의 건강보험료를 영리병원의 이윤추구행위로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제주도의 병원협회는 협회차원에서 영리병원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제주도의 공공병원 병상비율이 20%인 현실에서 병원의 상당수가 영리병원으로 전환되면 비영리병원도 이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고 결국 제주도민은 의료비 폭등의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
또한 제주도의 영리병원 허용은 차별철폐를 내세우는 타 지역의 병원들의 영리병원 허용요구를 막을 수 없게 할 것이다. 제주도에서의 영리병원 허용은 전국적인 의료비폭등과 이에 따른 국민건강보험의 재정파탄을 불러오는 조치이다. 이는 국가재정의 낭비와 건강보험체계 붕괴를 불러오는 재앙적 조치이다. 제주특별법안은 이에 더해 의료기관의 환자 알선유치행위를 인정하는 등 상업적 의료의 극단적인 내용까지 담고 있다.
제주특별법안의 교육부문 또한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제주특별법안은 외국학교의 설립을 대학교뿐만 아니라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도 허용하고 있다. 또한 이 학교의 내국인의 입학을 완전히 허용하고 있다. 현재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초중등교육을 외국에 내맡기지 않고 있는 것에서도 드러나듯이 이는 공교육의 가장 기본적인 부분을 외국에 내맡기는 행위이다. 더욱이 이 학교는 등록금이 학교의 자율에 맡겨져 있다. 등록금은 천정부지로 뛰어 오를 것이며 이는 곧 귀족학교를 허용하는 것이다.
또 이 외국학교의 교육과정 편성과정은 학교의 자유재량이다. 그 교육과정은 경제자유구역 이상으로 한다는 것이 제주도의 계획이다. 경제자유구역의 외국학교의 교육과정은 일주일에 국어 2시간, 국사 2시간이다. 초등학교부터 이러한 교육을 받은 학생이 한국교육을 받은 학생이라 할 수 있겠는가?
교육기관은 그 특성상 전국적인 허용이 아니더라도 곧바로 전국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제주도에 이러한 외국학교를 설립하면 이것이 미치는 범위는 전국적이다. 이러한 점에서 제주특별법안의 초중등교육과정의 외국학교 설립과 자유운영허용은 공교육의 붕괴로 나아가는 첫 걸음이다. 제주특별법안의 교육부문의 문제점은 이 뿐만이 아니다. 귀족학교로 논란이 끊이지 않는 자율학교의 허용도 이 법안은 포함하고 있다.
셋째 제주특별법안은 또한 여러 부문에서 심각한 문제점을 담고 있다.
그 중 하나가 국가복지제도의 지방이양이다. 제주특별법안은 현재 국가에서 운영하고 있는 거의 모든 복지제도를 제주도의 도 조례가 국가복지제도에 우선하도록 위임되고 있다. 그 범위는 기초생활보장에서 시작하여 아동, 노인, 장애인, 농어촌주민 영유아 복지제도 전반에 걸쳐있다. 물론 제주특별법안은 최저선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으나 지금까지 지방으로 재정이 이관된 복지제도의 경우 지방재정의 취약함으로 인해 예외 없이 후퇴와 삭감을 겪었다는 점에서 복지제도 전반의 후퇴가 매우 우려스럽다. 제주도의 재정이 취약하다는 점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또한 문제가 되는 것은 환경파괴의 문제이다. 현재 제주특별법안은 민간사업자의 토지수용권을 인정하고 있다. 이는 기업이 자신의 개발사업을 위해 주민의사에 반해 토지를 강제 수용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는 조항이다. 이 조항은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고 부동산 투기를 국가가 나서서 조장하는 행위이다. 제주도의 중산간지 이하의 토지가 이미 극심한 투기의 대상이 되어있는 현 상황에서 국가가 나서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는 행위는 필연적으로 난개발을 초래할 것이고 제주도의 환경을 대규모로 파괴하는 결과로 귀결될 것이다. 여기에 제주특별법안은 골프장입장료에 대한 면세혜택까지 주고 있다.
이외에도 제주특별법안은 기업에 대한 대규모 면세혜택, 노동자의 권리 제한, 기본적 공공업무의 아웃소싱을 통한 공공부문의 사기업화와 이로 인한 공무원 비정규직화 등 매우 위험하거나 우려스러운 조항을 다수 담고 있다.
우리는 제주특별법안이 담고 있는 중대한 내용에 비추어 지금까지의 논의과정이 비민주적이고 지극히 형식적이었으며 현재 정부가 취하고 있는 행태는 독단적인 밀어붙이기 행정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제주특별법안은 의료부문과 교육부문의 명백하게 심각한 문제는 물론이고 복지 분야나 환경 분야 및 여타부문에서도 매우 위험하거나 우려스러운 조항들을 다수 담고 있다. 이 하나 하나의 조항들은 오랜 시간동안 의견수렴과 논의를 거쳐도 모자랄 내용들이다.
따라서 우리는 정부가 제주특별자치도법안을 연내에 입법하겠다는 비민주적인 추진계획을 포기할 것을 촉구한다. 우리는 정부가 현 제주특별자치도법안을 백지화하고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진정한 제주도의 자치를 위해 충분한 제주도민의 의견수렴과 국민적 논의과정을 통해 새로운 입법과정을 밟을 것을 촉구한다. 우리는 만일 정부가 제주특별자치도법의 연내 입법을 강행하려할 경우 이의 저지를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을 분명히 밝힌다.
2005. 11. 11
사회양극화해소국민연대 민주노동당 범국민교육연대 의료연대회의 제주특별자치도공공성강화공대위 문화연대 환경정의(이하 단체 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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