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신년연설 초점>의료산업 육성과 의료시장 개방

[연합뉴스] <신년연설 초점>의료산업 육성과 의료시장 개방  
2006년 01월 18일(수) 22:37

http://www3.yonhapnews.co.kr/cgi-bin/naver/getnews_new?0620060118050002237+20060118+2237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노무현 대통령이 18일 신년연설에서 국내 의료산업의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면 과감하게 의료 서비스 시장을 개방해야 한다고 밝혀 의료시장 개방 논의가 올해 의료계의 최대 화두로 부상할 전망이다.

노 대통령은 의료시장의 문호를 열어야 할 이유로 의료서비스의 산업적 측면을강조했다. 의료는 교육, 금융, 법률, 회계, 컨설팅 등과 더불어 고급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유력한 분야라는 것이다.

고급 서비스산업을 집중 육성함으로써 우리 사회를 짓누르는 고학력 청년실업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과감하게 개방해 서로 경쟁하게 해야 한다는 게 노 대통령의 판단이다.

여기에 이미 선진국들이 의료서비스를 전략적 산업으로 키우고 있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노 대통령은 “우리도 의료서비스를 산업으로 발전시켜서 국민들이 해외에 나가서 돈을 쓰게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돈을쓰게 만들어야 합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의료시장 개방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의식해 “국민에 대한보편적 의료서비스가 희생되는 일은 없도록 확실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실제로 의료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이미 지난해 9월부터 대통령 직속의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를 설치해 다양한 논의과제를 제시했다.

정부가 지향하는 의료서비스 산업육성의 주요목표는 ▲제약과 의료기기, BT 등의료서비스 연관 산업의 기술혁신 유도 ▲적극적 해외환자 유치를 통한 의료서비스무역역조 개선 ▲질높은 의료서비스의 효율적 공급체계 구축 등으로 모아진다.

이런 정책목표들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대형병원 등 의료기관의 자본 참여가 필수적이다.재정경제부 등 경제부처를 중심으로 영리법인병원을 도입하고 민간의료보험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반대의 목소리가 만만찮아 정부의 의료산업 정책이 현실화될 경우 상당한 진통과 부작용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보건의료시민단체들은 기본적으로 의료를 시장적 관점에서 부가가치 창출산업으로 바라보는 정부의 시각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한다.

지난 수십 년간 국내 의료제도는 사실 무늬만 공공의료체제를 갖추고 있었을 뿐이지 실제으로 이미 민간 주도의 의료시스템을 기반으로 성장해 왔으며, 그 결과 우리나라는 극히 낮은 수준의 공공의료를 보유하는 국가로 전락한 상황이다.

이들 단체는 의료시장 개방과 이를 통해 국내 의료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정부 정책은 현재 국내 보건의료의 가장 심각한 문제로 꼽히는 의료의 양극화를 더욱심화시키는 결과만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의료전달체계와 진료비 지불제도 등 근본적인 문제들을 그대로 방치해 둔 채 시장만능주의적 시각에서 단기성과에만 급급해 의료산업화 정책을 밀어붙일 경우 이미의료영역을 확고히 장악한 소수 대형병원만 환자를 독점하고, 이에 따라 의료기관간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보건시민단체들은 비판한다.

이는 그렇지 않아도 낮은 건강보험 보장성으로 의료서비스 혜택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저소득계층의 의료접근을 더욱 어렵게 할 것이라는 게 보건시민단체의 주장이다.

의료연대회의 강창구 운영위원장은 “정부의 시장중심적 의료산업 육성정책은 필연적으로 의료비 폭등을 유발시킬 것”이라며 “지금 당장 시급한 과제는 대형병원들이 돈을 벌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주는 것이 아니라, 무절제한 경쟁을 일정한 틀안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합리적 규제의 틀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shg@yna.co.kr(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