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신문 해외원정진료 1조라더니 -500억원에 불과

    
‘해외 원정진료비 1조’라더니…
정부 ‘의료산업화’ 추진 근거… 조사해보니 500억원 불과

  김양중 기자  

정부가 의료서비스를 산업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주장의 주된 논거로 사용했던 ‘해외원정 진료비 1조원’은 근거가 없으며, 실제로는 500억여원 정도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동안 원정 진료비가 한 해 1조원에 이른다는 주장은 2004년 재정경제부의 경제자유구역법 관련 자료를 비롯해 지난해 노무현 대통령 취임 2돌 대국민 연설문에 이르기까지 정부가 여러 차례 공식 인용했으나, 보건의료 시민단체들은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해 왔다.
정부는 15일 열린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 소위원회에서 “한국은행 의료서비스 분야 무역수지와 국내 19개 카드사의 해외의료기관 결제액 등을 조사한 결과 2005년 기준 해외 지출 의료비는 연간 최고 518억원으로 추계됐다”고 보고했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해외원정 진료비를 조사해 밝히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위원장 한명숙 총리)는 의료 산업의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고, 수출산업으로 키우기 위해 지난해 10월 출범한 대통령 소속 자문기구다.

<한겨레>가 입수한 회의자료를 보면, 정부 조사 결과 카드를 통한 의료비 지출은 연간 274억원으로 집계됐고, 환전 및 송금을 통한 의료비 지출은 연간 194억~244억원 가량으로 추계됐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조사의 배경에 대해 “해외 환자 유치 및 의료기관 해외진출 등 의료서비스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정부 정책 방향의 주요 통계임에도 그동안 1조원부터 수백억대까지 통계상 논란이 있었으며, 최근까지도 1조원이라는 근거 아래 대외경제장관회의 등에서 의료분야가 무역수지 적자의 주원인으로 발언되는 등의 문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한 해 해외원정 진료비 1조원 주장은 서울의 한 종합병원장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말한 것이 발단이 됐다. 이 병원장은 <한겨레>와의 전자우편 인터뷰에서 “해외원정 의료비 1조원은 한 벤처 보험회사가 해외원정 진료에 대한 보험사업을 상의해 왔을 때 들은 것”이라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더 이상 언급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