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제3의 기관이 줄기세포 검증해야 한다”
〈PD수첩〉 “황우석팀의 ‘첫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에 의혹”
2005-12-02 오전 10:54:54
MBC〈PD수첩〉 측의 1차 검증 결과 황우석 연구팀의 줄기세포 가운데 DNA 불일치 판정을 받은 것은 최초로 만들어진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뿐 아니라 환자의 복제 배아에서 세 번째로 추출한 줄기세포 역시 DNA 불일치 판정을 받는 등 황 교수팀이 〈PD수첩〉 측에 제공한 줄기세포 5개 가운데 2개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최초의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가 가짜?
2일 〈PD수첩〉 등에 따르면 1차 검증 결과 황 교수팀이 제공한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 5개 중에서 2개의 DNA가 불일치 판정을 받았다. DNA 불일치 판정을 받은 줄기세포는 2번과 4번 라인이다. 이 줄기세포는 황 교수가 2003년 2월 세계 최초로 복제 배아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한 후 각각 두 번째, 네 번째로 만들어진 것이다.
특히 2번 줄기세포는 10살짜리 척수장애 남자 아이의 체세포의 핵을 난자에 이식해 만든 복제 배아에서 추출한 것으로 최초의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라고 얘기되던 것이다. 이 때문에 황우석 교수는 〈사이언스〉 논문에 실린 11개의 줄기세포 가운데 이것을 맨 앞에 기술했다. 또 황 교수는 수 차례에 걸쳐 이 아이를 자주 언급했다. 4번 줄기세포는 세 번째로 만들어진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로 척수장애를 앓고 있는 36살 남자의 복제 배아에서 추출했다는 것이다.
국내의 한 줄기세포 연구자는 “가장 최초로 만들어진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가 DNA 불일치 판정을 받았다면 그 이후에 만들어진 줄기세포도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런 검증 결과가 사실로 밝혀진다면 황 교수의 줄기세포 전체에 대한 검증이 필요한 중요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최고 법의학 권위자 “〈PD수첩〉 분석 결과 인정”
〈PD수첩〉 측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DNA 지문’ 분석 결과에 대한 검토를 의뢰하기 전에 이미 국내외 법의학 전문가들의 검토 작업을 마친 것으로 밝혀졌다.
〈PD수첩〉 관계자는 “국내 최고의 법의학 권위자도 ’2번과 4번 줄기세포의 DNA 불일치’라는 우리의 분석결과에 문제가 없음을 확인해줬다”며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국과수의 검토 결과도 2일 오후 확인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과수 검토 역시 같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일부 언론을 통해 보도된 것처럼 운반이나 배양 과정에서 줄기세포의 DNA가 변성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의견이다. 한 줄기세포 연구자는 “당초 황 교수팀이 〈PD수첩〉 측에 넘겨준 체세포와 줄기세포의 시료 자체가 훼손되어 DNA 지문이 나오지 않는 경우라면 몰라도 DNA 지문이 나오는 이상 그것이 원래의 것에서 변성되었을 확률은 거의 없다”면서 “또 배양 과정에서 시료가 일부 오염되었다 하더라도 그것이 DNA 지문 분석 결과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DNA를 변성시키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다른 줄기세포 연구자 역시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를 만든 황 교수 측에서 ‘줄기세포 배양 과정에서의 DNA 변성 가능성’ 운운하는 것은 자신의 연구의 존재 의의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만약 줄기세포를 배양하면서 DNA가 변성될 확률이 높다면 도대체 난치병 환자의 복제 배아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할 필요가 뭐가 있느냐”고 꼬집었다.
”황우석 교수 주저하면 〈PD수첩〉 신뢰만 높여주는 일”
한편 〈PD수첩〉이 사실상 ‘황 교수가 2005년 〈사이언스〉 발표논문에서 언급한 줄기세포를 난치병 환자의 체세포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잠정적인 결론을 내린 만큼 ‘제3의 기관의 객관적인 검증’만이 이 의혹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황우석 교수 측에서 얘기하는 ‘<사이언스>가 검증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론을 제기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생명공학감시연대 김병수 정책위원은 “<사이언스>는 데이터가 진실이라는 전제 아래 ‘서류’ 검사만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예컨대 <사이언스>는 2004년 발표 논문에 대해서도 최근 사실로 밝혀진 난자 매매, 여성 연구원 기증, 기관윤리위원회(IRB) 부실 심사 등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며 “또 2005년 발표 논문도 황 교수 측의 요청에 의해 최근 표를 일부 수정했다”고 설명했다.
서울 소재 대학의 한 생명과학자는 “황우석 교수가 자신의 연구 자체를 부정하는 검증을 인정하기가 쉽지 않겠지만 증폭되는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공신력을 인정받는 제3기관에 객관적인 검증을 요구해야 할 것”이라며 “계속 손을 놓고 대응을 안 한다면 그것은 〈PD수첩〉의 주장에 대한 신뢰만 높여주고 국민 대중을 혼란 속에 남겨두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라고 답답한 심정을 내비쳤다.
강양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