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2차협상 결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2차 협상이 14일 닷새간의 일정을 마치게 된다.
그동안 양국 협상단은 18개 분과 및 작업반 회의를 열고 서비스 유보안 교환, 상품분야 양허안 틀 합의, 협정문 이견 일부 해소 등 진전을 이뤘다.
그러나 농산물, 의약품, 자동차, 개성공단 생산제품 원산지 등 핵심 쟁점들은 양측 입장이 계속 팽팽히 맞서면서 제자리 걸음을 걸었다.
특히 의약품의 경우 우리 정부의 건강보험 약가책정 적정화 방안에 대해 미측이 반발, 첫날부터 협상이 중단됐다. 이에따라 9월 열리는 3차 협상도 난항이 예상된다.
◇ 상품 양허(개방)안 틀 합의
김종훈 수석대표와 웬디 커틀러 수석대표가 각각 이끈 양국 협상단이 이번 협상기간에 낸 성과물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상품 분야의 양허안을 만들때 적용하는 양허안 틀을 타결지었다는 것이다.
합의된 상품 양허안 틀은 1만여개에 달하는 각 상품에 대해 ▲ 관세 즉시 철폐 ▲ 3년내 철폐 ▲ 5년내 철폐 ▲ 10년내 철폐 ▲ 기타(민감품목 등) 등 5단계로 양허 이행기간을 세분화하자는 것이다.
기타의 경우 양허 제외, 이행기간 10년 초과 등 다양한 방식을 적용할 수 있지만 추후 협의해야 할 사안이다.
또 서비스 유보안을 지난 11일 서로 주고 받았으며 제네바에서 지난 10일 별도로 진행된 정부조달 분과회의에서는 정부조달 양허안이 교환됐다.
김종훈 수석대표는 “한-싱가포르 FTA때 적용된 유보대상은 80개 수준이지만 이번에는 안경점, 선원교육 서비스 등을 추가해 100여개에 달한다”며 “대단히 보수적인 수준에서 작성한 유보안”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양측은 새로운 금융상품인 신금융 서비스와 관련, 법률 제개정을 필요로 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현지법인과 지점 등을 통해서만 서비스를 제공하고 금융감독당국이 신금융 상품별로 허가제를 운용할 수 있도록 하기로 의견을 모았으며 국경간 거래 대상에서 소매금융 상품은 제외하기로 했다.
이밖에 위생.검역(SPS) 분야에서 분쟁해결 절차에 대한 이견은 지속됐지만 협정문을 일단 작성했고 미국 현지에 진출해있는 혼다 등 일본 자동차 메이커들의 우회 수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자동차 원산지 논의를 본격화했다.
김 수석대표는 “협정문의 경우 표현상 이견이 있는 부문을 중심으로 합의가 이뤄지고 있지만 실질적인 쟁점 부문은 큰 진전을 못 이뤘다”고 말했다.
◇쌀.의약.개성공단 제자리
김 수석대표의 말처럼 핵심 쟁점을 둘러싸고는 양측의 이견이 커 협상이 제자리 걸음을 걸었다. 상품 분야와는 달리 농산물의 경우 양허안 틀 합의도 무산됐다.
우리측은 단기, 중기, 장기, 기타 등 5단계 방식의 양허안 틀을 제안하면서 장기를 한-칠레 FTA때 적용된 수준(16년)으로 제시했으나 미측은 상품분야처럼 기타 부문이외에는 최장 10년 수준으로 제한할 것을 주장, 합의가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상품, 농산물, 섬유 등 3가지 분야의 양허안을 이번 협상에서 일괄 교환하려던 당초 우리 정부의 목표는 달성되지 못했다.
우리의 핵심 현안인 개성공단 생산제품 한국산 원산지 인정문제, 쌀 예외적용 등에 대해서도 미측은 단호한 거부 의사를 표시했다.
특히 미측은 우리 정부의 건강보험 약가책정 적정화 방안에 반발, 분과 회의 첫날인 지난 11일 더 이상의 논의를 할 필요 없다며 협상 자체를 거부해 의약품.의료기기 작업반 회의는 일정대로 진행되지도 못했다.
미국은 건강보험 약가 책정방안의 `포지티브 시스템(선별목록)’이 자국 제약사들이 개발한 고가의 신약을 차별 대우하게 될 것이라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앞으로도 이 문제를 둘러싼 양측의 입장 조율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자동차의 경우 미국은 지난 1차 협상에서 현행 배기량 기준 자동차세 과세를 문제 삼은데 이어 이번에는 자동차 표준이나 소비자 인식 등에 대해 불만을 제기했다.
◇내달 초순 양허안 교환
양측은 2차 협상 결과를 토대로 오는 8월 초순께 상품, 농산물, 섬유에 대한 양허안을 일괄 교환하기로 했다.
양허안 틀이 완전히 합의되지는 않았지만 양허안 교환에는 별 문제가 없다는게 우리 정부의 설명이다.
협상단 관계자는 “양측이 각자의 원칙에 따라 관세감축 계획을 담은 양허안을 제시하면 된다”며 “양허안에 대해서는 개별 품목별로 적정성을 따지고 품목별로 조기 감축 등을 서로 요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핵심 쟁점에서 진전을 이루지 못한 상황이어서 향후 협상은 난항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종훈 수석대표는 “양허안이 교환되면 협상의 양상이 탐색전에서 샅바싸움으로 바뀐다”고 말했다.
3차 협상은 오는 9월 미국에서 열린다.
경수현 기자 evan@yna.co.kr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