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브리핑 “한·미 FTA, 초중등 교육 · 의료 부문 개방 없을 듯”

국민 공감대 없는 공공서비스 개방 안해
한·미 FTA, 초중등 교육 · 의료 등…의제화 될 가능성도 낮아

‘한국과 미국이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면 국내 공공서비스의 두 축을 이루는 교육과 의료 개방에 따른 시장 붕괴는 불을 보듯 뻔하다.’

한·미 FTA 반대론자들이 대표적으로 우려하고 지적하는 대목이다. ‘미국의 요구로 의료시장을 개방하고 민영 의료법인 및 민간 의료보험을 도입하면 공영 의료보험 시스템이 무너질 수 있다, 또 미국의 영리법인 교육기관이 들어오면 교육의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교육·의료 시장을 뒤흔들만한 의제 자체가 협상 테이블에 오를 수 없을 뿐더러 양국의 주요 협상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지나친 우려나 비관에 사로잡혀 있을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한·미 FTA 반대론자들이 국민들이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의료와 교육 등 공공서비스에 대한 불필요한 불안감을 조성해 FTA 반대 여론을 모으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초·중등교육 시장개방 대상으로 보지 않아

우선 초·중등교육은 한·미FTA 교육서비스 협상의 논의 대상이 아니며, 한·미 양국도 초·중등교육을 시장개방 대상으로 보고 있지 않다는 게 교육인적자원부의 판단이다. 미국은 초·중등교육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유학 수요 때문에 짭짤한 상업적 이익을 보고 있는 터에 개방을 요구할 턱이 있겠냐는 것이다.

혹자는 미국의 영리법인의 학교 설립을 허가할 경우 학비가 연간 수천만원에 이르는 미국계 초·중·고교가 등장해 양극화를 부추길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정부가 초·중등교육은 협상 논의 대상으로 삼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에 우려대상이 아니다.

한·미 FTA 교육협상 테이블에서 대학과 성인교육 부문이 논의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이 부분에 있어서도 대학의 영리법인 허용은 신중하게 접근한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실제 미국이 대학의 영리법인 허용을 요구하더라도 국민적 공감대 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따라서 정부는 한·미 FTA 교육분야 협상에서 공교육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초·중등교육의 근간을 흔들지 않으면서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대학교육의 경쟁력을 개방과 경쟁을 통해 높이는 협상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서울대학(93위)이 세계 100위권 안에 들뿐, 중국 북경대(15위)나 일본 동경대(16위), 싱가포르국립대(22위)처럼 50위권에 드는 대학이 하나도 없다.

이처럼 상대적으로 고등교육의 질이 낮다 보니 해외로 빠져나가려는 유학 수요는 계속 늘어나 매년 유학수지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정부는 대학 및 성인교육 분야의 개방을 통해 우수 외국교육을 접할 수 있는 기회의 폭이 넓어지고, 특히 많은 체재비를 들이지 않고도 국내에서 우수 외국교육을 받을 수 있다면, 오히려 교육 불평등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병식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원은 “교육개방과 관련해 미국도 경제적 이익을 따지게 될 텐데, 이미 우리는 특구를 통해 개방한 터라 미국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크지 않다고 판단할 수 있다”며 “만약 초·중등교육 개방을 거론하더라도 공교육적 논리를 내세워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리병원 허용도 요구한 적 없어

의료부문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미국과의 FTA 협상에서 기본적인 의료 혜택이 모든 국민에게 제공되도록 보장하는 정책을 반드시 유지해 나갈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한·미 FTA로 건강보험이 손상되는 일 또한 없을 것이며 그런 협상은 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점을 명백히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배경택 통상협력팀장은 “아직 미측이 의료분야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표명하지 않은 상황이라 협상 결과를 예단할 수는 없지만, 영리법인 의료기관이 한·미 FTA의 쟁점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게 판단하는 이유로는 영리법인 의료기관 허용 문제는 미국이 그간 많은 통상협상 과정에서 쟁점화한 적이 없는 사안이며 상업적으로 요구할 실익이 없기 때문이다.

배 팀장은 “한·미 FTA 협상의제는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많이 논의된 것들이 협상 테이블에 오르게 된다”며 “영리법인 의료기관은 미국이 그동안 도하개발아젠다(DDA) 등 양자협상이나 주기적으로 개최는 한미 통상현안점검회의 등에서 요구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만약 영리법인 의료기관 설립 문제를 미측이 제기한다 하더라도 FTA협상을 이유로 국민적 공감대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지는 않을 것이라 게 정부의 단호한 협상 입장이다.

김종훈 한·미 FTA협상 한국측 수석대표는 “미국이 교육, 의료시장 개방을 요구한 적도 없지만 설사 요구한다 해도 매년 해외 의료서비스 이용이나 유학으로 발생하는 한국의 서비스수지 적자를 감안하면 오히려 우리가 우월한 지위에서 협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선경철 (kcsun@news.go.kr) | 등록일 : 2006.0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