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해야 할 미국 쇠고기 수입 재개
미국산 쇠고기는 과연 광우병으로부터 안전한가? 농림부가 이 물음에 자신있게 대답할 수 없으면, 미국 쇠고기 수입 재개를 거부하고 노무현 대통령에게도 그리 말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미국의 다그침은 거세고, 우리 정부엔 이를 뿌리칠 만한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최종 결론을 내린 건 아니지만, 농림부는 우리가 수입할 30개월 미만 소의 ‘뼈를 발라낸’ 고기는 문제가 없다는 쪽으로 기운 분위기다. 미국이 동물성 사료를 금지한 1998년 4월 이후 난 소는 안전하다고 잠정 판정한 듯하다는 게, 농림부 주변의 관측이다. 미국 주장 그대로다. 큰 반전이 없는 한 미국 요구대로 자유무역협정 본협상이 시작되는 6월 이전에는 쇠고기 수입이 결정될 모양새다.
걱정하는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한다. 미국 농무부 감사관실조차 광우병 예방·점검 대책의 허점을 지적하지 않았는가. 육안검사도 없이 도축된 소도 있었다고 한다. 시민사회단체 말을 들으면 의구심은 더 깊어진다. 미국 쪽 주장과 달리 지난 3월 앨라배마 주에서 확인된 광우병 소는 나이도 불확실하다. 돼지와 닭 등에게 먹이는 동물성 사료가 소 사료에 섞여들 우려도 여전하다고 한다. 도축소 중 1%만 표본검사하는 것도 불안하다.
일부 과장이 있대도 이런 우려가 말끔히 씻어지지 않는 한, 미국 쇠고기를 수입해선 안 된다. 백번 양보해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중요하다 한들 국민 생명 위에 있을 순 없다. 수입 기준에서 검역체계에 이르기까지 한 점 허점이 없는지 재차 확인해봐야 한다. 투명한 절차 아래 처리해야지 서둘러선 안 될 일이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그런데도 미국이 협상 전제 조건으로 계속 압박한다면 지금이라도 자유무역협정을 포기하는 게 옳다.
기사등록 : 2006-04-18 오후 08:0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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