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시민 57% “한국 농민 시위 괜찮다”
반세계화 시위 뒤 홍콩 ‘찬반논쟁’ 시끌시끌
김태경(gauzari) 기자
지난 17일 한국 농민들이 홍콩에서 격렬한 반 세계화 시위를 벌인 뒤 홍콩 내부에서 이를 둘러싸고 논쟁이 치열하다. 가톨릭 홍콩 교구의 천이쥔 주교와 경찰 당국 사이에 설전이 벌어지고, 현지 네티즌들도 찬반으로 갈려 논쟁을 벌이고 있다.
상당수 한국 언론들이 “홍콩 시민들 모두는 한국 농민들의 폭력 시위에 등을 돌렸고, 한류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일방적으로 보도한 것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20일 홍콩 <명보>는 자체 여론조사 결과, 홍콩시민들의 57%는 지난 17일 벌어진 한국 농민들의 반 세계화 시위에 대해 “받아들일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명보>는 반 세계화 시위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으로 보도했던 매체다.
<명보>에 따르면, 한국 농민들이 홍콩 경찰과 충돌을 벌인 직후 500명을 상대로 전화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56.6%는 한국 농민들의 시위를 “받아들일 수 있다”고 대답했다.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응답은 27.6%였다.
그러나 홍콩 경찰의 대처 방식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의 11.8%는 “대단히 강경했다”고 답했으며 77.2%는 “적당했다”, 7%는 “너무 나약했다”고 응답했다.
<명보>는 지난 14~15일에도 한국 농민들의 시위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이 때는 한국 농민들의 시위에 대해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응답이 60.8%,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응답이 20.6%였다. <명보>는 “경찰과 격렬한 충돌을 벌인 뒤 한국 농민들에 대한 지지도가 약간 감소했다”고 평가했다.
야후홍콩(hk.news.yahoo.com)이 네티즌들을 상대로 벌이고 있는 ‘반 세계화 인사들의 시위’에 대한 여론조사는 찬반이 비슷하다.
20일 오전 11시40분 현재 1만4189명이 투표에 참가했는데 적극찬성이 32%, 찬성이 14%였다. 적극 반대는 35%, 반대는 15%였고 ‘보통’은 5%였다.
20일 현재 한국인 시위대 11명과 일본인·대만인·중국 대륙인 각 1명등 14명이 구속됐지만 이것으로 사건이 일단락 된 것은 아니다. 홍콩 내부에서 논쟁이 더 격렬해지고 있다.
특히 가톨릭 홍콩 교구의 천이쥔 주교는 19일 “홍콩 경찰의 이번 반 세계화 시위 진압은 홍콩의 수치”라며 비난을 퍼부었다. 이에대해 17일 시위대를 진압했던 한 경찰관은 TV에 나와 “천 주교의 ‘홍콩의 수치’발언을 받아들일 수 없다. 그의 발언은 ‘천주교의 치욕’”이라고 맞비난했다.
야후 홍콩의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도 “문화도 없고 양식도 없는 홍콩에서 대체 무엇을 기대하겠는가”, “홍콩 경찰이 외교적 평지풍파를 일으켰다”고 비난하는 의견과 “홍콩 경찰을 절대적으로 지지한다” 는 의견으로 갈려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19일 밤 대만에서는 대만 대학생 40여명이 홍콩여행국 앞에서 이번에 구속된 동료 학생 리젠청의 석방을 요구하는 항의 시위를 벌였다.
홍콩 언론들 대부분은 반 세계화 시위대에 부정적이었지만 평소 논조에 따른 차이는 있었다. <명보>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은 한국 시위대 등을 강경하게 비난했다. <명보>는 20일 기사에서 “홍콩 경찰 관계자가 ‘이번에 구속된 14명은 불법집회 혐의 외에도 폭동 및 경찰습격, 형사훼손 혐의를 추가 적용할 수도 있다고 시사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태양보>는 19일 “한국 시위대는 강경한 방식과 온건한 방식을 적절히 조화시킴으로써 홍콩 시민들을 감동시켰다”고 다른 시각의 기사를 내보이기도 했다.
홍콩 경찰이 이번에 시위대에 민감하게 대처한 것은 빈발하는 홍콩 주민들의 민주화 시위, 그러나 ‘순종적’이라는 말까지 듣는 홍콩인들의 시위가 한국의 ‘과감한 시위’에 영향을 받을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2005-12-20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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