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 시민ㆍ사회단체 “국민 생명 희생한 ‘국익’이 무슨 의미냐”

“농림부, 미국산 쇠고기가 그렇게 먹고 싶나”  
  시민ㆍ사회단체 “국민 생명 희생한 ‘국익’이 무슨 의미냐”

  2006-04-18 오후 3:56:45    

  

  
  4월 안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 결정을 내리려는 정부와 이를 막으려는 시민·사회단체의 대립이 극도로 심화되고 있다. 특히 농림부는 최근 미국에서 발견된 세 번째 광우병 소가 ‘별 문제 될 게 없다’는 결론을 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빈축을 사고 있다.
  
  ”국민 생명과 건강 팔아 얻을 수 있는 ‘국익’은 없다”
  
  녹색연합, 보건의료단체연합, 환경운동연합, 환경정의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18일 오전 서울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현 시점에서 국민 생명을 위협하는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강력한 대응을 예고했다.
  
  이들 단체는 “지난 3월 13일 미국 앨라배마 주에서 발생한 광우병 소에 대해서 나이 확인은 물론 역학 조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 소 수입 재개를 졸속으로 처리하려는 것은 상식 이하의 조치”라며 “워싱턴 주, 텍사수 주에 이어 발견된 이번 광우병 사례는 유럽과 마찬가지로 미국이 광우병 고밀집 국가로 밝혀질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위해서 강행되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은 국민 건강과 생명을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라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결정을 시작으로 미국이 한미 FTA에서 요구하는 수입 농·축산물 검역 조치, 유전자조작(GM)식품 표시제 등의 철폐도 본격적으로 추진될 게 뻔하다”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마지막으로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팔아 얻을 수 있는 ‘국익’은 없다”고 정부의 행보를 강하게 비판했다.
  
  미국산 쇠고기 그렇게 먹고 싶나…미국 정부 일까지 대신하는 한국 정부
  
  이런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사실상 4월 안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잠정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정부는 세 번째 광우병 소가 ‘별 문제 없다’는 결론을 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어서 빈축을 사고 있다.
  
  미국 정부는 최근 발견된 세 번째 광우병 소의 출생일이 1998년 4월 동물성 사료 금지 조치가 내려지기 이전에 출생한 것이므로 우리 정부가 수입하려는 태어난 지 30개월 미만의 쇠고기는 ‘문제 될 게 없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정작 앨라배마 주에서 발생한 세 번째 광우병 소는 출생 기록이 아예 없어서 출생 시점이 1998년 4월 이전이라는 것을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
  
  이 경우 치열 조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나이를 추정하는 방법이 있기는 하지만 미국 정부는 이마저도 따져보지 않고 치열 조사 없이 땅에 묻었다가 우리 정부의 나이 확인 요구가 있고 나서야 다시 땅에 묻은 소의 머리를 파내 치열 조사를 해 사진을 보내는 등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행보를 취하고 있다.
  
  문제는 우리 정부의 오락가락하는 처신이다. 이렇게 미국 정부가 세 번째 광우병 소의 나이를 명확히 밝히지 못하자 우리 정부가 직접 나서서 소의 나이를 확인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애초 ‘아쉬운 쪽은 미국 정부이므로 입증을 위해 미국에 갈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뒤집고 앨라배마 주에 직접 가 소의 나이를 확인하겠다고 나서는가 하면 앨라배마 주와 환경이 비슷한 제주도에 가서 소의 치열을 비교해 나이를 추정하겠다는 등 미국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을 대신 하고 있는 형국이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태어난 지 60개월이 지난 소는 출생 기록 없이 치열 조사만으로 나이를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라며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 재개를 위해 미국 정부를 대신해 온갖 눈물겨운 비과학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우리 정부의 한심한 모습에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똑같은 광우병 발생 지역인데 왜 미국 쇠고기만 수입하나
  
  세 번째 광우병 소의 출생일이 1998년 4월 이전이라고 해도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시민·사회단체는 미국과 우리 정부가 주장하는 ’1998년 4월’ 시점이 광우병 안전에 대한 기준이 되지 못하는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가 광우병 예방을 위해 1998년 4월 이후 도입한 ‘되새김 동물에 대한 되새김 동물 사료 금지 원칙’은 국제 기준에 턱없이 미달하는 조치라는 비판이 있어 왔다.
  
  더구나 우리 정부는 광우병 발생 국가라는 이유로 유럽, 일본의 쇠고기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유럽, 일본에 대한 기준을 미국에 적용한다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유럽, 일본의 경우 미국보다 훨씬 엄격한 ‘모든 농장 동물에 대한 동물성 사료 금지’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훨씬 더 엄격한 검역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것을 염두에 두면 더욱더 그렇다. 똑같은 광우병 발생 국가인데도 상호모순 되는 이중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것이다.
  
  이날 시민·사회단체는 기자 회견문을 통해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결정을 즉각 철회하고 과학적이고 안전한 쇠고기 수입 규정을 새로 제정해야 할 것”이라며 “특히 미국 정부가 광우병 소의 나이를 확인하는 명백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 하는 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은 무기한 중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또 “농림부는 미국 광우병 소의 나이 확인을 위한 코미디 같은 작태를 즉각 중단해야 하며, 보건복지부도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 중단을 촉구하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양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