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단체, 의약품접근권 위협하는 FTA 반대
“돈이 없어 못 먹는 약 있어서는 안되”
송기향 기자
환자단체들이 직접 나서 한미 FTA에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5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한미 FTA가 환자들의 생명과 직결된 의약품 접근권을 방해하고 환자의 생존권을 심각하게 위협한다며 반대의 입장을 밝혔다. 환자단체들이 한미 FTA에 대해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뇌종양, 신장암, 백혈병, 에이즈 등 비싼 약을 복용해야 하는 환자단체들이 참여했다.
△ 6개의 환자단체가 뭉쳐 한미 FTA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 프로메테우스 송기향
FTA는 국민과 환자들에게 심각한 위협
강직성척추염협회, 뇌종양환우와 함께, 신장암같이이겨내요, 한국백혈병환우회, GIST환우회, HIV/AIDS인권모임 나누리+ 등 6개 환자단체들은 “최근 한미 FTA 협상의 내용 중 보건의료와 관련한 사항은 지금까지 알려진 것만 해도 국민들과 환자들에게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하지만 건강보험료와 각종 치료비, 약값 등을 내고 있는 우리 환자들의 목소리는 협상과정 어디에도 반영되지 않고 있다”며 기자회견의 이유를 밝혔다.
또 지난 달 기자간담회를 열어 보건복지부의 포지티브 리스트 도입이 환자들의 의약품 접근권을 제한한다고 주장한 다국적 제약회사를 비판하고 “더 이상 우리는 이윤에 눈이 먼 제약사들의 방패막이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미국은 실패한 의료제도 도입하라고 강요해
환자단체들은 한미 FTA 내용 중 △특허권과 특허권 연장 요구 △강제실시 제한 △의약품 데이터독점권 △병행수입 금지 등의 조항이 환자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약가에 대한 독립적인 이의기구 설치 △특허청과 식약청의 연계 △투자자 제소 △비위반제소 △치료방법 특허 인정 등의 조항은 복지부가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약제비적정화 정책을 얼마든지 무력화시킬 수 있는 조항이라고 주장했다.
환자단체들은 미국이 한미 FTA를 통해 실패한 미국의 의료제도를 도입하라고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한국정부에게 한미 FTA 협상 내용 공개, 모든 환자들이 필요로 하는 의약품을 먹을 수 있게 하는 정책 추진 등을 요구했다.
다음은 기자회견에 참석한 각 환우회 참석자가 개별적으로 밝힌 사례다.
“우리는 건강보험을 통해 엠브렐이라는 혁신적 신약을 공급받고 있습니다. 엠브럴은 치료제가 아닌 완화제로 먹지 않으면 뼈가 굳어버립니다. 복지부는 약을 9개월 적용, 한달 제외하는 방식으로 보험급여를 적용했습니다. 보험기획팀은 환자수는 많지만 예산이 부족해 제약회사가 약가를 10% 인하하지 않으면 보험을 연장해 줄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현재 제약회사가 약값을 10% 인하했고 24개월까지 보험급여가 확대되었습니다. 우리는 24개월이 지나면 제약사와 또다시 협상해야 합니다. 그들이 손해를 보면서까지 약값을 인하했을까요.”- 강직성척추염협회
“글리벡 같은 경우 (글리벡 복용으로 생존률이 높아져) 먹는 환자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또 글리벡에 내성이 생긴 환자들은 새로 나올 혁신적 신약을 먹어야 합니다. 건강보험재정에서 혁신적 신약으로 인한 지출이 엄청납니다. 앞으로도 계속 신약이 도입될텐데 건강보험재정이 이를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포지티브 리스트를 도입해 약제비를 절감해야 합니다.”- 백혈병환우회
“기존의 에이즈 약에 대한 내성이 생긴 에이즈 환자는 로슈사에서 나온 푸제온(Fuzeon)이라는 약을 먹어야 합니다. 이미 한국 식약청에서 허가가 났고 보험약가도 2만4999원으로 고시됐습니다. 그러나 제약사에서 이보다 높은 금액을 요구하며 한국에 판매하지 않고 있습니다.”- HIV/AIDS인권모임 나누리+
“신장암은 치료약이 없어 이 약, 저 약을 복합적으로 치료하는데 제 어머니의 경우 한달에 500만 원 정도 듭니다. 그런데 미국 화이자제약사와 독일 바이엘제약사에서 신장암 치료제를 개발했다고 합니다. 현재 미국에서 한달 분량이 8500 달러에 팔리고 있습니다. 이것을 그대로 들여와 한국에서 판매한다면 한 달에 850만 원 정도 들것으로 예상됩니다. 그 약가 그대로 들여올 수는 없습니다. 협상 통해서 적절한 가격을 책정해야 보험재정이 감당할 수 있고 환자들도 보험적용을 받아 약을 먹을 수 있습니다. 약이 있어도 돈이 없어 못 먹는 가슴 아픈 일은 없어야하지 않겠습니까.”- 신장암같이이겨내요(신장암환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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