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장관 임명 유감스럽다
노무현 대통령이 기어이 유시민 열린우리당 의원을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지명했다. 장관 임명이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고는 하지만 매우 유감스럽다. 그러려면 차라리 지난 2일 개각 때 함께 발표할 일이지 벌집만 쑤셔놓고 여당도 제대로 설득하지 못한 채 기습작전을 하듯이 지명을 강행한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
이번 사태를 평가하는 우선적 잣대는 유 의원이 보건복지부 장관의 최적임자인지 여부다. 청와대는 유 의원에 대해 “정책 아이디어가 풍부하고 소신이 뚜렷해 당면 현안을 원활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인재를 널리 찾아보면 능력과 경륜이 더 뛰어난 사람이 없지 않을 텐데 굳이 한 사람에게 그토록 집착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
사실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에 대해서는 보건의료 관련 시민사회 단체들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사회 양극화 해소와 건강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보수적이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활동도 사실상 전무했으며, 이라크 파병이나 황우석 교수 사태 등에서 보인 태도 등에 비춰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의 장관 업무 수행 능력을 미리 예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여당 의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도 장관직을 수행하기 어려운데 야당은 물론 여당과도 사사건건 부딪치게 되면 보건복지 정책이 표류하는 사태가 빚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유 의원의 장관 지명으로 여권 내부의 집안싸움이 거세지면서 국정 불안이 심화할 가능성도 있다. 한나라당의 원외투쟁으로 정치가 반신불수인데, 여당마저 당-청 갈등, 계파 싸움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으니 나라 꼴이 어떻게 될지 걱정이 앞선다. 이런 모든 상황을 감수하면서까지 굳이 유 의원을 장관으로 지명한 게 옳았는지 다시 한번 묻는다.
기사등록 : 2006-01-04 오후 09:55:33기사수정 : 2006-01-04 오후 09:55: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