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 “미국약 값 올리고 새 국제기준 만들려는 것” <허핑턴 포스트> 칼럼…의약품 분야의 미국측 의도

  
  ”미국약 값 올리고 새 국제기준 만들려는 것”  
  <허핑턴 포스트> 칼럼…의약품 분야의 미국측 의도  

  2006-07-14 오후 2:54:51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2차 본협상이 닷새째이자 마지막 협상일인 14일 일부 분과들의 협상이 중단되는 등 부분적인 파행을 연출하게 된 배경에는 한국 정부의 ‘건강보험 약제비 적정화 추진방안’에 대한 미국 측의 불만이 주된 원인으로 깔려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런 상황은 미국 측이 한미 FTA 협상에서 국내 의약품 시장의 규제 폐지와 개방 확대를 중요한 목표의 하나로 삼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처럼 의약품 문제가 한미 FTA 협상의 주된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이 문제에 대한 미국 측의 의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미국인 전문가의 글이 ‘한미 FTA 의약품 협상은 우리에게도 해를 끼칠 것’이라는 제목으로 미국의 인터넷 매체인 <허핑턴 포스트>에 게재돼 눈길을 끈다.
  
  보건의료를 포함한 지식산업 분야의 국제 시민단체인 ‘기술에 관한 소비자 프로젝트(CPTech)’의 사무국장인 제임스 러브(James Love)는 12일자로 <허핑턴 포스트>에 올린 이 글에서 미국 정부의 목표는 “(미국 제약회사에서 생산한) 의약품의 한국 내 가격을 올리는 것”이며 “(의약품 무역에 관한 새로운) 국제기준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단정한다. 아울러 그는 한미 FTA가 미국 정부의 의도대로 타결될 경우 미국인들도 의약품 가격 상승의 부메랑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 글의 전문은 다음과 같다.
  
  한미 FTA 의약품 협상은 우리에게도 해를 끼칠 것
  
  미국에서는 아무도 모르는 무역협정 협상에 대해 반대하는 수만 명의 시위가 한국에서 벌어졌다. 이 무역협정의 명시적인 목표들 가운데 하나는 한국 내의 의약품 가격을 올리는 동시에, 어느 나라 정부든 값비싼 의약품에 대한 보상지급을 거부하거나 의약품 가격을 인하하기 위한 협상을 하거나 의약품 특허 보호를 중단하는 조치를 취하기 어렵게 할 국제기준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관세율 인하를 비롯한 무역자유화 조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의 단지 일부분일 뿐이다. 미국이 가장 원하는 것 중 하나는 한국인들로 하여금 더 높은 가격에 의약품을 사도록 만드는 것이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한미 FTA 협상은 1999년에 한미 양국 정부 사이에 다소 비밀스럽게 체결된 협정의 뒤를 잇는 것이다. 이 1999년도 협정은 혁신적 신약에 대해서는 한국이 적어도 7대 선진국에서의 평균가격 이상을 지급하도록 의무화했다. 이 협정으로 인해 암을 비롯한 중대 질병 치료제 중 일부에 대해서는 한국이 미국보다 더 많이 지급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1999년에 한국과 맺은 이 협정의 후속타로 호주 및 싱가포르와 맺은 무역협정에, 의약품 가격을 통제하려는 국가의 노력을 약화시키고 정부가 강력한 특허 보호를 중단하는 것을 훨씬 더 어렵게 만드는 조항을 집어넣었다.
  
  이번 주에 미국 무역대표부는 젊은 무역관리들을 한국에 보내 의약품 가격 보상에 관한 한국의 제도를 크게 변경하도록 요구하게 하고 있다. 지난 11일 웬디 커틀러 미국 측 협상대표는 “우리 측은 한국의 건강보험 제도에서 이용되는 승인의약품 목록을 채택하려는 한국 정부의 계획을 비판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의 인구가 노령화되면서 한국 정부가 보건정책을 수립하는 데서 직면하게 되는 도전과제들을 이해한다”면서도 “우리는 한국 정부가 포지티브 리스트로 제도를 변경하는 것을 통해 한국 정부가 스스로 말해 온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한국 정부가 도입하려는 제도는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의약품들에 대한 한국 환자들과 의사들의 접근을 차별적으로 가로막고 제약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커틀러가 우리의 국기(미국 국기인 성조기를 지칭-역주) 아래에서 한국인들에게 전달한 메시지는 ‘미국은 제약회사들이 원하는 가격이라면 그게 어떤 수준의 가격이라도 한국의 납세자들이 그대로 지불하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커틀러는 그동안 미국 정부 관리들이 가해 온 위협을 되풀이한 것이다. 예를 들어 2001년 2월 7일 돈 에반스 미국 상무장관은 한 서신에서 의약품 가격의 환자 부담 몫을 해당 의약품의 특허상의 지위나 가격에 어떻게든 연계시키려는 노력에 대해 불만을 드러내면서 이런 유명한 말을 했다. “미국은 건강보험의 재정 문제에 대해 상당한 전문성과 경험을 갖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바로 이런 입장을 공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고, 심지어는 민주당 의원들을 포함해 미국 의회에서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사실 1999년의 한미 간 협정은 민주당 소속이었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행정부가 협상해 타결한 것이었다. 그동안 이 협정을 들여다보는 수고를 한 미국 의원은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부시 행정부 안에도 이런 정책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일부 있다. 2003년 10월 16일자 메모를 보면 당시 일본, 한국, 호주 등을 담당한 국무부 소속 무역관료였던 로버트 암스트롱은 이렇게 써놓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특수외과병원(HSS, 미국의 정형외과 전문병원-역주)은 미국 제약협회(PhRMA)의 제안을 분석해보았고, 그 결과 미국 국내 관행의 관점에서 보아 그 중 다수의 제안들에 문제가 있음을 확인했다.”
  
  이에 앞서 미국 정부의 다른 부서에 소속된 2명의 관리도 비슷한 지적을 한 바 있다. 2003년 9월 8일 브라이언트 트릭이라는 이름의 관리는 동료들에게 이런 메모를 전달했다. “메디케어(미국의 고령자와 장애자 대상 의료보험-역주)에 처방약 관련 혜택을 주는 법안을 의회가 통과시키면 정부가 가격통제와 보상지급에 관한 지침을 갖게 될 것이다. (…) 건강관리기구(HMO, 미국의 민간 의료보험 조직-역주)도 이 문제에 대해 매우 적극적이지만 민간기구이기 때문에 이 기구에서는 이 문제가 그다지 크게 쟁점화되지는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토머스 정이라는 이름의 관리는 바로 그 다음날인 9월 9일에 보낸 답변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미국은 한국 정부가 취하고 있는 것과 똑같은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 즉 의약품 처방, 특히 브랜드 의약품의 처방에 대해 조사를 해서 비용을 억제하고 있다.”
  
  우리(미국인들을 지칭-역주)는 한미 FTA 협상에서 쓴 열매를 따게 될 것 같다. 우리는 한국인들에게 해악을 끼치게 될 뿐만 아니라 미국 정부가 높은 의약품 가격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는 것도 불가능하게 하는 세계적인 기준을 만들게 될 것이다.  
    
  

  이주명/기자