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월드컵과 한미 FTA, ‘대한민국’ 연호에 묻혀 휘둘러지는 우리의 미래’

월드컵과 한미 FTA
[칼럼] ‘대한민국’ 연호에 묻혀 휘둘러지는 우리의 미래’
    송관욱(Rocco) 기자    

월드컵 국가대표팀 명단이 발표되고 평가전이 진행되면서 본격적으로 월드컵의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그러나 5·31 지방선거는 그 열기를 따라가지 못하는 듯하다. 큰 길목마다 선거운동원들이 종일 손가락 춤을 추어대지만, 안타깝게도 변죽만 울릴 뿐이다. 지명도에서 밀려 차별화된 정책 제안으로 막판 뒤집기를 꿈꾸던 후보라면 월드컵이 원망스럽기도 하겠다.

벌써부터 이러니 월드컵 본선이 시작되는 6월이면 축구를 제외한 모든 사회적 의제들이 관심 밖으로 밀려날 것이라는 우려가 드는 것도 당연하다. 그 대표적인 것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다.

사람들이 스포츠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나라 사람들은 국가대표 경기에만 관심을 갖는다는 소리도 있지만, 반 대항 체육대회나 고교야구 라이벌 전에서도 우리는 비슷한 열정을 경험하곤 했으니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승패가 나뉘는 운동경기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일까? 그래서 소속감이 없으면 관전의 재미가 반감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외국인 선수들이 주전과 인기를 독차지하게 된다면?

1982년 프로야구의 출범을 시작으로 국내에서도 스포츠의 상업화(혹은 정치화?)가 본격화 되었다. 스포츠는 신성한 것이니 승패를 떠나 경기 자체를 즐기라고도 하지만, 프로의 세계는 다르다. 이겨야 팬들로부터 사랑 받고, 그래야 모기업의 이미지도 좋아지며 기업 매출도 올라간다.

따라서 실력 있는 선수를 영입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고, 연봉도 능력에 따라 천차만별이 된다. 노력하고 땀 흘린 만큼 받는 것이 아니라 실력에 따른 차별대우가 당연해지는 것이다. 제 값을 하려면 기대만큼 성적을 올려야하고, 잘하던 선수도 성적이 저조해지면 가차 없이 다른 팀으로 팔려가거나 버려진다. 이것이 프로의 세계다. 공연히 상업화라는 딱지가 붙는 것이 아니다.

세계화 추세에 맞춰 외국인 선수의 영입이 허용되자 국내 스포츠계는 고민에 빠진다. 실력 있는 외국인 선수들이 국내에서 뛰게 되면, 우리 선수들도 경쟁심이 생겨 더욱 분발하게 되고 선진기술을 습득할 기회도 될 것이다.

그러나 점차 외국인 선수들이 주전 자리를 차지하고 인기마저 독차지하게 되면, 더 이상 그 종목을 전공하려는 꿈나무는 자라지 않을 것이다. 이는 해당 종목의 국내 기반이 무너짐을 의미하며, 뿌리가 마르면 곧 프로리그라는 화려한 꽃과 열매도 맺힐 수 없음을 의미한다.

혹자는 이렇게 주장할지 모르겠다.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우리는 우리에게 유리한 종목만 집중해서 육성하고, 애초에 소질이 없어 경쟁력이 떨어지는 종목은 외국인 선수를 수입해서 쓰자고. 농구는 미국계 흑인을, 축구는 브라질과 유럽에서, 야구는 남미에서, 그리고 우리는 활만 열심히 쏘면 되지 않겠느냐고. 우스갯소리 같은 이런 주장이 나라를 운영하는 이들에게서 나오고 있다. 바로 한미 FTA의 이론적 근거를 제공하는 세계화론자들의 주장이다.

국내산업 경쟁력 강화의 허구

고전경제학파인 영국의 데이비드 리카도는 자국에서 생산된 상품이 외국에서 생산된 상품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생산비가 싼 비교우위에 있다면 각국은 이를 특화하여 다른 국가와 무역을 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비교우위론을 주장했는데, 현 정부에서는 한미 FTA를 통해 농업을 포기하고 비교우위에 있는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살리는 것이 미국과 우리나라 모두에게 상생의 길임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하나의 주권국가에 있어서 농업이란,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버려질 수 있는 카드패가 아니다. 또한 한미 FTA를 통해 교육과 의료에서 기대되는 것은 산업화가 아니라 상업화일 뿐이다.

나아가 국내 자본이 한미 FTA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수출의 증가가 아니라 외국자본의 요구에 편승한 규제완화와 노동시장의 유연화인 것이다. 이는 곧 근로조건의 악화와 비정규직의 확대를 가져올 것이며, 이것이 정부가 주장하고 자본이 갈망하는 산업경쟁력 강화의 실체이다.

스포츠계에서는 국내 스포츠 기반의 붕괴를 우려해 종목마다 다르기는 하나 한 팀당 영입할 수 있는 외국인 선수의 수를 제한하고, 연봉의 상한선을 정하기도 하였다. 이는 곧 프로경기의 활성화와 국내 스포츠 기반의 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함일 것이다.

한편 정계와 재계에서는 국내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하여 기존의 보호장벽마저 허물고, 무제한적인 외국자본의 유입을 허용하려 하고 있다. 이는 곧 자라나는 나무의 밑둥을 베어내어 위태로운 원두막을 올리겠다는 발상인 것이다.

월드컵 시즌을 맞이해 국가대표들의 선전을 기원하는 우리는 같은 기간 진행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대한민국을 연호하는 함성에 묻혀 휘둘러지는 날 선 도끼자루에 우리의 미래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송관욱 기자는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대전충남지회 회원입니다.

  2006-05-29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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