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 강행
[한겨레 2006-04-26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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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정부가 미국에서 광우병 양성판정이 난 소의 나이를 8살 이상으로 판정했다. 이에 따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1차 본협상(6월5~9일) 이전에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될 전망이다.
시민사회 단체들은 소 나이가 확실하지 않은데도 정부가 미국 압력에 못이겨 국민 생명을 담보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강행하려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농림부는 26일 “수의과대학 교수 등 전문가들이 지난 19~23일 미국 현지조사를 벌이고 지난 25일 전문가회의에서 검토한 결과 문제의 광우병 소가 98년 3월 이전에 태어난 것으로 최종 판단했다”고 밝혔다. 미국 현지조사를 한 장병준 건국대 수의과학연구소장은 “해당 소는 치아 뿌리가 잇몸에서 노출된 정도가 심하고 앞니들의 틈새도 많이 벌어져 있는 등 이빨의 마모가 심했다”며 “보수적으로 보더라도 8살은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해당 소가 살았던 미 앨라배마주에 사른 다른 소와 비교해볼 때 나이를 10살 이상으로 추정한 미국의 주장을 부정할 만한 근거를 찾을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농림부는 또 “현지 조사에서 해당 소의 2004년 12월 가축시장 매매기록을 추가로 확인했는데, 치아 상태가 에스에스(SS·짧고 닳았음)로 적혀 있었다”며 “미국 가축시장의 관례상 이는 8살 이상을 뜻한다”고 주장했다. 농림부는 5월 초 미국의 수출작업장 36곳을 2주 가량 점검한 뒤 승인을 내릴 방침이어서 5월 하순부터는 미국산 쇠고기 선적이 이뤄질 전망이다.
정부가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말해 온 치아감별법을 근거로 광우병 소의 나이를 추정해 쇠고기 수입을 재개하기로 한 것은 신중치 못한 처사라는 지적이 많다. 지난달 17일 미국이 광우병 소의 사진과 나이에 대한 소견서를 보내 왔을 때 농림부는 “소의 출생 시점이 98년 3월 이전이라는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자료를 아직 받지 못했다”며 “귀표나 전자태그, 사육일지 등을 요구했다”며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한국은 지난 1월 미국에서 동물성사료 금지 조처가 시행된 1998년 4월 이후 출생한 소가 광우병에 걸렸을 경우에만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중단하기로 합의했다.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의 박상표 편집국장은 “소의 치아상태는 품종, 지역적 위치, 유전적 특성, 먹이 등에 따라 개체간 차이가 심하다”며 “특히 영구치가 다 나온 5살 이상 소는 치아조사만으로는 나이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소가 6살부터는 심장의 연골이 딱딱해지는 것을 이용해 나이를 추정하는 심장연골 테스트가 있지만 정부는 시행하지 않았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치아감별법은 객관적이지 않기 때문에 미국 정부가 다른 자료를 내놓지 못하는 이상 쇠고기 수입을 거부할 수 있는데도 정부 스스로 그런 기회를 포기한 꼴”이라고 주장했다.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위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포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본은 지난해 12월 20개월 이하짜리 소의 고기 가운데 뇌·척수·등뼈 등 광우병 유발 위험물질이 축적되기 쉬운 특정위험 부위를 제거한 것에 한정해 수입을 재개했다가 지난 1월 수입 쇠고기에서 등뼈가 섞여 있는 사실이 적발돼 다시 전면 금지했다.
송창석 기자 number3@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