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비준안 처리 반발 농민 격렬 시위
▲ 23일 저녁 경남도청 앞 삼거리에서 `쌀 관세화 유예협상에 대한 비준 동의안‘의 국회 통과에 반대하는 집회를 갖던 한 농민이 불붙은 기름통에 몸을 던져 분신을 기도해 온몸에 불이 붙자 동료 농민들이 황급하게 달려들어 불을 끄고 있다. 이 농민은 이날 고속도로에서 시위를 벌이다 경찰에 연행된 동료들의 석방을 촉구하던 중이었다. (창원=연합뉴스)
전국 농민들이 23일 쌀협상 비준안 국회 처리에 반발, 전국 주요 국도와 고속도로에서 농기계를 동원한 시위를 벌여 극심한 교통정체를 빚었다.
특히 성난 농민들은 도지사 집무실을 점거하고 열린우리당 당사 집기를 부수는가 하면 시위 도중 분신해 중화상을 입는 등 비준안이 통과된 이날 하루 전국 곳곳은 `성난 농심’으로 몸살을 앓았다.
이날 오후 11시20분께 경남 창원시 사림동 도청 앞 삼거리에서 `쌀 관세화 유예협상에 대한 비준 동의안’의 국회 통과에 반대하는 집회가 진행되던 중 농민 진모(48.의령군 신반면)씨가 기름통에서 타던 불길로 뛰어들어 전신 3도 화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진씨는 당시 도로에서 다른 농민.노동자들과 함께 비준안 반대 구호를 외치던 중 갑자기 불길 속으로 뛰어들었다.
경북 구미와 충남 서천에서는 2명의 농민이 각각 집회도중 온몸에 휘발유를 뿌리고 분신을 시도하려다 경찰에 제지당하기도 했다.
앞서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과 민주노총 경남본부 농민.노동자 등 100여명은 오후 7시30분께 경남도청에 기습적으로 진입해 도지사 면담과 함께 오후 집회때 연행된 농민회 간부 등 40여명의 석방을 촉구하며 도지사 집무실을 점거, 1시간여동안 연좌 농성을 벌였다.
한편 경남 함안과 김해 진영 남해고속도로에서는 이날 오후 농민들의 차량 시위로 1시간 가량 부산과 진주 양 방향 통행이 중단, 극심한 정체를 빚었다.
또 전북 김제 지역 농민 100여명은 이날 오전 농기계 40여대를 동원, 서김제 IC를 통해 고속도로 진입을 시도하다 경찰에 저지당하자 오후에는 걸어서 서해안고속도로로 진입, 상행선 2개 차선을 점거하고 1시간여 동안 농성을 벌였다.
익산지역 농민 80여명은 쌀 비준동의안 가결 소식이 전해지자 익산시 영등동 조배숙(여.열린우리당) 의원 사무실을 점거하고 집기를 부쉈으며 경찰의 연행과정에서 농민 5명이 부상했다.
정읍지역 농민 400여명도 정읍시청 앞에서 집회를 마친 뒤 정읍IC로 이동, 호남고속도로로 진입을 시도하며 경찰과 대치했으며 군산지역 농민 100여명도 개정면 통사리 전주-군산간 산업도로 양 방향 8개 차로를 막고 시위를 벌였다.
전남 함평과 무안, 강진지역에서도 이날 하루 500여명의 농민이 트랙터 200여대와 화물차 160여대를 동원, 고속도로 진입을 시도하다 봉쇄되자 오후 늦게까지 경찰과 대치했다.
경북 안동지역 농민 60여명도 이날 화물트럭 40여대를 동원, 서안동 IC를 통해 중앙고속도로로 진입을 시도하다 제지당하는 등 이날 안동과 상주, 영천, 의성, 봉화, 영양 등 경북도내 곳곳에서 경찰과 마찰이 빚어졌다.
제주에서는 열린우리당 제주도당사에 들어가 TV를 지켜보던 전농 제주도연맹과 여성농민회 제주도연합 간부들이 비준안이 통과되자 미리 준비했던 오물을 회의실에 뿌리고 사무실 컴퓨터와 화분 등을 뒤엎으며 분노하기도 했다.
전국농민회 총연맹 전북도연맹 송용기 의장은 “쌀 협상 비준안 국회 통과는 생사의 기로에 있는 농민들을 죽음으로 내 모는 격”이라면서 “농사를 포기하는 의미로 농기계를 시 군청에 반납하고 각 지역 여당 사무실을 점거하는 등의 투쟁을 벌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영만 기자 ymkim@yna.co.kr (경남.전주.광주=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