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수입쌀 내년3월 밥상 오른다

민노 의장석 점거에도 ‘수의 열세’극복못해
단식농성 강기갑의원 끝내 울음
반대·기권표 대부분 한나라당

 
▲ 23일 국회 본회의에서 쌀협상 비준 동의안이 가결된 뒤 천영세 의원단 대표(왼쪽에서 세번째)와 강기갑 의원(오른쪽에서 두번째) 등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발언대에 서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비준안 강행처리를 비판하고 있다. 이종찬 기자 rhee@hani.co.kr

잇따른 농민 시위 등 논란의 대상이었던 쌀협상 비준 동의안은 23일 국회 본회의에서 40분 가량의 고함과 몸싸움 속에 표결 처리됐다.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애초 예상대로 의장석을 점거하는 등 ‘결사 저지’에 나섰으나, 수의 열세를 극복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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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수선한 통과=국회 본회의의 비준안 처리는 오후 1시35분께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본회의장 의장석 점거를 시도하면서 거친 몸싸움과 삿대질로 시작됐다. 열린우리당 당직자들이 본회의장 출입문을 가로막고 있는 가운데 민주노동당의 노회찬·단병호 의원 등이 옆문으로 들어가 의장석과 단상을 점거한 것이다. 이후 민주노동당의 나머지 의원들이 본회의장에 입장하면서 한때 소강상태가 전개됐다.

그러나 오후 2시34분께 김원기 국회의장이 40여명의 경위들을 앞세우고 본회의장에 들어오면서 다시 격렬한 대치가 시작됐다. 열린우리당의 이종걸·백원우 의원 등 소장파 의원 10여명은 곧바로 의장석으로 몰려가 노회찬 의원 등을 밀어냈다. 이 과정에서 노 의원은 “당신들이 국회의원이야, 경위야”라고 항의하고, 이영순 의원은 “누가 가슴 만져”라고 날카롭게 소리 지르기도 했다.

김 의장은 오후 2시36분 개회를 선언하고 곧바로 비준안을 상정했다. 조일현 열린우리당 의원의 찬성토론 외에 반대토론을 신청했던 이규택 한나라당 의원과 최인기 민주당 의원 등이 발언을 하지 않자, 김 의장은 오후 3시8분께 토론 종료와 표결 시작을 선언했다. 투표에 참여한 이들은 223명. 본회의장 전광판에는 찬성 139명, 반대 61명, 기권 23명의 결과가 표시됐다.

오후 3시12분 가결을 선포하는 의사봉을 두드린 김 의장은 “농민들에게 충분한 대책 없이 비준안을 처리하게 된 본인도 마음이 괴롭다”며 “여야가 앞으로 농민 생존권 대책 마련에 발벗고 나서기 바란다”고 소회를 밝혔다.

민주노동당의 반발=비준안이 통과하는 순간, 이날까지 28일간 국회 본청에서 단식농성을 벌여온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은 울음을 터뜨렸다.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망연자실한 듯 단상 앞에 나란히 서서 한동안 자리를 뜰 줄 몰랐다. 천영세 의원단 대표는 “절망하지 않고 농민들 곁으로 가서 농업과 농민을 살리는 길에 가장 앞서겠다”고 말했다.

본회의장을 나온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국회 경위들이 민주노동당 의원들을 물리적으로 저지했다”며 김 의장에게 ‘경호권’ 발동 여부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심상정 의원단 수석부대표는 “국회의장석에 있던 이영순·단병호·노회찬 의원을 열린우리당 의원과 국회 경위들이 실력으로 끌어내렸다”며 “회의장 입장 때도 경위들이 민주노동당 의원들의 입장을 가로막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기만 국회의장 공보수석은 “경호권이나 질서유지권 발동은 없었다”며 “정확한 경위를 파악해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쌀협상 비준안이 통과된 직후 열린우리당의 정세균 대표와 원혜영 정책위의장,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박홍수 농림부 장관 등은 긴급 당정회의를 열어 내년도 예산에 1193억원을 추가 투입하기로 하는 등의 비준안 처리 후속 대책을 마련했다.

이태희 황준범 기자  herm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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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기권표 대부분 한나라당

23일 국회의 쌀협상 비준동의안 표결은 223명의 의원이 참여한 가운데 139명의 찬성으로 통과돼 62.3%의 찬성률을 보였다. 반대 61명과 기권 23명은 대부분 한나라당에서 나왔다. 동의안 처리 저지를 시도한 민주노동당 9명 전원과, 처리 연기를 주장한 민주당 의원들은 거의 표결에 불참했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은 찬성 당론을 정했으나, ‘이탈표’가 11표 나왔다. 강창일(제주·북제주갑) 김우남(제주·북제주을) 김재윤(서귀포·남제주) 김종률(충북 증평·진천·괴산·음성) 임종인(경기 안산상록을) 한병도(전북 익산갑) 의원 등 6명은 반대했다. 김춘진(전북 고창·부안) 유승희(비례대표) 정청래(서울 마포을) 최규성(전북 김제·완주) 최성(경기 고양덕양을) 의원 등 5명은 기권했다.

민주당에선 김종인 의원(비례대표)이 유일하게 투표에 참여해 반대표를 던졌다. 자민련의 김학원(충남 부여·청양) 이인제(충남 논산·계룡·금산) 의원과 무소속 신국환 의원(경북 문경·예천)도 반대했다.

자유투표 방침을 정한 한나라당에선 반대가 51표, 기권이 18표 나왔다. 홍문표 의원(충남 홍성·예산) 등 일부 농촌 출신 의원들은 표결에 불참했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기사등록 : 2005-11-23 오후 06:54:03기사수정 : 2005-11-23 오후 10:09: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