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정부, 한미FTA를 위해 4대 선결조건 내줬다”
KIEP보고서 조작 의혹, 국회 “그거 할 놈 없어”
조태근 기자
한미FTA협상을 개시하기 위해 정부가 이른바 ’4대 선결조건’을 미국에 양보했다는 사실이 4일 밤 방송된 MBC PD수첩을 통해 드러났다.
’4대 선결 조건’이란 정부가 2월 한미FTA협상 개시 전에 미국의 스크린쿼터 축소, 쇠고기 수입 재개, 약가재조정 중지,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완화를 말한다.
’4대 선결조건’은 한미FTA의 대가
당초 정부측과 김종훈 한미FTA협상 수석대표는 각종 공청회에서 ’4대 선결조건’이라는 말은 언론과 FTA반대 단체에서 만들어 낸 것이라고 주장하며 이같은 사실을 부인해 왔다.
지난달 29일 방송된 MBC < 100분 토론 >에서도 김종훈 수석대표는 정태인 전 청와대 비서관이 4대 선결조건이 FTA의 전제조건이 아니었냐고 다그치자, 이를 강하게 부인하며 “쇠고기가 현재까지 수입되지 않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 한 바 있다.
그러나 PD수첩은 미국 의회가 부시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을 제시하며 “한국의 통상장관(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 의회에 무언가를 확신시켰다”는 내용의 편지를 공개했다. 김현종 본부장이 한미FTA협상 개시를 위해 ’4대 선결조건’을 미국에 양보할 의사를 미국 의회에 타진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부시 행정부는 ’4대 선결조건’을 얻은 이상 한미FTA에 나서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고 PD수첩은 밝혔다. 이것은 당초 한미FTA를 우리가 요구해서 시작한 것이라는 정부의 주장을 뒤엎는 것이다.
KIEP, 한미FTA연구 보고서 수치조작
이러한 ’4대 선결조건’과 한미FTA의 관계는 정부 문건을 통해서도 확인됐다.
PD수첩은 당초 정부가 존재 자체를 부인했던 ’4대 선결조건’이라는 단어가 2005년 12월 정부문건에 나와 있으며 이것이 ‘한미FTA 추진 현황’이라는 부분과 연결되어 있음을 증명했다.
결국 정부는 미국에 FTA를 구걸하기 위해 스크린쿼터, 쇠고기 수입재개, 약가 재조정 중지, 배기가스 규제완화를 내준 것이다.
한편 PD수첩은 한미FTA 추진의 주요 근거로 제시돼 온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보고서가 조작됐다는 증거를 제시했다.
PD수첩은 당초 3월 3일자 KIEP연구 보고서에서는 한미FTA로 인한 무역수지 흑자 감소폭이 73억 달러로 나타나 있으나, 열흘 후 같은 보고서에는 47억 달러로 감소돼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에 대해 채 욱 KIEP미주팀장은 “짦은 시간에 보고서를 만들다 보니 발생한 착오”라고 말했다. 이같은 어이 없는 대답에 PD수첩은 “너무 급히 만들다 보니 실수가 있었다는 말”이라며 정부가 얼마나 급조된 졸속 연구를 기반으로 한미FTA를 추진하고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재경위에 그거 검토할 놈 없어”
PD수첩은 또한 헌법에 따라 조약의 체결, 비준 동의권이 있는 국회의원들의 한미FTA에 대한 시각에도 문제가 있음을 파헤쳤다.
PD수첩이 인터뷰한 국회 재경위원과 보건복지위원들은 “협정문 초안도 못 봤다…(5.31지방)선거 때문에 약가 재조정 몰랐다”는 말로 일관했다. 그런데 약가 재조정은 이미 2월 협상 개시전에 정부가 미국에 내준 4대 선결조건 중 하나였다.
심지어 재경위의 한 의원은 “재경위에 그거(한미FTA 검토)할 놈 없어”라고 말해 국회의 정부 감시/견제 능력에 대한 근본적인 의구심을 갖게 했다. 더욱 우러스러운 점은 이들 불량 의원들이 지난 30일 국회 합의에 따라 국회 내에 한미FTA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정부의 한미FTA협상을 점검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거짓말로 시작된 한미FTA협상이 국회의 무능으로 눈 먼 질주를 하고 있음이 명백히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