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식물 항생제 투여도 관심 가질 때
사설
감기 환자에 대한 항생제 처방률이 그제 자세히 공개됐다. 결과는 ‘항생제 남용 국가’라는 오명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마구잡이로 환자들에게 항생제를 처방하는 병·의원이 한두 곳이 아니었다. 의료기관 규모별로 보면, 동네의원의 항생제 처방률이 평균 61.7%로 가장 높고 대학병원급은 40.0%로 가장 낮았다. 큰 병원의 상황이 그나마 낫지만, 선진국과 견주면 안심할 수준이 아니다.
항생제 남용의 가장 큰 문제는 항생제에 내성이 있는 새로운 세균이 생겨난다는 점이다. 최근 20여년 동안 내성균들이 크게 늘면서 퇴치 비용도 급격히 증가했다. 세계적으로 항생제 내성 때문에 들어가는 비용이 한 해 1000억달러가 넘는다고 한다. 게다가 내성균을 잡을 새로운 약을 개발하지 못해 수많은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에이즈, 말라리아, 결핵 등의 내성이 특히 심각하다. 내성균이 자연으로 번지면 생태계까지 망가진다. 국제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세균이 번지는 속도도 빨라진 탓에, 항생제 내성 문제는 국제적 쟁점이 되고 있다.
일차적으로는 의료기관의 항생제 사용을 줄이는 게 급하지만, 소홀히해선 안 되는 부분이 동식물 항생제 투여다. 가축 등의 내성균이 사람에게 전달되기도 한다고 하니, 의료기관의 항생제 남용만 줄이면 그만이 아니다. 이미 유럽이나 미국 등에서는 동식물에 대한 항생제 사용도 규제하기 시작했다. 우리도 이젠 동식물 항생제 투여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사용을 줄일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항생제 내성균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과 같다. 정부와 의료계는 물론이고 사회 전체가 항생제의 신중한 사용 노력에 동참해야 한다. 자연의 보복이 시작되면 이미 때를 놓친 뒤라는 걸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