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권국임을 의심케 하는 미국 쇠고기 수입 결정
[한겨레 2006-04-26 18:57]
[한겨레] 농림부는 미국 앨라배마주에서 발견된 광우병 감염소의 나이가 8살 이상이라는 최종 판단을 내리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절차를 밟기로 했다. 광우병은 나이 많은 소에서 발견되는 반면 우리가 수입할 건 30개월 미만 소의 살코기여서 안전하다는 설명이다. 한치의 위험 요인도 허용될 수 없는 사안을 이렇듯 서둘러 매듭지어도 되는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본 협상이 시작되는 6월 이전에 이 문제를 해결하라는 미국 요구에 짜맞추기라도 한 듯하지 않은가.
농림부는 치아 감별로 광우병 감염소 나이를 가늠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치아감별법은 참고용일 뿐 정확한 근거가 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설령 8살 이상이라고 한들, 그게 미국산 쇠고기의 안정성을 보장하는 필요충분 조건은 아니다.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조사 결과, 광우병 대책이 미국보다 잘 세워져 있는 일본과 영국에서조차 30개월 미만 소에서 광우병이 발생한 바 있다고 한다. 게다가 앨라배마주에서 광우병이 어떻게 발병했는지 역학조사도 진행되지 않았다 하니, “자유무역협정을 위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포기하고 있다”는 보건의료단체연합의 질타가 더욱 가슴에 와닿는다.
주권을 가진 정부라면 위험 요인이 명쾌하게 해소될 때까지 수입 재개 결정을 보류하는 게 마땅하다. 일말의 가능성도 국민 생명을 위협하는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이들이 수는 적을지 모르나, 모두 전문가들이란 점에서 결코 무게가 가볍지 않다. 정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 본 협상에서 우리가 지켜야 할 것까지 양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하는데, 지금부터라도 그런 다짐을 실천으로 보여줘야 신뢰를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