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 “농림부와 시민단체, 누가 국민을 호도하는가?”, 광우병 소에 농림부 해명에 대한 기고

“농림부와 시민단체, 누가 국민을 호도하는가?”  
  [긴급기고] 광우병 소에 대한 농림부의 해명을 보고

  2006-05-02 오후 4:14:56    
  
  2일 농림부는 <프레시안>이 지난 4월 28일 게재한 ‘미국 눈치만 보는 농림부, 황우석한테 배웠나’ 제하의 기사와 관련해 해명 자료를 내놓으면서 언론중재위원회에 반론 보도를 신청한 사실을 공개했다. 농림부는 이 해명자료에서 해당 기사가 “국민을 호도하는 왜곡·편협된 기사”라며 “빈약한 정보와 자극적 수사어구로 사실을 얼룩지게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프레시안>은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박상표 편집국장의 공개 발언과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실의 자료를 인용해 △농림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의 근거로 제시한, 앨라배마 주에서 발생한 광우병 소의 치열로 나이를 감별하는 방식에 과학적 타당성이 없고 △농림부가 미국 현지에 파견했다는 전문가 3명의 전문성도 의심된다는 취지의 보도를 했었다.
  
  <프레시안>은 그 동안 앨라배마 주에서 광우병 소가 발견됐는데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재개하려는 농림부의 처신을 비판해 왔다. 4월 28일자 기사도 그 연장선상에 놓인 것이다. <프레시안>은 당시 관련 의혹을 공개석상에서 제기했던 박상표 편집국장이 농림부의 해명자료를 접한 뒤 보내 온 반론문을 소개한다. 과연 어느 쪽이 국민을 호도하고 있는지 판단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편집자>

*****************************

  농림부는 미국 측에서 보낸 광우병 감염 소 관련 기초자료도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고, 이해관계자와 전문가가 참석하는 공청회나 토론회도 개최하지 않았으며, 심지어 미국 현지의 역학조사 결과(USDA APHIS, ‘Alabama BSE Investigation Final Epidemiology Report’)도 발표되지 않은 상태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를 발표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시민·사회단체는 농림부가 미국 측의 일방적 주장을 수용하여 광우병 감염소가 8살 이상이라고 발표한 것은 비과학적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관련 자료를 공개하고 과학적인 검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농림부의 5월 2일 해명은 “치열을 통한 나이 판정은 상대적인 나이만 추정할 수 있을 뿐 절대적인 나이를 확정할 수 없다”는 과학적인 진실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비과학적인 주장’으로 일관하고 있다.
  
  치아를 가지고 나이를 감별하는 게 과학적이라고?
  
  ”미국 광우병 감염 소의 나이가 최소 8년 이상이라는 것은 전문가가 아니라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습니다. 소의 치아를 가지고 나이를 감별하는 것은 통계적으로 매우 신뢰도가 높은 방법으로 7000여 두를 비교 조사한 연구결과 등이 발표되어 있습니다. 미국은 가축시장에서 수의사가 치아감별법으로 나이를 판정하고 있습니다.”(농림부 해명자료 중에서)
  
  앨라배마 주에서 발생한 미국 광우병 감염 소는 출생기록은 물론 귀에 붙이는 인식표와 몸에 도장이나 상표 표시도 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뿔도 제거된 상태였으며, 6세 이상임을 증명할 심장연골의 골화 정도도 확인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영구치가 다 나온 48~60개월 이상의 소는 치아로 나이 판정이 불가능하다. 소의 치아는 품종, 지역적 위치, 유전적 특성, 먹이 종류, 사육 환경, 영양 상태 등에 따라 다양한 개체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2005년 4월 28일에 작성된 캐나다 정부의 문서(National BSE Surveillance Programs)에서는 “소의 나이를 확증하기 위해서 품종 등록 문서와 같은 추가적인 문서가 제공되지 않는다면, 치아 조사만으로 소의 나이를 30개월령 미만인지 그 이상인지를 증명할 수 없다”면서 공식적으로 치아 감별을 통한 나이 측정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일본에서 모든 소를 대상으로 광우병 검사를 한 이유도 치아를 통한 나이 확인이 불가능했기 때문이었다. 일본 정부는 나이 확인을 위해 출생 기록을 확인할 수 있는 ‘이력 추적제’를 도입한 이후, 현재 24개월령 이상의 모든 소에서 광우병 감염 검사를 하고 있다.
  
  심지어 우리 농림부와 미국 정부도 치아 감별을 통한 절대 연령의 판정이 불가능함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 2005년 11월 19일 농림부가 가축방역협의회를 개최하기 위해 준비한 자료에도 “미국 내 전체 사육두수 중 월령 감별이 가능한 것은 15~20%”라고 기록했다.
  
  이런 사정 때문에 2005년 6월 미국에서 2번째 광우병 감염소가 확인된 후 발간된 ‘최종역학보고서’에도 감염소의 나이가 “대략 12살 가량”이지만, 출생기록이 없기 때문에 정확한 날짜를 알 수 없다고 밝혔다. 그래서 미국에서 역학조사를 실시할 때도 나이 범위를 11~13살로 하여 수행했다.
  
  또 미국 농무국 산하 동식물검역소(APHIS)의 론 드헤이븐(Ron DeHaven) 소장도 “연령 확인의 지표인 치아 감별은 유용한 편이지만, 5년 생 이후 소들의 치아 형태는 대부분 비슷하기 때문에 매우 정확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농림부 김창섭 축방역과장도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치아 감별법이 5세 이하에서만 정확하다”고 밝힌 바 있다.
  
  왜 미국과 농림부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가
  
  농림부는 “앨라배마 주에서 발생한 광우병 소를 2004년 12월 구입할 당시 가축시장 매매 기록서에서 8세 이상으로 임신 7개월을 의미하는 표시를 확인하였다”며 미국 측의 일방적 주장을 과학적 검증 없이 그대로 되풀이해서 국민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 입장에서 들여다보면 미국과 농림부의 주장에 납득이 안 되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미국 광우병 감염 소의 품종은 SANTA GERTRUDIS 교잡종 암소로 알려져 있다. 이 품종의 다 자란 어미 소는 1650파운드에 달한다. 그런데 이번 광우병 감염 소의 몸무게는 고작 990파운드에 불과하다.
  
  미국에서 1차로 보낸 광우병 소의 치아 사진을 보면, 나이 든 소에서 볼 수 있는 치태가 거의 없으며, 앞니들이 노출된 아래턱 전면부의 길이가 칼날손잡이(scalpel)와 비교했을 때 대략 8cm 정도로 작은 소임을 알 수 있다.
  
  몸집이 작아 생산성이 떨어지는 8살 먹은 나이 든 암소가 2004년 12월에 시장에서 거래되었다는 것도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으며, 육유우 겸용인 이 품종의 특성상 이 소를 도태시켜 고기로 팔지 않았다는 것도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
  
  농림부는 또 “광우병 감염 소는 2004년 12월 거래할 때 임신 7개월이었으며, 현재 이 소에서 태어난 송아지(2006년 1월생)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소는 2살(24개월령)부터 임신이 가능하며, 1년에 1번(임신 기간 평균 270~290일) 정도 새O끼를 낳기 때문에 송아지를 두 번 낳았다고 하여 나이 든 소라고 볼 수도 없다.
  
  더구나 농림부는 이 광우병 감염 소가 2004년 12월 거래 시점 이전에 낳은 송아지들을 추적 조사해 DNA 지문분석 등을 통해 친자 확인을 하지도 않았다. 농림부가 이 사안의 중요성을 인식했다면 이런 과학적 확인 절차를 미국 측에 요구해야 했다.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와 시민·사회단체는 이런 의구심 때문에 농림부가 광우병 감염 소에 관한 객관적 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 소가 5년령 이하의 어린 소일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이런 의심은 애초 농림부가 미국 정부를 상대로 해야 했던 것이다.
  
  교수들의 전문성을 의심하지 말라고?
  
  ”대학 교수는 자신의 석·박사 학위 논문만을 강의하는 것이 아니고 전공 분야를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공부하여 학생들에게 충실한 강의를 하는 것입니다. 20여 년을 치아 관련 강의를 하는 교수와 20여 년을 종축 등록을 위해 하루에도 수십 마리 소의 치아를 보고 나이를 검정한 사람이 전문성이 없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농림부 해명자료 중에서)
  
  농림부는 나이 판정을 위해 미국을 다녀온 조사단 3명의 전문성에 의문을 제기한 것에 대해 “의도적이고 편파적으로 전문가를 비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연 그런가?
  
  현재 국내에서 육우(한우 포함)는 대개 숫소는 15개월~20개월을 사육한 후 도축하며, 암소의 경우 평균 2~3번 송아지를 낳고 나서 2~3개월 비육한 후 도태시킨다. 젖소의 경우는 평균 도태년수가 5~6년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치아감별을 통한 노령우의 나이를 측정할 기회가 그리 많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대학 교수나 소를 많이 봤다는 사실만으로 전문가라는 농림부의 주장은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라고 할 수 없다.
  
  농림부는 특히 학계를 대표해 현지 조사단에 참여했던, (해부학이 아닌) 조직학을 전공한 해당 교수가 소의 치아 감정과 관련한 어떠한 학술 논문을 발표했는지, 또는 치아를 통한 나이 감정에 대한 역학조사와 같은 연구를 수행한 적이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밝힘으로써 전문성에 대한 문제제기에 구체적인 답을 해야 할 것이다.
  
  또 이 해당 교수가 앨라배마 지역에서 자란 소와 품종이 같은 SANTA GERTRUDIS 교잡종 암소에 대한 치아 감정을 통한 나이 판정을 전문적으로 수행한 적이 있다는 객관적 증명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언제까지 ‘비과학적 주장’만 되풀이할 건가
  
  여러 차례 강조했듯이 소의 절대연령을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 지표는 ‘치아’가 아니라 ‘출생기록’이다. 현재 과학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앨라배마 광우병 감염소의 ‘절대연령’이지 ‘상대연령’이 아니기 때문이다.
  
  광우병 감염 소는 비슷한 조건에서 육골분 사료(MBM)를 함께 먹고 자랐으나 광우병에 감염되지 않은 “건강하고 정상적인 무수한 소들” 중의 하나가 아니라 “하필이면 광우병에 감염된, 병들고 비정상적인 소”이기 때문에 평균적인 소들의 치아를 통한 상대적인 나이 추정으로 절대 나이를 확정지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농림부가 진정으로 “철저하고 깐깐하게” 국민 안전을 지켜나갈 것을 국민들에게 약속하기 위해서는 광우병 감염 소와 관련된 모든 정보를 공개하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 결정과 관련된 모든 회의 자료를 공개함으로써 시민·사회단체가 합리적으로 제기하는 의혹에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답변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박상표/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