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약값 인하정책 앞두고 다국적사-시민단체 논쟁
[한국경제 2006-06-15 17:58]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보험약값 절감을 위한 포지티브 리스트 제도의 9월 시행을 앞두고 이에 반대하는 다국적 제약사들과 지지하는 시민단체들이 15일 정면으로 부딪쳤다.
국내에 진출한 26개 다국적 제약사 모임인 다국적의약산업협회(KRPIA)가 이 제도 도입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열자 시민단체들이 같은 장소에서 이에 반박하는 집회를 열고 기싸움을 벌인 것.이는 특히 최근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1차 협상에서 미국측이 포지티브 리스트 도입 철회를 요구한 가운데 벌어져 주목받고 있다.
다국적의약산업협회는 이날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포지티브 리스트제는 환자들의 신약 접근성을 저해할 것”이라며 제도 시행에 대한 반대를 분명히 했다. 폴 메이슨 한국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 사장은 “이 제도는 기존 신약에 대한 규제에 또 하나의 규제를 추가하는 것”이라며 “이런 제도가 업체들과 아무런 협의 없이 발표됐다는 것은 특이할 만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아멧 괵선 다국적의약산업협회 부회장(한국화이자 사장)은 “미국은 신약에 대한 국민 1인당 지출이 70달러인 데 비해 한국은 5달러에 불과하다”며 정부의 약값 인하 방침에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또 “한국은 국내총생산(GDP)에서 의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5.4%에 불과해 8% 수준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에 비해 크게 못 미친다”며 “한국의 의료비 지출 가운데 약제비가 30%를 넘는 것은 전체 의료비가 적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세상네트워크 등 18개 보건의료 관련 시민단체 회원 30여명은 이날 호텔 앞에서 다국적 제약사들의 기자회견에 대한 반대 집회를 벌였다.
신형근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정책국장은 “포지티브 리스트 제도를 도입한 스웨덴 등 유럽 국가들은 환자들의 신약 접근성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신약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고 있는 것은 오히려 보험약가 제도가 없는 제3세계 국가들”이라며 “다국적 제약사들의 주장은 허구”라고 밝혔다.
이들은 또 호텔 경비직원들의 제지를 뚫고 기자회견장에 들어와 “약가를 높이는데 신약에 대한 접근성이 어떻게 커진다는 것이냐”며 다국적 제약사들의 답변을 요구하기도 했다.
다국적 제약사 관계자들은 이들의 질문에 일절 답변을 거부한 채 기자회견장을 빠져 나왔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공공보험을 운영하지 않는 미국에서도 민간 보험에서 포지티브 리스트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며 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