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집중탐구 한미FTA 멕시코 : 노동의 질 나아졌나?

[집중탐구한미FTA] 멕시코 ③ 노동의 질 나아졌나

[한겨레 2006-05-26 10:15]    

멕시코행동연대 알베르토 아로요 교수
“나프타 3국 모두 노동 하향 평준화”
“불안한 일자리 양산 멕시코 취업자 30% 최저임금도 못받아”

  

“자유무역협정은 기업들에 임금이 좀더 싼 곳으로 이동할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해줌으로써 협정국 전체 노동의 질을 저하시킨다. 나프타 발효 뒤 7년 동안 미국 제조업도 총노동비용이 15% 줄었고, 캐나다 역시 10.9% 감소했다.”

  

멕시코의 대표적인 나프타 실증연구전문가인 알베르토 아로요 교수(멕시코칼리지 경제학)는 “나프타에 따른 노동의 하향 평준화가 멕시코뿐만 아니라 미국, 캐나다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며 피해계층의 공동대응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1998년 ‘자유무역에 관한 멕시코행동연대’(RMALC)라는 단체를 결성해 적극적인 대외연대 활동을 펴고 있다.

  

-멕시코가 나프타에 가입한 뒤로 실업률은 많이 떨어졌다. 수출과 외국인 투자 증가로 그만큼 일자리가 많이 늘었다고 볼 수 있지 않은가?

=통계상의 ‘취업자’ 가운데 최저임금 이하의 임금을 받거나 소득이 없는 사람의 비중이 30%를 넘는다. 비공식 부문의 불완전 취업이 많다는 뜻이다. 이런 불안한 일자리를 포함해서 나프타 발효 후 7년 동안 640여만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겼는데, 이 기간에 생산가능인구는 1천만명이 늘었다. 즉, 노동시장 신규진입자들이 많이 늘어나 물불 가리지 않고 아무 일자리나 찾은 결과 취업자 수가 늘어난 것일 뿐이다. 나프타의 고용증가 효과는 실증적으로 검증된 바 없다.

  

-나프타 이후 고용의 질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취업자 10명 가운데 6명이 사회보험을 적용받지 못하고 있다. 또 신규 고용자 가운데 비정규직의 비중이 나프타 전에는 50%대였다가 최근에는 70% 선에 육박하고 있다. 지난해 한 연구기관에서 제조업과 서비스업 노동자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를 보면, 지난 12년 동안 임금이 줄었다는 응답이 전체의 45%였다.

  

-나프타를 고용악화의 원인으로 볼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멕시코 정부의 교육정책 등 여러 요인이 섞여 있다. 고용 없는 성장의 뿌리는 멕시코 정부가 1980년대 초반부터 추진해온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이다. 나프타는 이 정책 기조를 도저히 바꿀 수 없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문제다.

  

-수출 증가가 고용 개선에 도움이 되지 못하는 이유는?

=수출을 주도하고 있는 마킬라도라 산업을 보면, 원자재와 부품의 멕시코 내 조달률이 3~5%에 불과하다. 나프타에 따라 국내 부품 조달 의무 등이 면제됐다. 또 수출품 가공만 하던 마킬라도라가 내수판매도 할 수 있게 됐다. 결국 멕시코 내 하청업체들이나 내수시장에 의존해온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무너져내리는 바람에 전체적으로 고용이 악화된 것이다.

-나프타를 체결하면서 고용기준 등 노동시장의 조건을 끌어올릴 방법은 없었나?

  

=미국이나 캐나다의 노동계 요구에 따라 나프타와 함께 북미노동협력협정(NAALC)을 맺었다. 노동 3권을 보장하고 고용관행에 대한 세부 개선과제들도 채택됐다. 그래서 당시 멕시코에서는 고용과 노사관계의 선진화를 기대하기도 했다. 하지만 협정문 이행을 강제할 수 있는 장치가 없어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오히려 다른 나프타 조항에 따라 사용자의 합법적인 부당노동행위가 더 늘어나고 노사간 힘의 불균형은 심화됐다. 멕시코의 이런 사정은 미국과 캐나다의 노동자들에게도 나쁜 영향을 끼쳤다. 자유무역협정이 엄격하게 보호하는 대상은 기업과 자본의 이익이지 노동자의 이익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