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약값`은 FTA협상 대상이 아니다
(서울=연합뉴스) 보건복지부가 약값 적정화 추진방안을 발표하자 제약회사들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미국대사관측이 이 방안에 대해 이의를 제기, 정부 관계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고 한다.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협상에서 미국측이 약값문제를 핵심 의제로 삼아 한국측을 압박하지 않을까 우려해서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국 정부의 약값 적정화 방안은 FTA 협상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약값 적정화 방안은, 국민 입장에서 볼 때는 오히려 너무 때늦은 조치라는 불만이 터져나오는 사안이다. 터무니 없이 비싼 약값에 시달리는 많은 국민의 입장을 일일이 열거할 필요도 없다. 건강보험에서 약값이 차지하는 비중만 보더라도 이내 왜곡된 약값과 약 남용의 실상을 알 수 있다. 지난해 건강보험 총진료비 24조8천억원 가운데 29.2%인 7조2천억원이 약값이었다. 약값과 약 복용의 적정 비중은 국민이 앓고 있는 질병의 종류, 병의 깊이 등에 따라서 나라마다 다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약값이 총진료비의 3분의 1이나 차지하는 현실은 개선돼야할 사안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정부도 2011년까지 약값 비중을 24% 이하로 낮추겠다는 것이다.
국내 제약업계의 반대 이유에는 부분적으로 이해 되는 측면이 있다. 영세한 자본으로 주로 카피약을 생산하는 국내 업계로서는 이 방안이 자칫 치명적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약의) 경제성 평가 데이터가 풍부한 다국적 제약사들이 국내 업계보다 훨씬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국내 업계의 걱정이다. 그러나 그런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으면서도 이 방안에 반대하는 다국적 제약사들과 미국측의 반대이유는 `고가의 약값을 내릴 수 없다`는 것으로 요약되는, 지나치게 이기적인 것이어서 한국민의 이해와 완전히 상반될 수밖에 없다.
미국측은 FTA협상에서 신약의 특허기간이 지난 후 카피약이 나올 때 신약의 약값을 재조정하겠다는 한국정부의 방침에 이의를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것은 앞에서 말했듯이 `자유무역`을 협상하는 자리에서의 적절한 의제가 아닐 뿐더러 자칫 한국정부에 대한 정책적 간섭이라는 반발도 살 수 있다는 점을 미정부는 잘 살펴봐야 한다. 한미간 자유무역협정 체결과 미군기지 이전문제를 놓고 현재 한국 내에서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점은 미정부도 잘 알 것이다. 미정부는 제약회사들의 로비가 아무리 치열하더라도 소탐대실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